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중인 ‘동네도서관’ : (중)도서관이 가져온 지역사회 변화

▲ 최근 개관한 울주군 범서읍 구영리 선바위도서관 어린이자료실에서 어린이들이 엄마와 함께 책을 읽고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토익공부 등 학습보다 ‘독서 즐기는 곳 ’ 분위기 형성

북구 기적의 도서관경우 올 상반기 대출 2만여권 달해

30~40대 엄마들 특강·영화상영 적극 참여 문화 이끌어

“도서관 하나 들어섰을 뿐인데 문화적 혜택을 많이 누리고 있어요. 정말 좋아요.”

울산시 울주군 구영리에 사는 유미경(여·40)씨는 최근 집 근처에 새로 생긴 선바위도서관을 자주 찾는다. 9살, 5살, 7개월 된 아이 셋을 기르고 있는 유씨는 큰 아이들을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보내놓고 난 뒤, 7개월된 막내를 등에 업고 도서관에 간다.

한 손에 들려진 빈 가방에는 아이들에게 들려줄 책으로 가득찼다. 유씨는 도서관에서 책만 빌리는 것이 아니다.

22일 도서관에는 오전 10시부터 ‘책 고르는 방법, 읽어주는 방법’을 주제로 한 부모특강이 열렸다. 유씨가 듣고 싶었던 강의였다.

그는 “도서관이 생기기 전에는 선바위 다리 밑에 물놀이를 가거나 키즈카페에 가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았다”며 “집이나 학교, 유치원에도 책은 많이 있다. 책만 빌리기 위해 도서관을 찾는 것은 아니다. ‘문화공간’인 도서관 자체에 오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학습이 아닌 책을 읽는’ 문화 만들어

도서관 본연의 목적은 단연 ‘책 읽기’다. 공부를 하는 ‘학습’이 아니라는 뜻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문화생활’의 한 부분이다. 책을 접하고 읽고 싶어하는 욕구는 남·녀·노·소 구분이 없다.

지난해 11월 개관한 남구 무거동 신복도서관에는 혼자 책보고 시간을 보내는 어른들이 많다. 중·고등학생들이 없는 오전에는 주변 아파트에 살고 있는 40~50대들이 혼자 도서관을 많이 찾는다.

신복도서관 종합자료실 이수민 담당자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도서관을 찾아 책을 읽는 성인들이 많다”며 “남구지역에 도서관이 많이 없다보니 주민들이 도서관 자체를 반가워한다”고 말했다.

울주군 선바위도서관은 건립을 하면서 아예 학습의 공간인 ‘열람실’ 자체를 만들지 않았다. 다만 주말이나 시험기간에 행사가 없을 경우 세미나실 일부를 학습실로 개방하고 있다.

10년째 운영 중인 북구 농소2동 기적의 도서관도 마찬가지다. 이곳에서는 토익공부를 하거나 시험공부를 하는 고시생들을 찾아볼 수 없다. 지역사회에서는 자연스럽게 ‘시험’보다 ‘책’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퍼진다.

기적의 도서관 이영주 관장은 “도서관은 무한상상을 위한 곳이며, 책을 읽고 책 속의 다른 세계를 보는 것이 목적이다”며 “간혹 공부를 하러 오는 학생들에게도 딱딱한 분위기보다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주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적의 도서관은 올해 상반기 대출권수가 2만2130권에 달한다. 회원 1만4566명이 1명당 1.5권씩 책을 빌려간 셈이다. 기적의 도서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전체 도서수가 4만6399권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양이다.

◇30~40대 주부들이 도서관문화 이끌어

지역사회에 도서관이 생기면 가장 먼저 변화하는 사람들이 ‘엄마들’인 만큼, 30~40대 주부들이 도서관 문화와 지역사회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최근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는 연령대가 대폭 낮아지면서 유아와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 내부 시설과 프로그램도 확대되고 부모교육과 또래모임도 활발한 추세다.

선바위 도서관 권민철 주무관은 “도서관이 문화와 유희를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기 때문에 지역주민들의 참여가 곧 도서관을 활성화시키는 주요 요인”이라면서 “지난 일요일 도서관에서 영화를 상영하는데 어린이들을 데리고 온 30~40대 부모들로 99명 좌석에 140명이 몰려 성황이었다”고 밝혔다.

울산지역 곳곳의 도서관에서는 여름방학을 맞아 주로 유아와 초등학생을 위한 특강이 펼쳐지고 있다.

성인을 위한 강좌는 대부분 부모들을 위한 강좌로 인문학 책읽기와 북스타트 교육 등이 인기다.

지자체에서는 엄마들과 함께 유아와 어린이들의 도서관 문화가 확대되면서 수요에 맞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선바위 도서관은 유아실과 어린이실을 각각 나눠 세분화했다. 남구에서는 오는 8월이면 옛 옥현유적전시관을 옥현어린이도서관으로 리모델링해 완공할 예정이다.

푸르지오 작은도서관, 기적의 도서관 등에는 바닥에 ‘온돌’을 설치해 어린이들이 신발을 벗고 맨발로 안방처럼 지낼 수 있게 했다.

김은정기자 new@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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