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졸전·경질 여론에도 재신임 결정
거센 비판 속에 내년 1월 아시안컵 준비

▲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이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 대회의실에서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거취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명보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의 참패를 뒤로하고 계속 지휘봉을 잡는다.

대한축구협회는 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홍 감독의 유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허정무 협회 부회장은 “월드컵 부진이 홍 감독 개인의 사퇴로 매듭지어지는 것은 최선의 해결책이 아니다”며 “홍 감독을 계속 신뢰하고 지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홍 감독에 대한 유임 조치는 정몽규 회장과 부회장들이 모인 집행부 회의를 통해 결정됐다.

허 부회장은 “홍 감독이 벨기에와의 본선 조별리그 3차전이 끝나자 사의를 밝혔다”며 “그러나 우리는 사퇴가 능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경험을 거울로 삼아 아시안컵에서 대표팀을 잘 이끌어달라고 홍 감독을 설득했다”고 덧붙였다.

허 부회장은 홍 감독이 정몽규 협회 회장과 면담하고서 자진사퇴 의사를 번복했다고 설명했다.

홍 감독의 계약기간은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안컵 대회까지다.

허 부회장은 홍 감독이 아시안컵을 잘 이끌겠다는 각오를 피력했다고 전했다. 대표팀 졸전의 책임소재에 대해 허 부회장은 구체적인 말을 아꼈다.

허 부회장은 “이번 월드컵 준비부터 끝까지 과정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다”며 “그 결과를 토대로 대책을 세우고 개선책을 찾겠다”고 말했다.

책임소재와 관련한 구체적 답변을 요구하는 질문에는 분석을 마친 뒤 따져보겠다는 취지의 말을 되풀이했다.

한국은 이번 월드컵 본선에서 1무2패를 기록, 1998년 프랑스 대회 이후 무려 16년 만에 무승으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홍 감독은 대표팀 구성 과정에서 경기력을 차지하고 친분을 따려 선수를 선발했다는 ‘의리 논란’에 휘말렸다.

홍 감독의 거취를 두고는 축구계 안팎에서 견해가 엇갈렸다.

석연치 않은 선수 선발, 전술 실패 등을 들어 홍 감독을 해임해야 한다는 견해가 여론에서는 득세했다.

그러나 축구협회 내부에서는 홍 감독의 그간 업적이나 짧은 월드컵 준비기간을 고려해 다시 기회를 주자는 주장이 많았다.

허 부회장은 “홍 감독이 선수로서, 감독으로서 한국 축구에 남긴 발자국의 깊이와 선사한 기쁨, 희망을 잘 알 것”이라고 업적을 강조했다. 그는 홍 감독이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는 기간이 협회의 부실 행정 때문에 1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도 설명했다.

홍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감독으로서 그는 2009년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청소년 대표팀을 8강에 올렸고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23세 이하 대표팀의 동메달 획득을 지휘했다.

축구협회로부터 강력한 재신임을 받은 홍명보호가 여론의 거센 반감에 맞서 아시안컵에서 좋은 성적을 낼지는 미지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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