가을을 다른 말로 "갈" 이라고도 하는데 "갈"이나 "가리"는 곡식을 거두어 차곡차곡 쌓아올려 더미를 만든다는 뜻을 나타내는 "가리다"에서부터 유래 된 말이다. 이로부터 가을은 농작물을 거두어 들이는 때를 의미하는 가을철의 뜻도 함께 갖게 된 것으로 전한다. 이렇게 가을의 개념은 농작물과 관련이 있다. ▲또한 이 가을을 이야기 하면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고사성어는 천고마비(天高馬肥)다. 그러나 이 고사성어는 단순히 "하늘은 높고 말이 살 찐다"는 가을의 정경을 묘사하고 있는듯 보이지만 여기에는 전쟁에 대한 불안이 은유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이 말이 처음으로 등장 한 것은 당나라 시인 두보의 할아버지 두심언이 북쪽 변방에 가 있는 친구 소미도에게 보낸 시 가운데 나오는 글귀다. 이 시는 소미도가 어서 개선해 돌아 오기를 염원하는 뜻을 담은 시다. ▲옛날 중국에는 흉노라는 북방민족에게 번번이 변경을 침입 당했고 때로는 본토까지 쳐들어 와서 노략질을 서슴치 않았다. 흉노는 원래 맹수처럼 사납고 날랜 기마민족으로 기원전 3세기부터 한나라를 위협해 온 유목민이었다. 중국의 역대 왕조는 이 흉노에 대한 방비책으로 언제나 골머리를 앓았다. 진나라의 시황제는 그들을 멀리 쫓아버린 다음 다시는 침입하지 못하도록 만리장성을 쌓았고 한나라는 흉노에 예쁜 여자를 보내 회유책을 쓰기도 했다. ▲흉노의 본거지는 광활한 초원으로 그 초원에서 말을 놓아 기르는 일과 사냥이 그들의 일상생활이었다. 가을이 되면 말은 겨울을 나기 위해 많은 먹이로 살이 찌게 되고 그들은 월동준비를 위해 노략질을 시작하게 된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가을이 오면 으례 흉노의 침입을 각오하고 있었고 흉노는 가을이 되어 말이 살 찌면 반드시 변을 일으킨다고 한서에 기록돼 있다. ▲이처럼 천고마비라는 고사성어는 전쟁의 시기가 다가 왔다는 경고의 말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가을 하늘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 심장부의 대 테러 참사에 대한 미국의 보복공격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천고마비의 계절은 또 다른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