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알아보는 안목은 현대에도 중요
中 당나라 ‘신언서판’ 활용한 것처럼
적절한 기준 확립해 인재 등용해야

▲ 권옥술 주식회사 대유 대표이사 사장 재경 울산향우회 부회장

옛날부터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을 지인지감(知人之鑑)이라 하여, 기업을 이끄는 오너들, 기관장, 정치가나 리더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덕목 중 하나로 삼았다. 그러나 인재를 알아보는 안목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 국무총리는 그 자리에 걸맞은 인사를 찾지 못해 세월호 사태를 책임지고 물러나기로 했던 정홍원 총리가 다시 유임되었다. 그로 인해 총리는 물론 장관 인선을 둘러싸고 지인지감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미국에는 ‘함리스 에러’(Harmless Error)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즉 어떤 과오가 있어도 그 행위가 국가와 사회에 미치는 피해가 크지 아니한 경우 즉, 큰 해가 없는 잘못은 덮어 두고 간다는 매우 인간적인 원칙이라는 것이다. 물론 모든 것이 갖추어 지고 아무런 결점이 없는 완벽한 인재라면 더 더욱 좋겠지만 말이다.

조선 후기 인재를 알아보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회자되는 인물 중 한 명은 실학자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나오는 변 부자이다. 공부만 하던 샌님 허생이 부인의 구박에 돈 벌기를 작심하고 장안의 큰 부자인 변 부자를 찾아가 다짜고짜 일만 냥을 빌려달라고 했다. 그러자 변 부자는 일면식도 없는 허생에게 선뜻 일만 냥을 내어주었다. 이에 여러 사람이 그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그 사람의 행색은 남루하지만, 말이 간명(簡明)하고 눈매에 자신감이 있었기에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되었다”라고 했다. 5년 뒤 허생은 변 부자에게 빌려간 돈의 열 배인 10만 냥을 갚았다. 변 부자의 사람 보는 눈은 정확했던 것이다.

당시 허례허식에 빠진 세태를 비판하였던 박지원은 10살 아래인 박제가를 친구로 삼았을 만큼 인재를 알아보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삼국 시대 촉한(蜀漢)의 초대 황제 유비가 삼국통일을 꿈꿀 수 있었던 것도 공명의 능력을 한 눈에 알아보았기 때문이며, 조조 역시 그의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 덕분에 천하의 인재를 가장 많이 거느린 왕으로 삼국을 통일 군림할 수 있었다.

지인지감은 옛날만이 아니라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능력이다. 친구, 배우자, 동업자, 스승 등 사람을 선택해야 하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고 이병철 회장은 인재를 알아보는 고수였다고 할 수 있다. 고 이 회장의 인사 철학은 ‘의심나면 쓰지 말고, 쓰면 의심 하지 말라(疑人勿用 用人勿疑)’였다. 삼성은 인재를 알아보기 위해 면접 장소에 관상 전문가를 초빙한다는 얘기가 있었다. 특히 임원 승진 때 최종 결정은 승진 대상자들의 사주를 보고 했다는 전설 같은 얘기도 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을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그 만큼 사람을야알아보는 일은 쉽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옛날 중국 당나라에서는 관료를 채용할 때 신언서판(身言書判), 즉 예의 바른 몸가짐과 품위 있는 언어, 바른 글 솜씨와 냉철한 판단력이라는 네 가지 기준을 세웠다고 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몇몇 정치인들의 부적절한 언행과 부정부패를 보면 우리도 신언서판을 적극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경기침체와 세월호 사건으로 나라의 위상이 곤두박질 친 이 때 그 어느 때보다도 인재가 필요하다. 인재란 관중(管仲)이 지은 ‘관자’(管子)의 목민편(牧民篇)에 나오는 나라의 존립에 필요한 예(禮) 의(義) 염(廉) 치(恥)라는 네 가지 덕목을 갖춘 사람이다. 예가 없으면 나라가 기울고, 의가 없으면 나라가 위태로워지며, 청렴과 검소함을 말하는 염이 없으면 나라가 넘어지고, 치마저 없으면 나라가 파멸을 면하지 못한다고 한다.

권옥술 주식회사 대유 대표이사 사장 재경 울산향우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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