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도 진실을 찾고 있습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변사체를 발견한 사실을 모르고 40여일을 넘긴 부실수사 탓에 직위 해제된 전 서장의 후임으로 발령된 최삼동 순천경찰서장은 다소 비장하게 말했다.
 지난 23일 별장 안 비밀공간에 유병언이 숨어 있었다는 검찰발표를 듣고 부랴부랴 압수수색에 나선 직후, 유 씨가 한때 은신한 순천 송치재 ‘숲 속의 추억’ 별장 앞에서였다.
 변사체가 유 씨였다는 사실을 놓친 순천경찰은 유씨가 별장 비밀공간에 숨어 있다 도주한 사실까지 뒤늦게 알아 경찰 입장에서는 두 번 무너지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최 서장의 말투에서도 검찰에 대한 서운한 감정이 뭍어났다.
 지난 21일 전남 순천 경찰은 자신들이 6월 12일 발견한 변사체의 DNA가 유씨의 것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다음날 새벽 냉동고에 보관 중이던 변사체에서 3번째 지문 채취를 시도해 변사체가 유씨임을 확인했지만 이미 뒤늦었다.
 시신의 신체적 특징, 복장, 함께 발견된 유류품 등에서 변사체가 유병언임을 암시하는 많은 직·간접적 증거를 경찰은 모두 놓쳤다.
 이뿐만이 아니다. 변사체 수습도 허술하게 해 지팡이, 유씨의 머리카락과 뼈 일부를 분실했다가 4일 만인 지난 25일 회수했다.
 국과수가 사인을 밝히는 데 실패하자 유 씨의 사망원인과 별장에서 도피 이후 행적을 밝히는 몫은 경찰에게 맡겨졌다.
 경찰이 순천 현지에 수사본부를 차리고 송치재 주변지역 전면 재수색에 나섰지만 성과는 거의 없다.
 지난 일주일여 동안 성과라고는 부실한 사건처리로 분실한 유류품 회수가 전부다. 지난 27일 수색견을 동원하고 수색구역을 세분화해 ‘책임 경찰’을 지정하는 고육책을 내놨지만 장기간 유 씨 수사에 지친 일부 경찰관의 푸념도 들린다.
 집중수색구역을 정한 구역도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유류품으로 나온 것과 유사한 소주병과 비료 포대가 발견된 주변으로 선정했을 뿐이다.
 경찰 관계자는 “의미 있는 단서가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엇이든 해보려고 수색견도 투입하고 그러는 것이다”며 “발로 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법 곤충학을 통한 사망시점 분석에 나서기도 했지만 시신 발견시점과 유 씨 확인시점이 워낙 차이가 나 결과를 장담하기도 어렵다.
 의혹은 의혹을 낳아 경찰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
 결국 유 씨가 변사체로 발견된 이후 일주일 동안 경찰이 한 일이라고 변사사건 처리 미숙으로 자초한 잘못을 다시 바로잡은 것밖에 없다.
 유병언의 행적과 사인을 규명하려면 마지막까지 유 씨와 함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운전기사 양회정 씨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
 그러나 그의 진술이 사실 규명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미지수이다. 양 씨는 “유병언 회장을 송치재 휴게소에 놓아두고 왔다”고 말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유 회장의 사망은 양 씨가 그를 ‘놔두고 온 뒤’라는 뉘앙스를 풍긴다.
 경찰이 유병언 전 회장의 죽음과 얽힌 진실 사이에서 헤매는 사이, 일부 누리꾼은 “경찰의 허술한 수사로 의혹이 자꾸 불거져 정작 중요한 세월호 사건의 진실은 묻히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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