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끝)해외 선진사례 울산 접목방안은

▲ 울산 중구 원도심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중구 지역만의 차별화된 사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울산혁신도시로 이전할 울산기상대의 옛 터를 기상대공원으로 꾸미는 등 주택 재개발·재건축·도시재생사업 등 지역적 특성을 살려야 한다는 얘기다. 사진은 울산혁신도시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중구 원도심 전경.

성장하는 신도시와 쇠퇴하는 구도시간의 공존은 가능하다. 도시의 역할 분담을 통해 동반성장하고 있는 프랑스 파리와 폐허에서 역사·문화도시로 거듭난 독일 에센, 지역 특색을 바탕으로 구도심에 활기를 불어넣은 마산 창동과 전주 한옥마을 등의 사례가 이를 뒷받침해준다.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울산 최고의 명품도시로 조성되는 울산혁신도시와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중구 기존 도심간의 양극화 문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엿보였다. 국내외 전문가들로부터 울산 중구가 나아갈 방향과 조언을 들어봤다.

◇지역별 특성 고려한 차별화된 사업 필요

프랑스 파리에서 설계 사무소를 운영하는 한국인 건축가 임우진 대표는 울산혁신도시와 기존 도심이 동반성장하기 위해 지역별 차별화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존 도심은 신도시와 차별화된 전략으로 지역의 특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사업을 진행해 도시의 활력을 되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임 대표는 한국과 프랑스에서 건축 관련 지식을 쌓았고, 지금은 도시의 특성 등을 최대한 살린 설계 등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건축 관련 전문가다.

그는 대표적으로 주택 재개발 사업이 예정된 중구 북정동 일대를 기상대 마을로 조성하자는 제안을 했다. 비록 자리를 옮겨가지만 울산의 날씨를 담당하던 울산기상대가 과거 북정동에 위치했었다는 상징성을 이어가야 한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북정동 일대 32만9500여㎡ 부지에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면 기존 도시가 가지고 있던 지역성이나 역사성이 모두 사라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어느 도시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게 된다.

하지만 임 대표의 제안처럼 기상대 옛 터 일원을 공원으로 조성할 경우 일반 아파트 단지와 차별화를 둘 수 있고, 기존 도시의 지역성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관련 법상 의무적으로 아파트 부지 일정 비율을 녹지공간으로 꾸며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도 사업주체 측에선 큰 손해가 없다.

거기다 ‘울산기상대마을’이라는 새로운 관광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고, 북정동 인근인 원도심, 중앙동 일원에서 진행되는 도시재생사업과도 연계할 경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가 앞서 소개한 파리 라빌레뜨 항구의 ‘마가장 제네로’, 허름한 와인창고가 동화마을로 변신한 파리 베르시 빌라주 등의 사례와도 일맥상통한다.

그는 울산기상대마을을 하나의 예로 들었지만 울산초등학교에 들어서는 울산시립미술관, 외솔 최현배 선생을 기리는 한글마을, 동헌, 향교 등 중구의 기존 도시 일원에 대해서도 충분히 적용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개발이나 보존사업 등을 통해 구도심을 활성화할 수 있지만 중요한 문제는 사업 이후에도 지역성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느냐 여부”라며 “전국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일반적인게 아니라 울산에서만 유일하게 시도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해야 도시 성장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조언했다.

△프랑스 파리 임우진 건축가
“울산기상대·외솔최현배 등 활용 고유 지역성 이어나가는 게 중요”

▲ 임우진 건축가 프랑스 파리

도시계획을 세울 때 정치적인 관점을 최대한 배제해야 한다. 한국은 지방자치단체장이 선거로 뽑히기 때문에 단기적인 성과를 위해 재개발·재건축 사업이나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될 수 있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중립을 유지할 수 있는 전문 기관이 큰 방향을 결정하고 행정기관, 전문가, 주민 등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기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울산혁신도시와 기존 도심간의 양극화 현상이 불가피하다고 하는데 이 역시 일회성 예산을 지원하기 보다는 조금씩 조금씩 개선해나갈 수 있는 큰 틀에서의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창원도시재생지원센터 김남룡 사무국장
“도시재생의 핵심은 주민 주도 과거 유산 최대한 살려 보존해야”

▲ 김남룡 사무국장 창원도시재생지원센터

울산혁신도시 같은 신도시는 그대로 둬도 성장한다. 하지만 구도심은 그대로 둘 경우 낙후될 수밖에 없다. 구도심에 대한 대책으로 도시재생사업이 떠오르고 있다. 도시재생사업의 핵심은 주민 주도로 이야기를 발굴하는 것이다. 전국 시도에서 스토리텔링에 목을 맬 정도로 중요하다는 의미다. 울산시는 최근 울산초등학교를 허물고 울산시립미술관을 짓는다고 들었다. 전국 각 시도에 있는 시립·도립미술관이 아니라 지역 최초의 공립학교에 들어선 울산시립미술관으로 스토리텔링할 경우 전국적인 유명세를 탈 수도 있었지만 철거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도시재생 전문가 입장에서 너무 아쉬웠다.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됐겠지만 앞으로는 과거 유산을 최대한 보존하는 방향으로 원도심 살리기에 나섰으면 한다.

△파리 화가 헤미 롬바르도
“도시의 특색 없으면 흥미 떨어져 신도시에 없는 구도심 특성 살리길”

▲ 헤미 롬바르도 화가 프랑스 파리

부인이 한국인이어서 여러번 한국을 다녀왔다. 서울 북촌한옥마을, 남대문시장, 수산시장, 인사동 등은 너무 아름다웠고, 경복궁이나 남대문, 사찰 등 아주 오래된 문화유산도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관광지를 벗어나면 서울이나 인천, 대구, 부산 등의 모습이 거의 비슷했다. 고층 아파트나 빌딩, 자동차 등 도시의 특색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더이상 머무르고 싶다는 생각이 사라졌다. 울산에서 원도심 활성화 사업을 한다고 하는데 신도시가 가지지 못한 지역성을 최대한 살리길 기대한다. 그러면 파리 원도심과 라데팡스 사례처럼 신도시와 구도시의 공존이 가능할 것이다.

글=이왕수기자·사진=김동수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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