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업계에 환율하락에 따른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 등 완성차업체들은 올해 자동차를 더 많이 팔았음에도 환율 하락의 직격탄을 맞으며 2분기에 모두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기는 하지만, 실적 악화의 폭은 예상보다 더 컸다.
 특히 기아차가 25일 발표한 2분기 실적은 ‘어닝 쇼크’ 수준이다.
 작년 2분기에 1조1천263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올 2분기에 7천697억원으로 31.7%나 쪼그라들었다. 이같은 영업이익 감소율은 역시 환율 충격이 강타한 2012년 4분기(51.1%), 2013년 1분기(35.1%)에 이어 기아차 역사상 3번째로 가파른 폭이다.
 매출액도 작년보다 1조원 이상 빠진 12조545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에 자동차 전체 판매실적은 작년보다 4.3% 늘었는데도 영업이익이 급감한 것은 원화 강세로 수익성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원화가 강세면 똑같은 대수의 차를 팔아도 판매대금을 원화로 바꿨을 때 손에 쥐는 돈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기아차로서는 내수시장에서 고전했던 점이 뼈아플 것으로 보인다. 2분기 내수 판매량은 11만625대로, 작년 2분기보다 7천25대나 줄었다. 주력 차종인 K시리즈가 노후화하면서 신차를 앞세운 경쟁업체들에 밀린 탓이다.
 기아차는 주요 수출국인 러시아의 루블화 가치 하락이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기아차는 지난달 러시아에서 현지업체인 아브토바즈에 이어 판매실적 2위를 기록할 정도로 러시아 현지에서 장사를 잘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루블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현지 매출과 이익을 원화로 환산하는 과정에서 손해를 본 것이다.
 기아차는 올 상반기에 미국, 슬로바키아 등 해외공장에서 33만524대, 국내 공장에서는 44만4천729대를 생산했다. 기아차의 해외생반 비중은 44%로, 현대차의 64%보다 훨씬 낮다.
 기아차 관계자는 “수출이 75%에 달하는 사업 구조상 환율하락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도 2조872억원을 겨우 2조원대를 턱걸이했다. 작년 2분기보다는 13.3% 급감한 수치다.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한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긴 했지만, 원화 강세 속에서 그나마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해외공장 생산 비중이 높은 덕분이다. 현대차는 미국, 체코, 터키, 인도, 브라질, 러시아에 공장이 있으며, 중국에는 3개의 공장을 가동 중이다.
 문제는 하반기 실적 전망 역시 어둡다는 점이다. 증권가는 현대·기아차의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하반기 실적 전망치도 줄줄이 낮추고 있다.
 동부증권은 현대차의 올해 연간 매출액 추정치를 89조원으로 종전보다 1.5% 내리고 영업이익도 7조9천억원으로 2.9% 하향조정했다.
 하반기에도 원화 강세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데다 글로벌 업체간 경쟁 심화, 신흥시장 경기 침체, 국내에서는 소비심리 위축과 수입차 공세 등 국내외 경영환경을 둘러싼 악재가 산적한 탓이다.
 특히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조의 파업 리스크도 올 하반기 최대 변수로 꼽힌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에도 노조의 파업으로 모두 7만3천여대의 생산 차질을 빚으며 1조5천억원에 육박하는 매출 손실을 봤다.
 현대차는 ‘법원 판결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지만, 만약 노조의 요구대로 통상임금의 범위가 확대될 경우 실적에도 장기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삼성증권은 “현대차 기준으로 정기상여금을 통상 임금에 포함할 경우, 인건비 상승효과는 4천억원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2013년 영업이익대비 0.5%에 해당해 현대차 그룹 전체로는 연간 1조원 수준의 인건비가 증가할 것”이라고 추정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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