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형을 살해하고 시신을 잔인하게 훼손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인천 모자(母子) 살인 사건’의 피고인이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2부(민유숙 부장판사)는 24일 존속살해·살인·사체손괴·사체은닉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모(30)씨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기징역으로 형을 낮췄다.
 재판부는 지난 10년간 사형으로 확정 판결된 다른 사건과 비교하면 정씨의 범행에 대해서는 감형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정씨의 이모들 등 친척들이 사형을 면해 반성의 기회를 갖게 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낸 점, 정씨가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등도 함께 고려했다.
 재판부는 “사실조회를 통해 확인한 지난 10년간의 사형 판결 사건 16건을 보면 13건은 다수 피해자에 대한 살인, 강도 등 다른 범행과 결합된 범죄, 더 잔혹한 살해 방법을 쓴 사건”이라며 “정씨의 죄질보다 더 중한 사안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해자의 자매를 비롯해 외삼촌, 고모 등 친척 모두가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며 “정씨가 가족 중 살아남은 유일한 사람이기에 그가 세상을 살아가며 죄를 뉘우치고 반성할 기회를 달라는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정씨가 제출한 반성문의 내용과 법정 진술 등을 보면 스스로 잘못을 깊이 참회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죄질이 나빠 엄중한 형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점은 고려하되 적은 나이의 초범이고 교화의 여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이날 하늘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한 정씨는 수갑이 채워진 두 손을 모으고 선 채로 재판장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시선을 아래로 한 그는 시종일관 침착한 표정으로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정씨는 지난해 8월 13일 인천시 남구 용현동에 있는 어머니 김모의 집에서 김씨와 형을 밧줄로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도박과 사치생활로 빚을 지고 신용불량자가 되자 어머니와 형을 살해한 뒤 재산을 상속받아 가로채려고 한 것이다.
 정씨는 아내 김모씨와 함께 강원도 정선과 경북 울진에 훼손한 어머니와 형의 시신을 각각 버렸다. 공범으로 지목된 아내 김씨는 수사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앞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은 배심원들의 유죄 평결을 받아들여 사형을 선고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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