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진행된 아르헨티나 정부와 2개 헤지펀드와의 채무 상환 협상이 성과없이 끝남에 따라 아르헨티나가 다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놓였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아르헨티나는 13년 전의 충격에는 미치지 않더라도 국제 신용도 하락에 따른 자금 조달 부담과 금융시장 침체 등 타격이 예상된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 왜 또다시 디폴트 위기 맞았나
 아르헨티나의 디폴트는 2001년 디폴트와 연결돼 있다.
 당시 1천억달러에 이르렀던 채무를 갚지 못해 디폴트에 놓였던 아르헨티나는 채권단과의 협의를 거쳐 채무조정안을 마련했다. 채권단이 빚을 대폭 삭감해 준 것으로 아르헨티나의 채무는 290억달러로 줄었다.
 하지만 채무조정안에 2개의 헤지펀드가 동의하지 않은 게 문제였다. 미국의 NML캐피털 등 2개 헤지펀드는 총 13억달러인 채무 전액을 갚으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미국 법원은 헤지펀드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달 27일 미국 연방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은 아르헨티나의 채무조정에 동의하지 않은 헤지펀드들도 채무조정에 합의한 채권단과 동일하게 대우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채무조정에 합의한 채권단에만 6월30일까지 이자 5억3천900만달러를 지급하려고 한 데 대해 제동을 건 것이다.
 이에 따라 아르헨티나 정부가 은행에 예치해 뒀던 자금은 채권단에 지불되지 않았다.
 법원은 아르헨티나에 30일간의 디폴트 유예기간을 줬다. 6월30일까지 이자지급을 하지 않아도 디폴트로 몰고 가지 않도록 한 것이다.
 대신 30일동안 헤지펀드와 합의를 한 뒤에 합의가 되면 이자를 지불하되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이자를 못 주도록 못을 박았다.
 이 같은 법원의 판결에 대해 아르헨티나는 반발했다.
 아르헨티나는 디폴트에 들어간 2002년에 부실 자산을 인수한 헤지펀드가 막대한 차익을 남기려고 하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이들 ‘벌처 펀드’(vulture fund)의 요구를 들어줄 경우 오랫동안 공들여 마련한 채무조정안이 물거품되고 다른 채무자들도 ‘탕감하지 않은’ 원금을 요구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아르헨티나는 헤지펀드와의 협상을 그다지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9일부터 이틀간 열린 집중 협상에서도 아르헨티나는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고 헤지펀드 역시 강경했다.
 ◇ 아르헨티나에는 타격…글로벌 영향은 크지 않을 듯
 아르헨티나가 다시 디폴트 위기를 맞음에 따라 아르헨티나 경제는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신용등급이 악화돼 국제 금융시장에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최근 페소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외환 통제를 실시한 탓에 보유 외환이 290억달러에 불과한 아르헨티나로서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더 많은 부담을 안게 된다.
 아르헨티나 금융시장의 동요도 예상된다.
 양측의 협상이 잘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에 따라 이날까지는 금융시장이 큰 혼란을 겪지 않았지만 당장 31일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 충격이 전달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대외적인 신뢰도의 추락에 따라 무역도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2001년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 13년 전보다는 충격이 덜할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001년에 비해 아르헨티나의 외환보유액은 2배 많고, 실업률은 19.2%에서 7.1%로 낮아졌다.
 또 실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4%에서 -0.2%로 나아졌다.
 그럼에도 디폴트는 아르헨티나의 성장률을 1%포인트 떨어뜨릴 것으로 마틴 레드라도 전 아르헨티나 중앙은행 총재는 내다봤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크리스틴 라가르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아르헨티나의 디폴트 영향이 “최소한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우리나라 경제의 기초가 튼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6월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3천665억5천만달러로 세계에서 7번째로 많은 외환을 보유하고 있다.
 이머징 마켓의 경우에도 아르헨티나와 경제적 연관이 깊은 국가의 경우 악영향이 우려되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국가들은 영향권에 휩싸이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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