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니·잠자리 걱정에 눈앞이 캄캄”

민관군 지원 부산하지만 복구 생각하면 막막할 뿐

▲ 지난 25일 내린 기습적인 집중호우로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일대에 수백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마을 전체가 침수피해를 입은 서생면 온곡마을에서 26일 군 장병과 공무원들이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지난 25일 시간당 최대 82.5㎜의 기습적인 집중호우로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일대 마을 전체가 침수돼 수백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군 장병과 공무원, 자원봉사자 등이 복구지원에 분주히 움직이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지만 이재민들은 당장 끼니와 잠자리가 걱정으로 다가오고 있다.

27일 수마(水魔)가 휩쓸고 간 울주군 서생면 온곡마을 일대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마을 골목에는 물에 잠겨 못 쓰게 된 냉장고, 매트리스, 가재도구 등이 여기저기 어지럽게 널려있다. 도로는 진흙으로 뒤덮여 개펄처럼 변해 있었고 급류에 휩쓸려 뽑힌 나무와 파손된 중앙분리대, 간판, 타이어 등이 도로에 나뒹굴었다. 빗물에 떠내려온 중형차량 한대는 마을하천에 뒤집힌 채 처박혀 있었다.

전날 대피소에서 머물다가 집을 찾아간 이재민들의 얼굴에는 짙은 그늘이 졌다.

집안의 장판을 들어 올리자 물이 흥건했다. 젖은 가재도구와 옷가지를 골목에 내놓고 맑은 물로 닦아내고 햇볕에 말렸다. 특히 못 쓸지도 모를 고가 가전제품에 온 신경을 다해 닦고 말렸다.

이재민 김모(52)씨는 “물이 허리까지 차올라 몸만 겨우 빠져나와 대피했다”며 “물이 어느 정도 빠진 뒤 집에 가봤더니 온통 진흙으로 가득하고 가재도구가 엉망이 됐다. 이것들을 정리하고, 고치고, 가재도구들을 사들일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할 따름”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용진 서생농협조합장은 “온곡마을 일대 전체가 물에 잠기게 된 것은 한수원이 고리원전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마을을 가로지르는 효암천의 폭을 5분의1 수준으로 줄이는 바람에 하천이 급격하게 쏟아지는 빗물을 견디지 못하고 범람한 게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온곡마을 뿐아니라 인근 신리마을, 연산마을, 신암마을, 진하2리, 술마마을, 나사마을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들 마을에서만 주택 127가구가 침수, 약 27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온산읍 덕신리에서도 6가구가 침수됐다.

수해복구를 위해 군 장병과 공무원, 자원봉사자들이 대규모 현장에 투입됐다. 울주군은 이재민 수용시설에 구호물품 100박스를 긴급 전달한데 이어 26일 213명의 공무원을 서생지역에 분산 투입해 침수 주택에 대한 복구작업을 진행했다. 7765부대와 고리원전봉사단도 함께 했다.

한편 울산시는 지난 25일 내린 폭우로 총 31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주택 120여가구가 침수됐다고 26일 밝혔다. 교량과 도로 6곳이 파손됐고, 하천 5곳은 10~50m 가량 유실됐다. 서생면 180㏊, 온양읍 30㏊ 등 총 210㏊의 농경지가 침수됐고, 동해남부선 철로 2곳이 파손됐다. 온산공단내 한 업체는 공작기계가 물에 잠겼고, 한국제지 주변에 주차된 차량 60여대도 침수됐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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