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기준금리 인하의 후폭풍을 맞고 있다.
 초저금리 기조로 돈의 흐름이 바뀌고 있는데다 이익의 가장 중요한 토대인 예대마진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금융권은 이런 환경변화 속에서 생존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라 부심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과 보험사, 제2금융권, 증권사 등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직후 자금시장에 변화가 감지되면서 하반기 영업전략을 재점검하고 보완책 마련에 착수했다.
 자금시장에서 변동은 주식시장에서 엿보인다. 정부의 시장활성화 정책과 저금리 기조가 맞물리면서 주식시장으로의 자금유입이 늘고 있다.
 18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16조1천억원으로 금리인상 전날(13일 15조5천억원)과 비교해 영업일 기준으로 2일만에 6천억원 가량 늘었다. 금리 인하가 예고된 한달전 14조7천억원(7월16일)보다는 1조4천억원 증가했다.
 단기자금 성격의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와 머니마켓펀드 역시 45조2천억원, 9조2천억원으로 한달새 각각 1조6천억원, 1조2천억원 가량 늘었다.
 시중은행에 비해 예금금리가 0.2~0.5% 포인트 가량 높은 신협,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도 자금이 쏠리고 있다.
 박규희 신협중앙회 차장은 “신협에 이달 18일까지 들어온 돈이 7월말보다 2천515억원 증가했다”고 전했다. 새마을금고측도 “예금이 현격하게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증가세는 맞다”고 설명했다.
 이는 예적금 금리가 낮아지면서 자금흐름의 방향성을 잃은 은행권과는 뚜렷이 대비되는 모습이다.
 실제로 대부분 주요 은행은 최근 한달 새 정기예금 잔액이 감소했다.
 신한은행은 정기예금 잔액이 지난달 18일 93조6천억원에서 이달 19일 90조9천억원으로 줄었고, 하나은행은 같은 기간 70조2천억원에서 59조1천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국민은행은 구체적인 잔액 추이 공개를 거부했지만 “감소한 것은 맞다”고 밝혔다.
 다만 우리은행은 정기예금 잔액이 같은 기간 94조1천억원에서 95조1천억원으로 늘었다.
 김홍겸 기업은행 PB고객부 차장은 “며칠새 자금의 흐름에 변화 조짐이 있다”며 “예금인출 현상이 조금씩 발생하고 돈을 어디다 둬야하는지에 대한 문의도 쇄도하는 상황”이라며 일선 분위기를 전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금융권은 대응책을 고심중이다.
 금융권 대부분이 이자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여서 금리인하가 수익 악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시중은행의 경우 기준금리 인하로 순이자이익이 연간 2천7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김도진 기업은행 경영전략본부장은 “수수료 수입비중이 40% 이상인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국내 은행의 수익은 90%이상 이자수입에 의존한다”면서 “여러 방안을 검토하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남기명 우리은행 부행장은 “순이자마진(NIM)이 줄면서 연간 영업이익이 600억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본다”며 “우량자산과 대출을 확대하고 수수료 수입을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자산가 등 고객이탈을 막기 위해 상품군을 다양화하는 노력도 강화하는 추세다.
 ELS, 주가지수연동예금 등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고객을 유도하고 중국위안화 예금 등으로 상품을 다변화하고 있다.
 이관석 신한은행 자산관리솔루션부 부부장은 “거액 고객에는 조금이라도 금리혜택이 높은 상품을 권하고 있고 고객 호응도 높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중위험 중수익 수요가 늘면서 ELS 상품출시를 확대하고 최근에 주춤한 주식형 펀드의 유치를 위한 마케팅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신규펀드 가입고객에게 3개월간 매달 5천~3만원의 통신비를 지원하는 이벤트를 내달말까지 진행한다.
 제2 금융권은 밀려드는 자금을 대출상품 판매로 연계시키는 방안을 고심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금 상태로면 자금유입은 걱정이 없어 대출상품을 얼마나 늘리느냐가 하반기 실적의 최대 관건”이라며 “단위 지점별로 건전한 대출을 찾는데 영업력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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