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2일 전남 순천의 한 매실밭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인 것으로 드러났지만 풀리지 않는 각종 의혹이 여전해 경찰의 수사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순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 박모씨의 매실밭에서 발견된 변사체의 신원이 DNA 검사와 지문 채취를 통해 유씨인 것으로 확인했다.
 또 경찰은 이와 함께 구원파 계열사가 제조한 스쿠알렌 병 등 유류품을 비롯해 변사체가 유병언임이 확실하다고 추정할 수 있는 정황증거와 감정 결과를 제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명백한 증거 제시에도 유씨로 추정되는 변사체의 부패 상태와 유류품 등 주변 정황 등을 들어 각종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날 순천경찰서에 차린 수사본부에서 대책회의를 열고 사체가 발견된 현장에 대한 정밀 재수색을 벌이기로 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 시신 부패 상태
 유씨 시신에 대한 의문은 무엇보다 부패 상태를 비롯해 자살 또는 타살 여부, 소지품으로 발견된 소주병과 막걸리 병 등으로 집중되고 있다.
 유씨의 시신은 발견 당시 백골이 드러나고 머리카락이 분리될 만큼 부패가 심해 신체 형태로는 신원을 분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난 5월 25일 순천 송치재에서 달아난 것으로 알려진 유씨가 아무리 날씨가 더웠다 하더라도 불과 18일 만에 백골 상태의 변사체로 발견된다는 것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경찰은 유씨 시신을 발견했을 때 신체의 80%가 썩어 뼈가 드러난 백골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옷에 덮인 일부분을 제외하고는 뼈만 남았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온도와 습도 등에 따라 18일 만에도 백골 상태의 육탈(肉脫)이 가능하다는 견해를 보이기도 하지만 경찰이 풀어야 할 숙제 가운데 하나이다.
 ◇ 사망 시점
 일부에서는 시신이 발견된 현장의 잡초가 죽어 있는 상태를 근거로 최소한 6개월 전에 숨졌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유씨가 송치재에서 달아난 5월 25일부터 변사체로 발견된 6월 12일까지 그 자리에 있었다고 가정한다면 발견된 지 40일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는 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장에 시신이 있던 자리의 풀은 누렇게 죽은 상태여서 최소한 6개월 이상을 누워있는 상태였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경찰은 발견 당시 변사체가 숨진 지 약 6개월 정도 지났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심지어 신체 특성 등이 달라 유씨가 아닐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 단종된 소주병
 이와 함께 발견 당시 변사체는 점퍼 차림에 벙거지를 쓰고 있었고, 시신 옆에 있던 천 가방 안에 소주 2병과 막걸리 병이 들어 있었다.
 평소 술을 마시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유씨가 왜 가방에 술병을 넣고 다녔는지 의문이다.
 특히 소주병은 2003년 출시돼 이미 단종된 지 10년이 지난 ‘B골드’였다.
 이에 따라 물을 마시기 위한 식수통으로 소주병과 막걸리병을 이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 같은 정황을 근거로 유씨가 송치재에서 달아났다는 5월 25일보다 훨씬 이전에 어떤 사유로 숨져 현장에 방치됐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 사망 원인
 무엇보다 가장 큰 의문은 자살, 타살, 자연사 중 어느 것이 사망 원인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발견 당시 시신의 자세는 잠자는 듯 똑바로 누워 하늘을 향한 상태였다. 잠을 잘 때처럼 오른손을 아래로 뻗고 왼손을 아랫배 위에 올린 자세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일부에서 유씨의 시신의 목과 몸통이 분리된 사실을 근거로 타살 의혹을 제기했지만, 경찰은 “외견상 타살 혐의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타살 의혹을 배제했다.
 그러나 20억원의 도피자금 등 현금이 전혀 없는 점과 평소 사용하던 안경을 비롯해 휴대전화와 지갑 등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이 ‘타살 의혹’의 근거로 거론돼 경찰이 풀어야 할 숙제로 보인다.
 수사본부는 이날 오전 순천경찰서에서 대책회의를 열어 앞으로의 수사 방향에 대한 논의를 한 데 이어 오후에는 시신 발견현장 정밀 재수색에 나서기로 해 수색 성과가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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