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중인 ‘동네도서관’
(하) 주민이 주도하는 도서관 문화

▲ 지난 25일 염포양정도서관(관장 이옥선)세미나실에서 ‘아지랑이 독서회’ 회원들이 강사로 부터 한국사 강의를 듣고 있다. 임규동기자 photolim@ksilbo.co.kr

최근 동네도서관들은 책 뿐만아니라 ‘사람’을 모으고 있다. 도서관 한쪽에 세미나실, 동아리방 등을 만들고 지역주민들에게 ‘이리로 오라’고 손짓한다.

세미나실에는 각종 강의가 열리고, 주민들은 동아리를 만들어 책을 읽고 지역사회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진다. 책만 꽂아뒀던, 주민들이 도서관을 찾지 않으면 책 위로 먼지만 쌓였던 수동적인 형태에서 진화한 것이다.

종합자료실, 열람실이 아닌 ‘동네 작은 광장’과도 같은 이 공간은 주민들이 도서관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주민들의 욕구에 따라 강좌가 개설되고, 평생학습의 공간이 마련되며, 자원봉사자들의 발길도 끊이질 않는다.

주민이 자발적으로 스터디·동아리·강좌 개설 참여
자원봉사자, 도서관과 연계한 학생 코칭 등 활동도

◇‘독서회’ 등 자발적 도서관 모임 생겨나

지난 25일 오전 북구 염포양정도서관 세미나실. 지역 주민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한국사를 공부하는 강의가 열렸기 때문이다. 이 강의에는 염포양정도서관의 ‘아지랑이 독서회’ 회원들이 주축이 됐다.

아지랑이 독서회 총무 남충우(49·북구 염포동·자영업)씨는 “2년 동안 독서회 활동을 하면서 회원들이 공통적으로 한국사에 대한 관심이 많이 생겨났다”며 “체계적인 공부가 필요해 회원들이 따로 모여 스터디(학습모임)를 하고 강의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아지랑이 독서회는 지난 2012년 만들어졌다. 염포양정도서관을 이용하는 주변 이웃들과 함께 책을 읽고 토론을 하는 모임이다. 지난달에는 김익중 교수의 ‘한국탈핵’이 주제였다.

남씨는 “울산 근처의 원자력발전소에 대해 평소 관심이 없었는데 책을 통해 지역사회에 원자력발전소가 미치는 여러가지 부분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도서관 강의실에서는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내는 수준높은 강좌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도산도서관에서는 지난 5월부터 성인들을 위한 ‘길위의 인문학’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UNIST 임진혁 교수의 ‘행복이란 무엇인가’, 6월에 부산대 이장섭 교수의 ‘한국전통문화의 지속과 변동’ 강의가 열려 지역주민의 호응을 받았다. 7월29일에는 울산대 양명학 교수가 ‘반구대 암각화와 함께하는 시간여행’을 주제로 학부모와 초등학생 등과 함께 반구대 암각화 탐방에 나선다.

이 강좌는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국도서관협회 주관 공모사업에서 선정된 것으로 울산에서는 도산도서관, 울주도서관, 옹기종기도서관, 염포양정 도서관 등 4곳에서 진행 중이다. 5월부터 10월까지 열린다.

도산도서관 관계자는 “인문학 특강과 탐방을 섞어 진행하고 있다”며 “강의를 듣고난 뒤, 주민들이 주제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고 논의하는 활발한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자원봉사자 참여로 풍성해지는 도서관

중구 약숫골 도서관 세미나실에서는 재능기부 봉사활동이 열린다. 지역주민으로 구성된 울산중구학습코치봉사단은 한 달에 한 번, 도서관을 찾는 학생들에게 ‘자기주도학습’을 알려주고 있다.

학습코치봉사단 윤덕숙(여·50)회장은 “지난 봄방학 캠프를 약숫골 도서관에서 진행했다”며 “20명의 학생들과 그 부모들과 함께 꿈교육과 노트필기법, 부모교육 등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약숫골 도서관은 1~2층에 주민센터, 3층 도서관, 4층에 동아리방, 세미나실 등으로 마련돼있다. 동아리방을 이용하는 자원봉사자들이 도서관과 연계한 활동을 자주 할 수 있는 이유다.

윤 회장은 “도서관에 세미나실과 동아리방이 있어 자원봉사자들에게는 고마운 일이다”며 “그곳에서 지역에 살고 있는 학생들을 코칭해주고, 강의도 할 수 있어 자주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인이 직접 도서관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남부도서관에는 특히 여중생들이 나서 1년여 동안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서여중 3학년인 정하윤·황희진 학생은 남부도서관 유아실에서 유치원생 등을 대상으로 영어동화구연을 해주고 있다.

정하윤 양은 “봉사활동을 해보고 싶었는데 남부도서관이 집에서 가장 가까운 도서관이고, 지역주민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 시작하게 됐다”면서 “지난해 7월부터 봉사활동을 시작했는데 이제는 우리를 기다려주는 아이들도 있어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 학생들은 매달 둘째주 토요일에 오전 11시30분에 봉사활동을 시작한다.

규모가 크지 않은 작은도서관의 경우, 주민의 자원봉사활동이 도서관 운영에 큰 보탬이 된다. 책을 분류하는 작업부터 바코드 붙이기, 대출과 반납 등 챙겨야 할 일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북구 책사랑작은도서관 서정선 운영위원은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이 도서관을 주도해나가는 만큼 도서관에 생기가 넘쳐나고 있다”고 밝혔다.

김은정기자 new@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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