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미륵사지는 지금 복원 중이어서
당간지주는 심심하다
연못의 소금쟁이들이
제 발자국 위에 또 발자국을 찍고 있다
56억 7천만 년쯤 그래 왔을 것이다

(중략)

오기는 와서 56억 7천만 년쯤
소금쟁이들이 연못에 찍어 놓은 발자국을 기억할까
수면으로 물방울이 포르르 솟아올랐다가
사라진다 물고기 발자국이다

 

▲ 박정옥 시인

반쯤 무너진 기둥이나 몸돌은 인근의 백성들이 가져다 섬돌로 써 버리고 미륵님이 세상에 온다던 약속은 바람에 날리고 믿음은 세월에 무뎌졌습니다. 모든 중생을 구원하기 위해 와불은 수십억 수천만 년을 서서 기다리다 동탑은 사라지고 서탑이 비스듬히 기울어진 건 눕고 싶었나 봅니다. 복원이란 말하자면 섬돌에 가지런히 놓였던 신발의 문수를 재는 일이며 그 신발이 찍은 발자국을 쫓는 일 같은 것으로 영원히 복원 중이라고 시인은 말합니다. 십년 전, 아니 하루 전의 일도 복원 불가능이거늘 하물며 소금쟁이들이 연못에 찍은 발자국이나 수면으로 솟아올랐다 사라지는 물고기가 숨 쉬며 뱉은 물방울을, 물고기 발자국이라고 할 때 그것을 복원하는 일이 과연 가능할까요? 이 세상에서 가장 거짓말을 잘 하는 사람은 시인입니다. 거짓말이 현실이 되게 하는 것도 시인입니다. 박정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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