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궐선거 참패로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의 ‘투톱체제’가 4개월여 만에 사실상 막을 내렸다.
 전략공천 실패 논란 속에 15곳 중 단 4곳만 당선인을 내는 데 그쳐 1년의 임기를 반도 채우지 못하고 퇴진한 것이다.
 둘 중에서도 차기 대권주자 행보에 제동이 걸린 안 대표의 타격이 더 커보인다.
 지난 2012년 9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정계에 본격 뛰어든 안 대표는 이듬해 4월 재보선 당선으로 원내에 입성한 뒤 1년 가까이 독자 신당 창당을 준비하며 기존 정치권을 긴장시켰다.
 그러나 안 대표는 신당 창당과 6·4 지방선거 참여가 예상되던 지난 3월 민주당과의 통합이라는 깜짝 결단으로 방향을 확 틀면서 정치인생 최초의 승부수를 던졌다.
 당시 안 대표의 측근인 송호창 의원은 민주당과의 합당 결정을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에 들어갔다”고 표현했다.
 2011년 서울시장 후보 양보, 2012년 대선 포기에 이은 세 번째 ‘철수정치’라는 안팎의 비판과 ‘도로 민주당’이 될 것이라는 염려에도 단숨에 ‘제1야당’의 리더라는 거물 정치 지도자의 반열에 올랐다는 긍정적 기대감도 작지 않았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민주당과 함께 한 128일 동안 안 대표는 정치 지도자로서 역량을 드러내 보이지 못했다는 평가에 둘러싸여 있다. 리더로서 존재감을 보여줄 기회를 거머쥐기보다는 끊임없는 당내 ‘흔들기’의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4월 통합신당 창당의 명분이 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내부 반발로 번복하면서 ‘약속의 정치’가 훼손된 것이 첫 번째 시련이었다.
 이어 6·4 지방선거 후보자 공천 과정에서는 윤장현 광주시장의 전략공천을 강행해 당내 잡음에 휘말렸다. 윤 시장 외에는 자기 사람을 거의 공천하지 못해 명분도 실리도 다 잃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나마 무승부로 체면치레를 한 지방선거와 달리 재보선에서는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광주 광산을)과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서울 동작을)의 전략공천으로 불거진 당내 잡음이 완패라는 결과로 더욱 증폭되고 말았다.
 물론 권 전 과장과 기 전 부시장이 ‘안철수의 사람’은 아니지만 공동대표로서 공천 문제에 대한 책임론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재보선 패배 직후 안 대표는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결과는 대표들의 책임”이라면서 조기 사의를 표명했다. 유력 대선주자로서의 위상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안 대표의 향후 행보를 놓고 한 측근 인사는 “일단은 성찰이 필요한 시간”이라면서 “자신에 대한 성찰은 물론 야권이 어떻게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성찰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당장 차기 대선을 겨냥한 조급한 행보를 보여주기보다는 차분히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정국 구상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동시에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대중 곁으로 다가가 토크콘서트 등을 통해 정치 혁신을 바라는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야권 세대교체를 위한 새 인물 양성에 몰두할 것으로도 예상된다.
 박왕규 매트릭스 여론분석센터 소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에 물러난다고 해서 ’안철수의 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금의 당 인적구성으로는 선거에서 못 이긴다는 게 드러났으니 ’안철수 현상‘에 참여했던 새로운 정치 예비군과 원로들의 지혜와 힘을 다시 모아 새정치의 중심세력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당내 기반이 취약한 안 대표가 대표직까지 내놓으면 설 자리를 잃고 다시 독자세력화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지만, 안 대표는 최고위회의에서 “평당원으로 돌아가도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당내에서 와신상담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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