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에 이은 말레이시아 여객기 피격사건과 관련한 유럽연합(EU)이 검토중인 대(對) 러시아 신규 제재는 러시아 경제의 돈줄을 죄는 결과를 야기할 것이라는 점에서 큰 파장이 예상된다.
 24일(현지시간) 28개 EU 회원국 대사들이 검토한 집행위원회의 신규 제재안에는 유럽 금융시장에 대한 러시아 국영은행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 등이 보도했다.
 10쪽 분량의 비공식 협상문서(넌페이퍼·nonpaper) 형태로 정리된 이번 제재안에 따르면 유럽 투자자들은 러시아 정부가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모든 은행의 주식과 채권을 신규로 사들이는 것이 금지된다.
 이 제재안은 “(유럽) 자본시장에 대한 접근을 제한함으로써 러시아 금융기관의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자국 경제에 대한 자금공급 능력도 제약을 받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EU가 러시아에 대해 역내 자본시장의 접근을 막으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제재안은 앞서 미국이 러시아 기업 추가 제재 대상에 은행으로는 가스프롬방크와 국영 대외경제개발은행(VEB) 등 두 곳만 포함시킨 것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라고 텔래그래프는 전했다.
 러시아 정부가 주식의 50% 이상을 보유한 은행 가운데 ‘빅4’는 스베르방크, 대외무역은행(VTB), 러시아농업은행, VEB 등으로 이 가운데 스베르방크와 VTB는 런던증시에 상장돼 있다.
 러시아 국영은행들은 지난해 전체 자금 수요 158억유로(22조원)의 거의 절반을 유럽 시장에서 조달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로이터는 러시아 정부가 개입해 국영 은행에 자금을 대주더라도 장기적으로 성장 억제, 자본유출 가속화, 루블화 압박 등을 야기하며 러시아 경제에 상당한 타격이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모스크바 소재 컨설팅사인 매크로어드바이저리의 크리스 웨퍼는 EU 신규제재안이 시행될 경우 “러시아 국영은행은 국내 시장이나 정부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이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BCS의 모스크바 소재 애널리스트 율리아 사파르바코바 등 다른 분석가들을 인용, 러시아 은행이 중국 등 다른 시장에 기댈 수도 있지만 장기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조달에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번 EU 신규 제재에 석유와 가스 수입제한 등 러시아 경제의 핵심인 에너지 분야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지적했다. 러시아 수출에서 에너지 부문은 68%를 차지한다.
 이 신문은 또한 이번 제재로 러시아 관련 주식을 보유한 서방측 투자자들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 유럽 금융시장의 중심인 영국 런던 금융가가 예상보다 더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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