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청해진 해운 회장)이 6월 초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기소된 유씨 측근 8명에 대한 검찰의 공소 유지에도 비상이 걸렸다.
 유씨와 공범 관계로 기소된 일부 계열사 대표들이 공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며 유씨에게 책임을 떠넘길 경우 자칫 유죄 입증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23일 검찰과 법원에 따르면 현재까지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유씨 측근이자 계열사 임원은 모두 8명이다.
 가장 먼저 구속 기소된 송국빈(62) 다판다 대표를 비롯해 박승일(55) 아이원아이홀딩스 감사, 이재영(62) ㈜아해 대표, 이강세(73) ㈜아해 전 대표, 변기춘(42) 천해지 대표, 고창환(67) 세모 대표, 김동환(48) 아이원아이홀딩스 이사, 오경석(53) 헤마토센트릭라이프연구소 대표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피고인 8명의 범죄 혐의 액수는 총 1천억원에 육박한다.
 이들은 청해진해운 관계사의 대표이사 등 임원으로 일하면서 유씨 일가를 위한 컨설팅 비용, 고문료, 상표권료, 사진 값 등의 명목으로 각각 30억∼260억원 상당의 계열사 자금을 빼돌려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담당 재판부인 인천지법 형사12부(이재욱 부장판사)는 이미 한 차례 정식 재판과 2차례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이들 중 회사자금을 빼돌려 유씨에게 2억4천만∼5억8천만원의 고문료를 지급하는 등 유씨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혐의를 받고 있는 피고인은 송 대표 등 모두 4명이다.
 다른 피고인들도 ­헤마토센트릭라이프를 통해 2억∼17억원 어치의 유씨 사진을 사들이는 등 간접적으로 유씨와 얽혀 있다.
 오 대표, 변 대표, 박 감사 등 일부 피고인은 이미 첫 재판에서 인터폴에 적색수배령이 내려진 유씨 핵심 측근 김필배(76) 전 문진미디어 대표와 유씨 차남 혁기(42)씨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유씨는 계열사 대표 등에게 직접 지시를 내리기보다는 김 전 대표를 중간에 내세워 각종 횡령·배임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변 대표측 변호인은 첫 공판에서 “공소 사실 중 자금 흐름에 관한 부분은 인정하지만 피고인은 월급쟁이 사장에 불과했다”며 “김필배씨의 지시에 따라 범행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 전 대표는 현재 미국 하와이에서 잠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김 전 대표의 체류자격을 취소했지만 국내로 언제 추방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미국에서 도피 중인 차남 혁기씨의 범죄인 인도 여부도 불투명하다.
 이런 가운데 유씨 사망 사실이 확인되면서 피고인 중 일부는 강하게 혐의를 부인하거나 유씨에게 모든 혐의를 떠넘길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김진태 검찰총장은 전날 최재경 인천지검장에게 유씨 사망 여부와 관계없이 유씨 장남 대균(44)씨 검거를 비롯해 세월호 사고 관련 수사와 공판에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했다.
 인천지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유병언 회장과 계열사 사장 등 다수의 관련자들이 저지른 기업비리”라며 “유씨 조사 여부와 관계없이 충분한 조사와 객관적 물증 등을 통해 경영비리 입증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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