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하도급 근절이 안전사회 밑거름
부실시공·안전사고 등 부작용 초래

▲ 서동욱 울산 남구청장

민선 5기 구청장으로 취임한 뒤 처음 접한 민원이 체불임금으로 고통받는 건설현장 근로자들의 고충이었다. 임금체불은 생계 곤란은 물론 근로의욕을 떨어뜨리고 건설기능 인력의 질 저하로 이어져 부실시공의 원인이 되는 악순환을 만든다. 이러한 폐단의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고민한 끝에 그 원인이 불법하도급에 따른 고질적 문제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물론 불법 하도급 문제는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잘못된 관행이기도 하고 우리 사회의 해묵은 병폐이기도 하다. 하도급이란 건설사업이 진행되면 일을 맡기는 사람이 일을 받는 사람 측으로 제조, 수리, 건설 또는 용역을 위탁하는 것을 말한다. 이 과정이 정상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뤄지면 건설사업자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의 협력관계가 형성돼 경제적 시너지(Synergy) 효과가 극대화되는 순기능을 가진다.

그러나 요즘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불법 하도급의 경우는 이와 같은 메커니즘(Mechanism)은 아닌 것 같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은 종합건설업체라고 하는 일반건설업체가 전문건설업체에 하청을 주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분야별 팀장이라는 책임자가 전문건설업체와 불법적인 계약을 통해 재하도급을 받는 형태의 불법 하도급이 이뤄지고 있다. 또 기술력과 자금력이 부족한 부실업체와 저가 계약을 맺어 시공에 참여시키는 경우도 있다.

불법적 하도급 체계는 시공능력이 떨어지는 업체의 건설공사 참여를 가능케 하고, 이는 곧 저가수주로 인한 수익저하를 만회하기 위해 공사기간 단축, 부실자재 사용 등으로 이어져 부실시공과 안전사고를 초래한다. 또 불법하도업자에 고용된 근로자들은 고질적인 체불임금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생계의 위협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근본적으로 다단계 하도급의 경우 도급 단위가 내려갈 때마다 공사대금이 깎이는 생리를 갖고 있다. 이는 저임금, 장시간 근로, 산재 빈발로 이어져 건설현장 근로자들의 근무조건을 악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병폐를 해소하고 건전한 건설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은 건설품질 향상만의 문제가 아니라 건설업에 종사하는 수많은 종사자들의 생업과 직결돼 있다. 그럼에도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해묵은 적폐가 해소되지 않는 것은 우리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잡은 건설안전불감증과 경제적 논리만을 추구하는 물질만능주의 때문일 것이다.

지금이라도 불법 하도급 문제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야 한다. 우선 공공시설물부터 불법 하도급이 발붙일 수 없도록 제도정비는 물론 철저한 지도점검과 감독이 필요하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공공시설물의 품질을 향상키고 안전한 시설물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것은 안전한 남구를 만드는 기본이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건설사업의 하도급 대금 선순환 구조를 확립해 책임시공을 위한 하도급자의 지위 향상을 지속적으로 도모해야 한다. 저가 하도급 개선과 하도급 직불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자금이 최일선 건설현장까지 안정적으로 도달하고 임금 체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둘째, 불법하도급자에 대한 행위 제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적발된 불법 하도업체에는 영업정지, 과징금 부과, 입찰제한 등 엄정한 제재를 가하고 이 사실을 시민들에게 공개함으로써 신뢰받고 투명한 행정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셋째, 발주기관 하도급 대금 지급확인 등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현장 근로자들의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청취하고 체불임금과 무리한 근로조건 등을 개선해 생계곤란과 안전사고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넷째, 불법하도급 행위 신고제를 활성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설업 종사자와 시민들의 참여가 필수인 만큼 신고 포상금제를 도입해 적극적으로 불법하도급 행위를 근절해야 한다.

이와 같은 노력들이 차질없이 실행된다면 하도급 관계는 갈등이 아닌 상호보완적인 협력체계로 이어질 것이다. 올바른 협업관계에서 발생한 성과와 바람직한 건설문화는 원 하도급자, 건설임대업자, 현장근로자들이 향유할 수 있을 것이며 더 나아가 시민 모두가 안전한 사회를 누릴 수 있는 밑바탕이 될 것이다.

서동욱 울산 남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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