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미륵사지는 지금 복원 중이어서
당간지주는 심심하다
연못의 소금쟁이들이
제 발자국 위에 또 발자국을 찍고 있다
56억 7천만 년쯤 그래 왔을 것이다
(중략)
오기는 와서 56억 7천만 년쯤
소금쟁이들이 연못에 찍어 놓은 발자국을 기억할까
수면으로 물방울이 포르르 솟아올랐다가
사라진다 물고기 발자국이다
반쯤 무너진 기둥이나 몸돌은 인근의 백성들이 가져다 섬돌로 써 버리고 미륵님이 세상에 온다던 약속은 바람에 날리고 믿음은 세월에 무뎌졌습니다. 모든 중생을 구원하기 위해 와불은 수십억 수천만 년을 서서 기다리다 동탑은 사라지고 서탑이 비스듬히 기울어진 건 눕고 싶었나 봅니다. 복원이란 말하자면 섬돌에 가지런히 놓였던 신발의 문수를 재는 일이며 그 신발이 찍은 발자국을 쫓는 일 같은 것으로 영원히 복원 중이라고 시인은 말합니다. 십년 전, 아니 하루 전의 일도 복원 불가능이거늘 하물며 소금쟁이들이 연못에 찍은 발자국이나 수면으로 솟아올랐다 사라지는 물고기가 숨 쉬며 뱉은 물방울을, 물고기 발자국이라고 할 때 그것을 복원하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요? 이 세상에서 가장 거짓말을 잘 하는 사람은 시인입니다. 거짓말이 현실이 되게 하는 것도 시인입니다. 박정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