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처음으로 기차가 대륙횡단을 할 때가 있었다. 대중 매스컴이 없던 때라 시골 마을 한 교회 목사님이 예배를 급히 중단하고는 신자들을 각자의 집안으로 돌려보냈다. 드디어 괴물 마귀가 지상에 나타났으니 교인들은 절대 밖에 나가지 말라고 하면서 집안에 숨어서 하나님께 마귀를 물리쳐 달라고 기도하라 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문명의 발전에 적응하지 못한 인간들의 그나마 순진한 면이 있는 일화로 볼 수 있겠다. 그런데 요즘 주5일 근무제가 세간의 화젯거리가 되면서 기독교계의 한 목사는 모 일간지에서 주5일 근무제와의 영적 전쟁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무시무시한 표현을 동원하면서까지 주5일 근무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주로 성경에 쓰여있는 말씀과 현실적인 교세의 감소가 가장 주된 이유로 이해된다. 성경에는 십계명이 있는데 그 가운데 6일을 일하고 하루를 쉬라는 내용이 있다. 또한 현실적인 이유로서 긴 주말로 인해 신앙심이 약한 성도들이나 준비되지 않은 예비 신자들을 교회로 끌어들이기 어렵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주5일 근무제가 실현되면 멀리 나가 휴식을 할 수 있고, 이는 신자들의 일요일 예배의 참석률 저하로 이어 질 것임은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단지 기독교계만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며, 원불교를 비롯한 모든 종교단체가 극복해야할 화두거리 중에 하나일 것이다. 내가 교역에 임하고 있는울산교당도 여름의 휴가철에는 평상시의 삼분의 일 가량이 밖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출석률이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이러한 휴가철이 여름에만 한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는 일년 내내 2박3일의 휴가가 가능하다고 한다면 종교예식에 참여하는 숫자는그만큼 줄어들 것이라는 것을 짐작케 한다. 휑하니 비어 있는 뒷자리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것은 원불교 교무나 기독교 목사나 한마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텅 비어 있는 교회나 법당보다는 빽빽이 들어차 열성이 넘치는 법회나 예배에서 더 기쁨과 보람을 느끼는 것이 사실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영적 전쟁이라는 살벌한 표현을 해 가며 상극의 기운을 조장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종교가의 품성과 분위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더구나 예배의 출석률 저하를 막기 위한 의도로 영적 전쟁을 선포했음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이것을 종교적 이기심이라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  한때 세계 최장의 노장시간을 자랑스러워하며 거론한 적이 있었다.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부지런한 국민으로 세계에 인식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휴가도 반납하고 일요일에도 출근하며 지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우리들의 의식이 변하기 시작했다. 산업구조가 변하고 생산수준이 높아지고 생활의 질이 변하고 노동시장의 구조가 변화하면서 우리의 가치관도 삶의 여유를 누리며 개인의 심신의 건강과 발전 그리고 가족의 행복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변화되었다. 이와 같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동 외의 시간이 적절하게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예배에 참석하는 신자들의 출석률과 노동하는 자의 삶의 질을 서로 저울질하여 어느 한편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선후는 가릴 수 있을 것 같다. 출석률을 높이기 위해 노동자의 삶의 질을 방해하기보다는 삶의 질을 높인 후에 출석률을 재고하는 것이 순리가 아닐까? 그리고 또 한가지 살펴보고자 하는 것은 십계명에 위배된다고 하여 주 5일제를 반대하는 것은 기독교를믿지 않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결여되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종교박물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러 종교가 뒤섞여 있다. 당연히 종교인들도 다양한 신념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경의 말씀을 인거하여 국민전체를 향해 토요일도 종교적인 이유로 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종교적 독단이 얼마나 극단적일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실례가 아닐까? "기차가 영적전쟁의 대상이 아니듯 주5일 근무 또한 영적 전쟁을 통해 물리쳐야 될 마귀가 아닌 것이다. [연합]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