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전통과 미래가 공존하는 프랑스 파리

▲ 개선문에서 바라본 파리 원도심. 인도가 차도 만큼이나 넓은게 특이점이다. 각 건축물에 대한 규제가 까다롭다보니 지붕 높이도 거의 똑같다.

울산 북부순환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듯 위치해 있는 우정혁신도시와 원도심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최신 건물과 대단지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고 있는 울산혁신도시와 달리 길 건너 원도심은 각종 개발사업이 답보상태로 머물러 있다. 천정부지로 값이 치솟는 아파트와 휘황찬란한 공공기관 청사가 즐비한 혁신도시 주민과 상대적 박탈감이 심한 원도심 주민들간에는 보이지 않는 위화감도 적지 않다.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혁신도시 건설사업이 정작 지역균형발전에는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혁신도시의 발전과는 별개로 울산의 역사와 전통이 녹아있는 원도심이 나름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차별화된 발전방안이 필요하다. 국내외 선진도시 탐방을 통해 혁신도시와 지역사회, 즉 신-구 도시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공존방안을 모색해본다.
■ 전통 고수하는 원도심
중앙정부 규제로 건물높이 6층 제한
지역·건물 개발금지·보존정책 펼쳐

■ 미래형 도시 라데팡스 지구
도심 외곽 형성 업무·주거기능 담당
보행자 중심 복합단지 기능도 맡아

지난 6월 방문한 프랑스 파리는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였다. 수백년 전부터 도시기능을 담당했던 원도심은 철저하고 지속적인 보존정책이 이뤄져 중후하면서도 세련된 멋을 뽐내고 있었고, 파리 주변에 형성된 신도시는 최첨단 미래형 도시로 자리잡아 가고 있었다. 개선문을 경계로 신도시인 라데팡스지구가 좌측에, 원도심이 우측에 형성된게 마치 북부순환도로를 사이에 둔 울산혁신도시와 원도심과도 상황이 비슷해 보였다.

하지만 분위기는 울산과 확연히 달랐다. 울산은 원도심이 정체되면서 두 지역간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반면, 파리는 맞춤형 정책이 실효를 거두면서 두 지역이 동반성장하고 있었다. 도심의 기능을 어느정도 분리해 신도시에서 원도심으로, 그리고 원도심에서 신도시로 유입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울산에서도 두 지역이 절묘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혁신도시가 가지지 못한 도시 성격을 원도심에서 부활시키는 맞춤형 정책이 필요해 보였다.

◇전통을 고수하는 파리 원도심

프랑스의 중심지이자 세계적인 관광지로 각광받는 파리는 고풍스러운 건물로 가득차 있다. 신축을 선호하는 한국과 달리 전통을 선호하는 파리의 민족성이 그대로 반영돼 오래된 건물일수록 비싸고 인기도 높다. 세계적인 명품인 루이비통 본사 조차도 파리의 수백년이 된 건물에 들어서 있을 정도다. 

▲ 프랑스 정부는 파리 외곽에 신도시를 개발했다. 사진은 사람 중심이자 파리의 최첨단 신도시 라데팡스지구. 개선문을 경계로 신도시와 원도심으로 구분되어진다.

원도심 대다수의 건물 높이는 6층(최대 31m)으로 제한돼 있고, 도로와 건물, 건물과 건물은 모두 맞붙어 있다. 상공에서 바라보면 스카이라인, 즉 건물들의 지붕이 마치 지평선 처럼 펼쳐져 있다. 건물주 마음대로 건물을 허물거나 리모델링을 할 수도 없다. 사전 허가를 받을 경우 정부로부터 비용의 절반을 보전받을 수 있다. 전통을 보존하겠다는 도시계획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특히 1900년대 초반 열악한 생활환경에 따른 도시정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이후 도시 팽창에 따른 개발의 필요성에 따라 원도심 일부에 대한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중앙정부가 1900년대 중반부터 역사적 의미가 있는 지역, 건물 등에 대한 개발 금지 및 보존 정책을 펼치면서 신도시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유럽의 중심이자 세계적인 관광지, 파리로 거듭났다.

파리의 역사와 전통은 주요 관광지인 샹젤리제 거리나 에펠탑 일원, 몽마르트, 루브르, 마레지구를 비롯한 원도심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파리 전통 음식점이나 관광객들의 눈길을 끄는 상점, 카페 등의 점포가 즐비하다. 최신 유행을 따라가기 보다는 파리의 전통 스타일을 고수하는 가게일수록 인기가 높다.

◇미래형 도시 라데팡스지구

라데팡스지구는 파리 원도심의 팽창에 따라 조성된 신도시이자 미래형 도시다. 금융·산업·정보분야 등의 글로벌 기업 본사 10여곳이 자리잡은 업무용 지구다. 고풍스러운 건축물과 골목길 등 전통과 낭만을 고수하는 원도심이 수용할 수 없는 기능을 라데팡스지구가 담당하고 있다. 파리 원도심을 보존하기 위한 사고에서 출발해 도심부 중앙이 아니라 외곽에 형성됐다.

초고층 빌딩이 여기저기 솟아 있는 모습은 대도시를 방불케 하지만 정작 라데팡스지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무런 거부감 없이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대형 공원이 사이사이에 배치돼 있었다. 산책로를 따라 주거와 공공을 위한 공간이 따로 형성된 복합단지로서의 기능도 담당하고 있다.

사람과 자동차가 뒤엉키는 주요 대도시와 달리 라데팡스지구는 여유 있는 걷기를 즐기는 프랑스인 답게 사람은 지상으로, 차량은 지하로 통행하는 보행자 중심이 핵심이다.

하지만 라데팡스지구는 업무와 일부 주거기능만 담당할 뿐 오락·문화·유흥 등의 기능은 원도심이 그대로 담당하고 있다.

최첨단 신도시로서 원도심과 기능을 완전히 분리한 탓이었다. 거기다 원도심까지의 접근성도 나쁘지 않아 특별히 신도시 쏠림현상 등이 나타나지 않는게 특이점이다.

글=이왕수기자 wslee@·사진=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인터뷰]파리도시계획연구소 앙드레 마리 부흘롱 부소장
“전통·역사 고려해 일관성 있는 도시계획 세워야”

프랑스 국가기관이자 파리 도시설계를 주관하는 ‘파리도시계획연구소(APUR)’ 앙드레 마리 부흘롱(사진) 부소장은 “각 도시의 전통이나 역사 등을 고려한 일관성 있는 계획이 있어야 도시의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장기적인 안목을 바탕으로 개발이나 보존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게 그의 설명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APUR의 역할은.

“파리의 전반적인 도시계획을 담당한다. 건축가, 도시계획가, 지리학자, 경제학자 등으로 구성됐다. 파리의 건물이나 지역에 대한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따져 미래 파리의 모습을 설계한다. 무분별한 개발을 막기 위한 기관이도 하다.”

-파리는 어떤 방식의 개발이 이뤄지나.

“파리는 상당히 오래된 도시이고, 지금도 옛날의 모습을 보존하고 있다. 도시 팽창에 따라 기존 도시가 담당하지 못하는 역할을 외곽에 조성된 신도시가 담당하고 있다. 그렇다고 신도시가 계속 성장하고 기존 도심이 점점 낙후되는건 아니다. 업무, 주거, 유흥 등 역할분담이 철저하게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신도시와 구도시가 공존하고 있는데.

“일반적이라면 신축건물이나 신도시를 선호하겠지만 파리시민들은 전통이 있는 옛 것을 좋아한다. 이런 민족성이 있기 때문에 파리시 차원에서도 옛 것을 허물기보단 유지·보수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파리 어디에서나 1시간 이내에 파리 중심지로 이동할 수 있는 교통망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특별히 신도시를 선호하거나 원도심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균형발전이 가능해졌다.” 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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