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울산혁신도시와 원도심, 명암과 상생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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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북부순환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는 울산혁신도시와 중구 기존 도심. 점점 개발되고 있는 혁신도시와 달리 기존 도심은 과거에 머물러 있어 두 지역간의 상대적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 기존 도심의 지역성과 역사성, 전통성 등을 살린 도시재생사업이 두 지역의 공존을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중구청에서 항공촬영한 혁신도시와 기존 도심 일원.

하나의 도시가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낙후되는건 당연한 이치다. 한 때 울산의 중심지였던 중구 역시 개발과 변화의 바람에 적응하지 못하고 조금씩 낙후되면서 남구에 울산 최대 번화가라는 타이틀을 넘겨줬다. 하지만 중구가 이제는 변화하려 한다. 기존 도심은 지역의 역사성과 전통성을 부각할 수 있는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지역 활성화를 꾀하는 한편, 명품도시로 조성되는 울산혁신도시와의 상생 및 동반성장을 꿈꾸고 있다.

북부순환도로라는 길 하나 두고
중구 기존 도심-혁신도시 갈라져
현재상태 방치땐 양극화 심해질듯
기존 도심 완전히 허물기 보다는
문화·자연 활용 도시재생 논의해야

◇울산혁신도시와 기존 도심간 격차 심화

울산혁신도시는 이전 공공기관을 비롯해 신축 아파트, 상가, 각종 생활·체육시설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명품도시의 모습을 조금씩 갖춰가고 있다. 혁신도시 조성사업이 마무리되면 거주 인구만 약 2만여명인데다 공공기관 직원에 신세계백화점이 포함된 상권까지 형성되기 때문에 유동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도시 활성화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부순환도로 길 건너 중구의 기존 도심은 중앙동을 제외하곤 개발이 거의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어 미래가 그리 밝지 않다.

최근 중구청이 실시한 ‘도시재생 마스터플랜 용역’에 따르면 문화·행정의 중심이었던 중구 원도심 인구가 지난 30년간 절반 이상 줄어드는 등 점차 쇠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92년 8월 중구에 위치했던 울산역이 남구 삼산동으로 이전하고, 삼산동에 현대·롯데백화점 등 새로운 상권이 형성되면서 원도심인 중앙동과 인근의 학성동 등 중구 대다수 행정동들이 인구 감소와 도시 침체의 역풍을 맞았다. 상권 활성화가 되지 않다보니 리모델링 등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오래된 건축물도 늘어났다. 현재 상태로 방치될 경우 북부순환도로라는 길 하나를 두고 양극화 현상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지역 자산을 활용한 도시재생 필요

중구의 기존 도심이 울산혁신도시와 공존하기 위해선 지역성을 유지하면서도 차별성을 둔 방식의 정비사업이 필요하다. 기존 도심을 완전히 허물어 신도시로 개발할 경우 이미 신도시로 조성되고 있는 울산혁신도시와 별다른 차이점이 없게 되고, 이는 곧 두 지역간의 화합이 아니라 경쟁관계에 놓여 동반성장을 쉽게 기대하긴 어렵다.

이런 점을 반영하듯 중구는 지역별 특성화된 도시재생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예를 들면 혁신(울산혁신도시)­문화(울산의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쉬는 기존 시가지)­자연(생태환경의 태화강·동천) 등 3개 축을 중심으로 시립미술관, 동헌, 문화·젊음의 거리가 위치한 중앙동권역, 병영성 및 외솔 최현배 선생 생가가 있는 병영권역, 충의사, 학성공원 등을 학성권역 등 8개 권역의 사업계획을 세웠다. 모두 각 지역의 문화·역사·전통 자산을 토대로 계획됐다.

특징은 혁신도시라는 신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울산의 모습을 중구 기존 도심에서 재연하고 향유할 수 있도록 해 도시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구상이다. 이미 재개발 사업이 상당부분 진행된 복산동과 북정동 등을 제외하곤 울산의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가꿔나간다는 방침이다.

도시재생을 통해 제2의 도약을 꿈꾸는 중구에서 아쉬운 점은 울산시립미술관 건립을 위해 중구에 위치했던 울산 최초의 공립학교이자 107년 전통을 가진 울산초등학교를 완전히 철거했다는 점이다. 당시 일부 전문가들이 전면 철거 보다는 일부를 살리는 ‘파사드’ 공법을 도입해 ‘지역 최초의 학교를 활용한 전국 유일의 시립박물관’으로 조성하자고 제안하기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학교 철거에 대한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는 중구, 나아가 울산이 가진 역사와 유물 등 소중한 자원이 더이상 사라지지 않고 보존돼 도심 활성화 정책에 활용할 방안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글=이왕수기자·사진=김동수기자

[인터뷰]윤혜진 울산 중구 창조도시기획단장
“도시재생사업 주민참여 필수 울산에도 새바람 불 것 기대”

 

울산 중구는 지역에서 가장 먼저 중심지로 도약을 했고, 쇠퇴기도 가장 먼저 맞았다. 지금은 울산혁신도시 조성에 따른 구도심 활성화를 위해 문화와 생태를 모토로 하는 도시재생사업에서 제2의 도약을 위한 해법을 찾고 있는 중이다. 혁신도시 안착 뿐만 아니라 구도심 활성화의 중심에 있는 중구 창조도시기획단 윤혜진 단장(도시학 박사·사진)을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중구의 기존 도심과 울산혁신도시와의 공존이 가능하다고 보는지.

“도시의 매력은 고급화되고 현대화된 시설에서가 아니라 역사와 문화에서 시작한다. 기존 도심을 완전히 허물고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만 좋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렇게 지어지는 신도시도 수십년이 지나면 쇠퇴할 수 밖에 없다. 중구 기존도심이 가지고 있는 지역성과 차별화 전략 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자산으로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한다면 울산혁신도시와의 공존이 가능할 것이다.” 

▲ 한삼건 울산대 건축학부 교수(사진 오른쪽)가 울산시민연대가 주최한 ‘2014 도시기행’에서 중구지역의 도시재생사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울산에서의 도시재생사업은.

“울산은 부자도시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 올해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 공모에서도 울산이 도시재생사업을 시도한다는데 대해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중구 역시 도시재생의 필요성을 부각했고, 공모 결승까지 갔지만 아쉽게 선정되지 못했다. 최종 선정되지 못한 아쉬움도 크지만 오히려 주민 참여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큰 부분을 배우기도 했다. 또 울산시에도 전담 조직이 생겨 더 큰 힘이 되어 줄 것이다.”

-구도심 도시재생사업 방향은.

“구도심을 살리는 가장 큰 핵심은 사람이다. 국내 도시재생 성공지역은 모두 주민이 수년간 참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중구도 주민 참여를 활성화하고 다음달부터 도시재생학교를 운영한다. 조만간 도시재생 마스터플랜이 최종 완성돼 사업도 차근차근 진행할 것이다. 울산에 도시재생의 큰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한다.” 이왕수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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