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막에 들러붙어 갑갑한 느낌에 쾨쾨한 냄새 풍겨

알레르기 비염, 위식도 역류 등 원인질환 치료해야

▲ 이현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이비인후과 전문의.
30대의 자영업자 최모씨는 최근 들어 목에 가래가 붙어 있는 것 같고, 심하게 입냄새도 올라와 불편했다. 가래를 억지로 뱉어보려고 해도 잘 뱉어지지 않고, 딱 달라 붙어있는 느낌 때문에 신경도 매우 예민해졌다. 병원을 찾은 최모씨는 ‘후비루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콧물이 목 뒤로 넘어가는 현상

코감기에 걸리면 콧물이 난다. 대부분은 콧구멍을 통해 앞쪽으로 흘러내리지만, 콧물이 심하면 목뒤로 넘어가기도 한다. 이렇게 뒤쪽으로 흐르는 콧물을 후비루라고 부른다.

이현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콧물은 감기에 걸렸을 때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소량씩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면서 “입에는 평상시에도 약간씩 침이 고여있듯이 코나 목에서도 소량의 점액이 지속적으로 분비되고 있는 것이다. 맑은 점액이 약간씩 분비되면서 코와 목을 건조하지 않게 도와주고, 코와 목안으로 들어노는 세균을 씻어내는 등의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분비되는 점액은 양도 작고 물같이 연하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조금씩 삼키면서 생활한다. 하지만 이 점액이 점점 끈적해지고, 양이 많아져서 삼키기도 불쾌해지고, 점막에 들러 붙어 갑갑한 느낌이 들면서 쾨쾨한 냄새를 풍기기 시작하면 병적인 후비루가 되는 것이다.

◇병원 이곳 저곳 옮기면, 병 더 키워

후비루를 일으키는 병은 다양하다. 알레르기비염, 축농증이 가장 흔한 원인이 될 수 있으며, 그 외에도 위산이 입으로 올라오는 인후두 위산 역류증이나 목넘김이 자유롭지 못한 연하장애, 피임약 복용 등의 호르몬 변화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이현 전문의는 “대부분의 후비루는 입안 깊숙이 들여다 보거나 비강 내시경을 통해 코 뒤쪽을 관찰해 발견할 수 있다”면서 “투명한 색에서 누런 고름이나 초록빛을 띠는 악취나는 후비루까지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후비루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코와 목을 안쪽까지 다 진찰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후두내시경이나 CT가 필요하기도 하며, 드물게는 위장 내시경이나 알레르기 검사를 받기도 한다. 이를 통해 후비루의 원인이 밝혀지면 각각의 질환에 대한 치료를 시행하게 되며, 대부분이 약물 치료로 호전된다.

그러나 체계적인 검사를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후비루를 발생시키는 원인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 또는 환자는 지속적으로 후비루의 느낌을 호소하지만 후비루가 직접적으로 발견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를 후비루 증후군이라 한다.

후비루 증후군은 직접적인 원인 발견이 어려운 만큼 치료가 쉽지 않거나 만성적인 경과를 보이기도 한다. 한 두번의 검사나 약물 치료로 호전이 잘 안돼 여러 병원을 옮기면서 치료를 받아보는 환자도 있지만, 이는 오히려 병을 더 길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이현 전문의는 “후비루 증후군 자체가 정확한 원인이 밝혀진 병이 아닌 만큼 알레르기비염, 부비동염, 위식도 역류 질환 등 흔한 질환부터 치료를 순차적으로 하면서 치료와 진단을 같이 하는 경우가 많다. 이리저리 병원을 옮기면서 약을 바꿀 경우, 비슷한 치료만 반복하면서 다음 단계로의 진행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도움말=이현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이비인후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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