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건물을 붕괴시킨 9.11 테러사건의 악몽이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이유없는 코피나 기관지질환, 잦은 기침 등 건강이상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급격히 늘고 있어 테러현장 증후군의 만연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지가 8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아직도 간간이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무역센터 건물에서 퍼져나온 유독성 미세 오염물질이 주변에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시민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으며, 환경보호국(EPA) 등 보건당국이 그 위험성을 미리 충분히 숙지시키지 않은데 대한 책임논란까지도 일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테러현장 화재진압에 나섰던 소방관들중 4분의 1이 피해현장에서 작업후 심한 기침증세를 호소하는 등 1천여명이 시당국에 이로 인한 민원을 제기했고, 지난주에는 현장에서 배치됐던 경찰관 4명의 혈중 수은농도가 상승함에 따라 전환배치됐다.

 이들 소방관이나 경찰관 등을 진료했던 마운트 시나이 세리코프 직업병센터의 한 의사는 "피해자들의 기도가 좁아지고 있다"면서 "테러 이전 뛰어난 건강상태를 보였던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반응성 기관지질환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인근 스튀브상 고교생 수십여명도 발진, 코피, 두통, 호흡기질환 등을 호소하고 있으며 교사 3명은 이미 학교를 떠났다.

 이와관련, EPA측은 9.11 사태이후 테러현장 주변 맨해튼 일대에 대한 공기오염도조사를 수없이 실시했으며, 주민들에게 공기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누누이 강조해왔다. 의사들도 주민들이 호소하는 증상의 원인을 테러에 따른 스트레스로 돌리면서 화재가 진압됨에 따라 증상도 사라질 것이라고 얘기해왔으나 이제 테러현장에서 유출된 여러 오염물질들이 복합적으로 뉴욕시내 공기를 오염시켜 장기적으로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것이라는 목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테러당시 피해 주변현장 복귀를 망설이는 주민들을 설득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했던 EPA측이 안전을 강조했던 것과는 달리 실제로는 무역센터 주변 공기와 물, 토양 등에서 맹독성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나 납, 크롬, PCB 등 유독성 물질의 농도가 상승한 사실을 은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례로 9월26일 채집한 10개 샘플중 3개에서 납의 농도가 높어진 것으로 나타났으며, 10월 11일 검사에서는 벤젠이 허용기준치의 무려 58배나 검출됐다.

 특히 단열재 등으로 쓰이는 석면의 경우 EPA측은 3천561회에 달하는 표본조사에서 허용기준치를 넘어선 경우는 29회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건강 이상증세를 호소한 한 시민의 아파트를 미세석면 먼지를 검출할 수 있는 최신 검사법으로 조사한 결과 무려 기준치의 555배나 초과한 석면먼지가 검출되기도 했다.

 이에따라 학교나 아파트 등 인구밀집 시설물들에 대한 정밀검사와 방제작업 등 다각적인 대책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워싱턴=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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