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전격 자수한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운전기사 양회정(55)씨는 ‘순천 도피조’의 행동대원 역할을 맡았다.
 유씨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등 도피조 내에서는 핵심이었지만 사실상 도피조장의 지휘를 받는 입장이었다.
 양씨를 지휘한 도피조장은 구속 기소된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순천지역 핵심 신도 추모(60·구속기소)씨였다.
 추씨와 양씨는 팀을 이뤄 ‘회장님’의 순천 도피를 책임졌다.
 경기도 안성 금수원 내에 있던 이재옥(49·구속기소) 헤마토센트릭라이프재단 이사장이 지시하면 실행에 옮겼다. 이 이사장이 5월 27일 검찰에 체포되자 일명 ‘김엄마’ 김명숙(59·여)씨가 지휘권을 이어받았다.
 양씨는 5월 3일 유씨가 양씨의 처제(47) 집에서 순천 송치재 휴게소 인근 별장 ‘숲속의 추억’으로 이동할 때 동행했다.
 당시 유씨와 양씨를 비롯해 이 이사장, 김씨, 추씨, 유씨 수행원 신모(33·여·구속기소)씨 등 6명이 벤틀리 승용차 등 차량 2대에 나눠탄 채 이동했다.
 얼마 후 도피 ‘컨트롤 타워’였던 이 이사장과 김씨는 경기도 안성 금수원으로 되돌아갔다. 순천에는 유씨를 비롯해 양씨, 추씨, 신씨 등 4명만 남았다.
 추씨는 이 이사장 등 금수원 지휘조와 계속 연락하며 장기간 은신 체제를 마련한다. 이때 인테리어 업자 출신으로 알려진 양씨의 손재주가 본격적으로 발휘된다.
 양씨는 추씨의 지시를 받고 순천 시내에서 커튼을 구입해 별장 내부에 설치하는 작업을 했다. 외부에서 잘 보이지 않게 하려는 위장이었다.
 별장 현관문에 자물쇠를 채워 마치 안에 사람이 없는 것처럼 꾸미기도 했다. 특히 양씨는 갑작스럽게 누군가가 들이닥칠 것에 대비해 동서인 한모(49·구속기소)씨와 함께 별장 내부에 비밀공간을 만들었다.
 유씨는 5월 25일 검찰이 압수수색할 당시 이 비밀공간에 숨어 있다가 이후 혼자 별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양씨는 검찰이 순천 별장의 존재를 아직 알지 못하던 5월 17일께 한씨와 함께 유씨에게 제2의 은신처로 옮기자고 권유하는 등 치밀한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당시 유씨는 별다른 언급 없이 은신처를 옮기지 않고 계속 별장에 머물렀다. 양씨 등이 마련한 제 2은신처가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과 1주일 뒤에 검찰이 순천 별장을 덮친 점을 감안하면 양씨의 판단을 따르지 않은 점이 결국 유씨 스스로 목숨을 잃는 결과를 낳은 셈이 됐다.
 양씨는 한씨로부터 공급받은 유기농 식품과 생수 등 먹거리를 정기적으로 유씨에게 공급하기도 했다.
 검찰 조사 결과 양씨는 5월 중순 금수원에서 다시 순천으로 온 김씨와 함께 별장을 찾아가 먹거리를 전달했다.
 또 측근들이 찾아오면 별장으로 안내한 것도 양씨였다.
 그는 5월께 순천을 찾은 유씨의 여비서 김모(55·구속기소) 모래알디자인 이사를 차량에 태우고 별장으로 간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이사는 당시 유씨에게 안부를 묻고 상표권 설정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는 알려줬다.
 양씨는 지난 5월 25일 새벽 3시께 유씨가 숨어 있던 별장 인근의 야망연수원에서 잠을 자다가 수색 중인 검찰 수사관들을 발견했다.
 곧바로 유씨와 따로 떨어져 전주로 도주했고 이후 행방을 감췄다.
 검찰은 이날 자수한 양씨를 상대로 유씨가 순천 별장에서 은신할 당시의 행적을 추궁하고 있다.
 검찰은 20억원에 달하는 유씨 도피자금의 출처 및 용처에 대해서도 양씨가 알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의 재수색 당시 별장 내 비밀공간에서 발견된 여행용 가방 2개에는 각각 8억3천만원과 미화 16만달러(한화 1억6천만원 상당)이 들어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양씨는 전날 김엄마와 부인 등에 대한 검찰의 선처 여부를 지켜보고 하루 늦게 자수를 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유씨 행적을 알고 있는지, 도피자금을 누가 마련해줬는지 등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