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발견후 관리소홀로 쓰레기 뒹굴고 밟혀 죽고

인근에 토사도 쌓여있어 유실땐 자생지 전체 훼손

▲ 지난해 울산시 북구 당사해안에서 발견된 환경부 멸종위기 갯봄맞이 자생지가 인근지역에서의 공사와 관리소홀 등으로 훼손되고 있다. 24일 울산생명의 숲 정우규 공동대표가 본사 취재팀과 함께 우가마을 일대 갯봄맞이 자생지를 둘러보고 있다. 김경우기자
지난해 울산시 북구 당사해안에서 발견된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식물(2급)인 ‘갯봄맞이’ 자생지가 행정기관의 관리 소홀로 훼손되고 있다.

인근에는 개인토지 개발공사로 토사까지 자생지 근처로 유실되는 상황이라 갯봄맞이 최남단 자생지인 이곳 습지가 사라질 위기에 놓여 보호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4일 울산 북구 당사동 우가마을 일대. 해안쪽으로 내려가다보면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인 갯봄맞이 집단 자생지가 위치해 있다.

지난해 이 곳 자생지를 발견한 울산생명의 숲 공동대표인 정우규 박사는 아직 꽃망울을 피우지 못한 갯봄맞이를 가리키며 “보존이라던지,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아 지난해 발견때보다 상태가 더욱 나빠졌다”고 지적했다.

자생지 곳곳은 사람들이 다녔던 흔적에 풀이 누워 있는 길이 나 있었고, 일부는 아예 밟혀 죽어 있었다. 보통 개화시기가 5월부터 9월로 알려져 있지만 이 날 1시간여 둘러본 결과 꽃을 피운 모습을 볼 수 없었고, 오히려 온갖 쓰레기와 폐어구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최근에는 바로 옆 개인사유지에서 개발공사가 진행되며 성토된 흙이 자생지 바로 위까지 유실돼 자생지 전체가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

이곳은 지난해 5월께 정우규 박사가 울산지역 희귀 동·식물 자생지와 서식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북구 당사해안에 집단으로 서식하는 것을 발견하며 세상에 알려졌다.

북방계 식물로 함경도 해안에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갯봄맞이는 쌍떡잎식물 앵초목에 속하며, 바닷가 습지에서 자라는 식물로 2000년대 이후 강원 속초, 경북 포항 등지에서 갯봄맞이가 발견되자 지난 2012년 7월께 환경부가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으로 지정한 바 있다.

지역 환경단체는 발견 당시 울산시가 ‘자생지 주변 환경을 정비하고 무단 채취와 훼손을 단속하는 등 보전대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지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울산시는 분기마다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등 관리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식물은 관리자체가 힘들다. 멸종위기 식물이라고 안내판을 설치하면 이를 보고 방문객이 몰려 더욱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낙동강유역환경청과 국립생물자연관은 “멸종위기식물이라고 무조건 보호조치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의 접근으로 자생지가 훼손되거나 훼손 우려가 있다면 지자체에서 관리보호 의무를 다해야 한다”며 “향후 울산시나 북구청과 실태조사나 모니터링 등을 통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그에 맞는 보호대책을 세우겠다”고 설명했다.

김준호기자 kjh100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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