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흥국들이 자동차와 관련된 규제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내 자동차업계의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중국과 칠레, 아르헨티나 등에서는 신차 구매를 제한하거나 자동차에 매기는 세금을 인상하고 나서 해외 수출 물량이 많은 현대·기아차가 특히 긴장하고 있다.
 2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현대·기아차는 전 세계적으로 404만3천415대를 판매해 반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하반기 실적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먼저 최대 자동차 수출 시장인 중국의 경우 신차 구매 제한 조치가 걸림돌로 꼽힌다.
 중국 정부는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해지자, 신규 자동차 번호판을 추첨이나 경매방식을 통해 발급하는 방식으로 신차 구매를 제한하고 있다.
 현재 이 제도를 시행 중인 곳은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톈진 등 7개 대도시이지만, 점차 다른 도시로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 지도부의 민생개선과 대기오염 해결 등의 의지와 맞물려 신차구매 제한 조치는 다른 지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3월 항저우가 이 정책 도입을 발표하자, 난징에서도 관련 제도가 시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차량을 미리 사려는 수요가 일기도 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해외법인장 회의에서 하반기 세계 자동차 시장에 부정적 영향 요인이 산재해 있다며 중국의 신차구매제한 조치를 예로 든 바 있다.
 칠레에서는 바첼레트 정부의 조세개혁 프로젝트의 하나로 디젤차에 환경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 법안이 상원을 통과해 확정되면 디젤차에는 대당 100만∼200만 페소(1천800∼3천600달러)의 추가 부담금이 발생한다.
 디젤차는 같은 급의 가솔린모델보다 약 2천∼5천500달러 더 비싸다는 점에서 디젤차 판매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칠레시장 점유율 높은 한국차는 상대적으로 현지 수출 감소폭이 클 것 예상돼 우리 정부도 국내 자동차 업계의 우려를 담은 서한을 칠레 정부에 전달한 상태다.
 현대·기아차는 올 상반기에 칠레에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8% 감소한 3만1천780대를 판매하는데 그쳐 이 법안까지 시행되면 판매량은 더욱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기아차는 아르헨티나에서도 이미 타격을 받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외환보유액 감소에 대한 대응책으로, 지난해 12월 고급차 및 사치품에 대한 내국세 인상을 골자로 하는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출고 가격이 17만 페소인 자동차에 대해 30%에서 최대 50%까지 내국세를 부과해 자동차의 총 과세율은 68%에 달한다.
 이 영향으로 현지 생산모델을 제외하고 수입 자동차 가운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고급세단 등 중대형 차량의 판매가 감소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 싼타페에는 50%의 내국세가 적용됐다. 이 때문에 올 상반기 현대·기아차의 아르헨티나에서의 판매 실적(1천158대)은 작년 상반기(4천203대)보다 72.5%나 급감했다.
 터키 정부는 올해 초 고급 수입차 등 일부 사치품의 특별소비세를 인상했으며, 그 결과 내수 부진으로 이어져 자동차 산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
 현지 공장을 가동 중인 현대·기아차의 올 상반기 터키 시장 판매 실적은 9천174대로 작년보다 5.8% 증가했지만, 조만간 세율 인상의 영향권 안에 들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지통화 리라화의 가치가 급락한데다 세율 인상이 겹쳐 차량 판매가격 인상이 불가피해 전반적인 내수 판매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현대·기아차가 현지 업체를 제치고 판매량 1위를 기록했던 러시아에서도 실적 호조를 계속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러시아는 중앙 및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외국계 수입 관용차 구매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러시아 토종업체들의 실적이 갈수록 악화하자, 우회적으로 지원하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교역국과 갈등이 우려된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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