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장호 울산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우울증이 의심되는 환자를 상담하고 있다.

WHO 자료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는 전 세계적으로 3억3000만명 이상으로 추정되지만 그 중 25%만이 효과적인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최근 실시한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우울증 표현지수가 낮아 자살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한다. 실제로 자살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거나 최근 자살 시도를 한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7%로 미국 환자(3.8%)보다 2배 높게 나타났다.

세로토닌 등 신경전달 물질에 이상으로
스트레스·유전적 요인으로 우울증 발병
다른 질환 약물 복용하다가 발병하기도
조기에 발견해 적극적으로 치료 받으면
치료 효과도 좋고 합병증·재발도 막아
약물·정신·전기치료 등 다양한 치료법

◇자신이 하찮은 존재로 느껴진다면…

우울증 환자들은 단순히 우울한 기분을 넘어 다양한 증상을 나타낸다.

박장호 울산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증 환자들은 기분이 우울하고, 가라앉고, 침울하고, 쓸쓸하고, 공허하며, 답답한 것을 경험한다. 말과 행동이 느려지고, 불안하고 초조해 신경질과 짜증을 자주 내고, 변덕스럽고, 쉽게 우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런 증상들 때문에 결국 세상 모든 일에 관심이 줄어들면서 평소에 재미있던 일에도 흥미를 잃게 된다. 또 몸에 기운이 빠지고, 나른하고, 쉽게 피로해지고, 무력감이 들기도 한다. 또 의욕이 저하되어 간단한 일도 시작하기가 어렵고, 중도에 그만 두고, 사소한 결정도 내리기가 어렵게 된다. 자신감을 잃고, 자신이 하찮은 존재로 느껴지고, 아무런 희망이 없다고 느끼기도 한다.

특히 이런 증상들은 아침에 가장 심하게 느끼는 경우가 많다. 아침에 눈을 뜨면 또 긴 하루가 시작되었다는 느낌이 들거나, 졸립지는 않은데 풀이 죽고, 기력이 없으며, 몸이 나른하다고 느끼는 환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장호 교수는 “이 증상들이 우울증 환자 모두에게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며, 이런 증상들이 많이 나타나더라도 우울증이 아닐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면서 “정확한 우울증의 진단은 전문가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경전달 물질이 부족하면 우울증 앓아

우울증이 단지 마음이 약해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신경전달 물질이 부족해서 생기는 병이다. 스트레스, 유전적 요인 등이 관여하면서 신경전달 물질이 부족해진다고 알려져 있다.

박장호 교수는 “뇌에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등의 신경전달 물질 체계에 이상이 생기면 우울증이 발생한다는 주장에 대한 증거들이 꾸준히 제시되고 있다”면서 “항우울제는 이러한 신경전달 물질 체계의 이상을 교정해 우울증을 치료하는 역할을 한다. 우울증이 심한 경우에는 이러한 뇌 이상이 있을 가능성이 높아 반드시 항우울제를 복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경전달 물질을 부족하게 하는 요인으로 우선 스트레스를 들 수 있다. 임상적인 우울증의 경우, 대부분 스트레스가 선행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트레스 없이 우울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고,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항상 우울증에 걸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우울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유전적인 요인도 우울증의 발생에 기여한다.

박 교수는 “우울증에 걸린 환자의 상당수에서 가족력이 있는 경우가 있었다. 이는 유전적으로 우울증에 취약한 개인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역시 우울증에 유전적인 성향이 있다고 해서 우울증이 유전병이라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다른 신체 질환과 그 질환을 치료하고자 하는 약물에 의한 우울증이다.

박 교수는 “중년 이후 다양한 신체질환을 함께 앓는 경우가 많고 또 이로 인해 여러 가지 약물을 복용하게 된다”면서 “우울증은 신체질환이나 치료를 위한 약물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우울증상이 있을 때 이런 신체질환의 유무와 함께 복용하고 있는 약물이 어떤 것인지 정신과 의사에게 알려주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80%의 우울증 환자, 성공적 치료 마쳐

우울증이라는 큰 범주 안에는 주요 우울증, 기분부전증, 조울증, 적응 장애 등 다양한 질환이 있다. 또 주요 우울증 내에서도 정신병적인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 비전형적인 증상이 우세한 경우, 계절적인 양상을 보이는 경우, 출산 시기에 우울증이 발병한 경우, 만성화된 경우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정확한 치료를 위해서는 면밀한 검토가 우선되어야 한다.

아울러 우울증 환자의 80%가 성공적인 치료를 받고 있다.

박 교수는 “우울증은 조기에 발견해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다면 치료 효과도 좋고, 질병의 합병증도 막고, 재발도 방지할 수 있다. 각 환자가 처한 상황에 맞게 치료법을 선택하지만, 최근 부작용이 적은 약들이 많이 개발되면서 약물 치료에서도 높은 치료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약물 치료 이외에도 정신치료(인지치료, 대인관계치료 등)와 전기 치료, 자기장을 이용한 치료가 있다. 또 환자의 생활습관을 교정하면서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우울증은 병을 앓고 있는 환자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도 고통을 겪게 된다. 그리고 일단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곤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자살을 시도했던 환자의 가족은 증상이 어느 정도 호전된 후에도 항상 불안하고 재발의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때문에 박 교수는 “환자의 가족은 우울증 환자들이 의지할 수 있는 상대가 될 수 있도록 편안한 환경을 제공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때로는 짜증도 나고 화도 나겠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이해하고, 격려하며 치료를 계속해 나가면 우울증은 곧 회복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도움말=박장호 울산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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