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열성응급질환
40℃이상 올라가면 뇌로 가는 산소부족 실신
서늘한 곳에 옮겨 젖은 수건 등으로 감싸야

 

35℃까지 기온이 치솟았던 지난 7월 초. 50대 남성이 의식을 잃고 응급실로 실려왔다. 장시간 공사현장에서 일하면서 더위에 노출돼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함께 일하던 동료의 도움으로 신속히 병원으로 올 수 있었지만 40℃까지 올라간 체온으로 뇌 손상이 의심되는 상황이었고, 그는 좀처럼 깨어나지 않았다.

◇온열질환 발생률, 지난해 대비 50% 줄어

올해의 남은 여름은 푹푹 찌는 무더위 없이 선선하게 지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은 연중 가장 무더운 8월에 나크리, 할롱이 잇따라 한반도 주변을 지나면서 비를 뿌려 올 여름은 큰 더위 없이 가을로 접어들 것이라고 지난 18일 밝혔다. 또 늦더위가 찾아올 가능성도 낮아 사실상 여름더위는 끝난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질병관리본부는 여름이 선선하게 지나가 열사병 등에 걸린 온열질환자 숫자도 지난해에 비해 절반 수준에 그쳤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의 ‘2014년 온열질환자 감시체계 운영결과’에 따르면 올해 6월1일부터 지난 17일까지 열사병 등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총 537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070명) 대비 50.2% 수준에 그친 것이다. 특히 올해는 온열질환으로 목숨을 잃은 환자가 단 한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사망자(11명)와 비교해 크게 줄었다.

◇열사병, 열실신, 열경련, 열피로 등 종류 다양

열성응급질환은 열사병, 열실신, 열경련, 열피로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열실신은 더운날 말초혈관이 확장되는 등의 이유로 생기는 일시적 저혈압 현상으로 뇌로 가는 산소가 부족해 의식을 잃게 되는 것을 말한다. 체위성 저혈압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열경련은 더운날 격한 운동을 하면서 땀을 많이 배출하고, 수분 보충을 해주지 않았을 경우 저나트륨혈증 등의 전해질 불균형에 의해 근육의 국소적인 통증과 경련이 생기는 경우이다.

열피로는 원인이 열경련과 비슷하다. 수분 부족으로 나타나는데 피로감이나 어지러움 등의 증상을 보인다.

이장희(사진) 남울산보람병원 응급의학과장은 “이 세가지 증상들은 서늘한 곳으로 옮겨 수액을 공급받고, 조금만 쉬면 회복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젖은 수건으로 감싸고, 찬 물 붓기

열사병은 체온조절충추에 장애가 발생해 체온을 외부로 발산하지 못하면서 나타난다. 중심 체온이 40℃ 이상으로 상승하게 되고, 의식 상태에 변화가 생긴다.

열사병의 가장 중요한 치료는 심부체온을 40℃ 이하로 낮추는 것이다. 해열제 등의 약물치료 보다는 물리적인 냉각기법이 더 효과적이다. 환자를 태양이나 열이 발생하는 환경에서 가능한 한 빨리, 멀리 이동시킨 이후 젖은 수건으로 환자를 감싸고 찬 물을 그 위에 붓는 것이 좋다. 또 심할 경우 열사병으로 사망할 수도 있기에 반드시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이장희 과장은 “체온이 40℃ 올라갔지만 징후가 없다고 해서 열사병이 아니라 단정할 수 없다”며 “의식 상태 및 발한의 유무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할 수 있기 때문에 더위에 힘들어하는 증상이 보이면 가급적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특히 고혈압, 심장병 등의 만성 질환자나 야외에서 장시간 일하는 노동자, 노인 등은 열성응급질환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장희 과장은 “무더위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더운 날 야외활동은 가급적 피하고, 수시로 물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또 야외활동을 할 때는 모자와 선글라스를 착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석현주기자

도움말=이장희 남울산보람병원 응급의학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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