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단순히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식물이 아니다. 가정의 식탁 위에서 입맛을 돋워주는 먹을거리의 재료로, 혹은 피로를 풀어주고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향기로운 꽃차로 변주되고 있다.

우리 선조들도 계절마다 피고 지는 꽃을 이용해 만든 꽃차를 곁에 두고 삶의 멋을 노래했다. 요즘 이 꽃차가 다시 주목받는다. ‘꽃차 소믈리에’ ‘꽃차 장인’이라는 말까지 생겨나며 관련 강좌가 각종 아카데미마다 새롭게 급부상 중이다.

매화·개나리같은 봄꽃은 말려서
국화·구절초같은 가을꽃은 덖어서
뜨거운 물에 우려 맛과 향 음미
여러가지 모은 백화차도 풍미 좋아
직접 제조 어려우면 전문점 활용을

◇8~9월에 피는 제철 꽃차

꽃차는 사시사철 마시는 음료지만, 이맘때가 역시 제격이다. 뙤약볕에 몸과 마음이 지쳤다가, 에어컨 바람에 한기까지 드는가 싶더니, 느닷없는 장맛비에 기분마저 가라앉는다. 이럴 땐 기분을 풀어 줄 따끈한 꽃차 한 잔이 단박에 큰 효과를 일으킨다. 말린 꽃봉오리에 펄펄 끓는 물을 붓고 잠시 기다리면 찻잔 속 꽃잎에서 색과 향이 천천히 우러나온다.  

▲ 레몬즙에 더덕꽃을 우려낸 천연음료.

꽃차 전문점 ‘다향만리’(울산 중구 새즈믄해거리 47) 박영애 대표는 지난 20여년간 꽃봉오리를 직접 채취한 뒤 말리거나 덖어서 꽃차를 만들어왔다. 박 대표는 요즘에 음용하기 좋은 제철 꽃차로 ‘더덕꽃’ ‘맨드라미’ ‘칡꽃’ ‘구절초’ 등을 추천했다.

더덕꽃차는 따뜻하게 우려내도 좋지만, 속에 열이 날 땐 시원한 천연음료로 마신다. 레몬과 설탕에 생수를 붓고 펄펄 끓인 뒤 물을 뺀 더덕꽃을 한움큼 넣는다. 레몬즙에 보랏빛의 더덕꽃이 들어가면 붉은 빛이 우려나면서 환상적인 색감의 천연음료가 만들어진다. 음료는 냉장고에서 3일간 숙성시킨 뒤 건더기를 모두 건져내고 냉동실에 얼려 보관한다. 방부제가 없기 때문에 바로 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 꿀을 첨가하면 꽁꽁 얼지도 않고 살얼음이 낀 채로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다.

한여름 산속을 거닐다 보면 넝쿨 속에서 청아한 자태를 내보이는 것이 칡꽃이다. 이를 활용한 칡꽃차는 향기가 좋은데다 더위를 물리치기에 그만이다. 칡꽃을 깨끗하게 손질한 후 용기에 넣고 그 위에 꿀을 부어 잠기게 한다. 약 15일이 지나면 마실 수 있고, 숙성된 차는 꽃을 면 보자기에 싸 걸러낸 후 냉장 보관한다. 찻잔에 칡꽃 액을 조금 덜어낸 뒤 따뜻한 물이나 시원한 물을 부어 마시면 된다.

강렬한 색상의 맨드라미꽃차도 그만이다. 박 대표는 300여평 밭에서 맨드라미를 일부러 재배를 한다. 꽃은 차로 만들고, 뿌리나 잎파리는 효소를 만든다.

꽃잎을 채취한 뒤 열기가 있는 후라이팬에 면이나 모시를 깔고, 하나하나 나무집게로 올려서 말린다. 뚜껑을 덮은 뒤 하루정도 뜸을 들이고, 이후에는 다시 가마솥에 살짝 덖는다. 그래야 고소한 맛이 더 강해진다. 차로 우려낼 때는 펄펄 끓는 물을 바로 붓는다. 그래야 맨드라미 특유의 붉은 빛이 그대로 살아있다.

◇일년내내 마시는 백화차

꽃차는 보통 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 방법을 달리해서 만든다. 꽃잎이 얇은 매화, 산수유, 개나리와 같은 봄꽃은 자연에서 그대로 말린 후 차를 달이는 반면 국화, 구절초, 무궁화 같은 가을꽃은 가볍게 쪄서 말린 후 솥에 넣고 은근한 불에 덖은 뒤 우려내야 향과 빛깔이 제대로 난다. 말린 꽃을 그대로 뜨거운 물에 우려 마시는 방법 외에도, 설탕이나 꿀에 재워 향긋한 시럽으로 만들어 마셔도 좋다. 잎이 얇은 봄꽃은 말리지 않은 생꽃을 그대로 우려 마셔기도 한다. 

▲ 20여년간 꽃을 덖어온 박영애씨가 ‘다향만리’ 정원에서 꽃봉오리를 손질하고 있다.

꽃차를 만드는 작업이 번거롭고 힘들다면, 꽃차 전문점을 활용하면 된다. 수십년 간 꽃차를 만들어 온 다향만리 박 대표는 오감을 만족시키는 꽃차를 100여가지 이상 구비해놓고 있다.

쑥부쟁이, 달맞이꽃, 찔레꽃차, 산국화차, 장미차, 목련꽃, 감잎과 감꽃, 민들레, 붓꽃에 이르기까지 웬만한 꽃은 모두 말리거나 덖어진 채로 병 속에 보관된다. 가늘게 채 썬 무우와 비트를 잘 말려서 꽃차에 함께 넣어 마실 때도 있다. 향미나 색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단품 꽃차로 시작하는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봄부터 가을까지, 풍미나 빛깔에 따라, 여러 종류의 꽃을 한데모은 백화차(百花茶)를 찾게 된다. 자연의 기운을 찻잔 속에 담아내는 꽃차야말로 몸과 마음에 여유를 불어넣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248·2201.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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