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 전남 순천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맞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정밀 감식 결과가 25일 발표됐지만 유씨 시신을 둘러싼 세간의 궁금증은 여전하다.
 지금까지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한 경찰과 국과수 등의 설명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 국과수의 유전자 분석이 40일이나 걸린 이유는.
 ▲ 정확하게 말하면 공휴일을 제외하고 24일 만에 완료된 것이다.
 시신이 발견된 것은 6월 12일이며 그 다음날 순천에 있는 성가롤로병원 의사가 부검을 하며 시신에서 대퇴골과 치아 한 점을 떼어내 16일 광주과학수사연구소로 감정 의뢰됐다.
 뼈나 치아 등 경조직류의 유전자 분석은 국과수 원주 본원에서 하게 돼 있어 18일 원주 본원으로 이첩됐다.
 국과수 내부 운영규정상 경조직류 유전자 분석은 공휴일을 제외하고 30일 만에 완료하게 돼 있지만 국과수는 이달 21일 오후 5시께 유전자 분석을 24일 만에 끝냈다.
 이를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유전자들과 대조 작업을 하자 바로 유씨로 추정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당시 국과수도 유전자 대조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이 유전자가 유씨의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없었기에 다른 감정물보다 서둘러 분석할 수는 없었다.
 -- 전남 순천 송치재 별장에 숨어 있던 유씨가 5월 25일 그곳에서 도주해 그날 바로 숨졌다고 해도 숨진 지 18일 만에 이렇게 빨리 시신이 부패할 수 있는가.
 ▲ 얼굴과 목 등은 부패하면 곤충이 탐습하기 좋은 부위인데, 시신의 얼굴이 구더기로 인해 많이 훼손돼 뼈가 드러나 보여 시신이 백골 상태가 된 것으로 보인 것이다.
 그러나 이 시신의 다른 부위에는 근육과 피부가 남아 있어 경찰이 처음 밝힌 대로 백골화가 된 것도 아니었다.
 미국 테네시대학교에서 시신 부패 실험을 한 결과 열흘 만에 구더기로 인해 시신 전체가 뼈만 남을 정도로 심하게 훼손되는 경우가 확인되기도 했다.
 -- 유씨의 수배 전단에서 유씨의 키 정보가 165㎝에서 160㎝로 바뀐 것은 변사체의 신장(159.03±3.94㎝)과 맞추려고 한 것이 아닌가.
 ▲ 검찰이 5월 22일 경찰에 유씨 부자에 대한 공개수배를 요청하면서 유씨 신장이 165㎝라고 통보해 이를 토대로 수배 전단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경찰이 검찰로부터 유씨의 수형기록을 받아 다시 확인해보니 유씨 키가 160㎝라는 것을 알게 됐고, 6월 16일 신체특징을 수정한 새로운 전단을 배포했다.
 -- 인터넷에 유포된 시신 사진을 보면 시신이 반듯이 누운 자세로 돼 있는데, 유씨가 다른 곳에서 사망했고 이후 누군가가 시신을 옮겨다 놓은 것이 아닌가.
 ▲ 현장의 사진만 보고 사망 당시의 상태를 단정하는 것은 웃기는 것이다. 시신의 자세는 다양한 요인으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 유씨가 저체온증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은.
 ▲ 시신이 발견된 현장은 습기로 인해 표피에도 물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시신의 신발과 양말이 벗겨진 것도 저체온증 때문에 덥다고 착각하는 ‘이상탈의’ 현상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저체온증은 유씨가 사망한 원인 중 하나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시신의 장기 훼손이 너무 심해 분석하는 데 한계가 있어 국과수는 공식적으로 이런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 유씨는 평소 술을 먹지 않는데 유류품 중 술병이 발견된 이유는.
 ▲ 여러 정황상 유씨가 술을 먹었다기보다는 물병으로 활용할 생각으로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일부 병은 몸체와 뚜껑이 다른 것도 있었다.
 시신에서 검출된 알코올 성분은 부패로 인한 것으로, 사망 당시 유씨가 술을 먹었다고 볼 증거가 없다. 물론 유씨가 술을 먹었지만 사망 당시에는 술에서 깼다면 알코올 성분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 유씨의 목이 몸통에서 절단됐다는 이야기가 계속 돈다.
 ▲ 목이 강한 외력에 의해 떨어져 나간 흔적은 전혀 없다. 목의 근육과 연골 조직이 워낙 부패가 많이 됐고, 사후 동물 등에 의해 그렇게 됐을 수도 있다.
 -- 유씨의 머리 부분과 몸통이 서로 다른 사람의 것이라는 설에 대해서는.
 ▲ 유전자 분석을 할 때 머리에서 채취한 유전자와 몸에서 얻은 유전자를 모두 활용했으며, 이 두 부분의 유전자도 동일인의 것이다.
 -- 6월 13일 1차 부검 때와 이달 22일 국과수 2차 정밀 부검 때 시신이 바꿔치기 됐다는 주장도 있다.
 ▲ 1차 부검할 때 유씨의 신체 특징인 손가락 일부가 절단된 것이 파악됐고 국과수의 시신 부검에서도 똑같은 내용이 확인됐다. 또 치아 정보와 두개골 특징도 1차와 2차 부검 자료가 정확하게 일치한다.
 -- 경찰이 6월 12일 유씨 시신을 발견한 이후 지문 채취에 두번이나 실패했지만 40일이 지난 22일 시신의 유전자 분석 결과가 나오자 비로소 지문을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 시신이 너무 부패해 현장에서 지문을 채취하는 것이 어려웠다. 6월 13일 부검할 때 부패가 덜 진행된 왼손 손가락 5개를 절단해 물에 불린 후 그달 18일과 24일 ‘고온습열처리기법’으로 지문을 채취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이달 21일 시신이 유씨인 것으로 확인되자 사건의 중요성을 인식해 베테랑 과학수사요원을 투입해 ‘주사기법’(탈수 건조된 손가락에 주사기로 물을 주입해 팽창시켜 지문을 뜨는 기법)을 써서 오른쪽 집게손가락 지문을 얻을 수 있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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