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 진출에도 적극적 협조 약속
미래 지향적인 협력관계 긍정적 입장

▲ 정갑윤 국회부의장

우고 벨라스케스 파라과이 하원의장실에서는 파라과이강이 내려다보인다. 그 강가에서는 사람들이 연을 날리고 있었다. 수도 아순시온의 겨울 풍경이다. 어릴 때 겨울 추억이 불현듯 되살아났다.

베링해를 거쳐서 남미에 정착한 원주민이 우리와 같은 핏줄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한스 크스티안 후프가 <역사의 비밀>에서 서로마 멸망의 원인을 제공했던 훈족 아틸라의 고향이 한반도라고 언급하고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우리 민족의 핏줄이 세계 도처에서 그 뿌리를 면면히 이어가고 있는 것인가? 한참 동안 파라과이강물을 바라보았다. 우리 일행이 파라과이 하원의장 접견을 마치고 창밖을 보면서 느낀 단상이다.

파라과이는 우리나라가 어려울 때인 1965년 농업이민 100명이 ‘보이즈 밴’호를 타고 두 달여 만에 아순시온 항에 도착한 이후 연 25만명이 파라과이를 거쳐 미주 지역으로 진출했으며, 지금은 5000여 명의 동포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지난해 8월15일 기업인 출신 오라씨오 까르테스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경제성장과 정치개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사회전반에 걸쳐 획기적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파라과이는 새마을운동 등 한국의 경제발전 모델 도입을 비롯해 ODA(공적개발원조)를 통한 개발 협력, KT-1 도입 협의 등 방산 협력, 한국 드라마 방영 및 K-POP 동호회 활동, 한국어 교육 활성화 등으로 한국과의 관계 진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파라과이 최초 국제공개입찰로 진행된 8번국도 정비 및 건설 공사는 우리나라의 일성건설이 수주하는 등 우리 기업들의 진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지역이다. 부의장이 된 이후 공식 순방 외교 첫 행사로 파라과이를 택한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파라과이는 1811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고, 1864년부터 1870년까지 3국 동맹전쟁(브라질·아르헨티나·우루과이)으로 남자의 90%가 사망하는 아픈 역사를 겪었다. 이 전쟁으로 이과수 지역 등 국토의 많은 부분을 잃었고, 파라과이 사람들이 신성시하는 ‘영웅전’에는 그때 전사한 장군 등의 유해가 안치돼 있다. 우리나라의 과거를 회상하니 남의 일이 아닌 듯하다. 파라과이가 재기의 몸부림을 치는 것을 보면서 동병상린으로 가슴이 아팠다.

후안 아파라 부통령, 우고 벨라스께스 하원의장, 카르테스 대통령이 콜롬비아 대통령 취임식 참석으로 대신 자리를 함께 한 까를로스 로뻬스 모레이라 대통령 비서실장, 벨라스케스 하원의장과 동석 해준 파라과이 여야 의원들, 이들 모두가 한국과의 미래 지향적 협력관계에 매우 적극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데 대해 깊은 감명을 받았다. 우리 진출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협조도 약속받는 보람된 만남이었다.

파라과이 벨라스께스 하원의장은 축구를 좋아해서 별명이 볼(ball)이라고 한단다. 축구를 사랑하는데 공통점을 발견한 우리는 한-파라과이 의원 간 축구대회를 추진키로 했다. 양국관계 강화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에 대해 우호정책을 취해 왔으며, 국제사회에서 일관되게 한국의 입장을 지지해왔던 파라과이의 발전과 안녕을 바라면서 우리 일행은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

카르테스 대통령이 8월말 지구를 반 바뀌나 돌아서 우리나라만을 방문하려던 방한 일정이 파라과이 국내 사정으로 무기한 연기되었다는 소식이 안타깝다. 몇 개국을 동시에 순방하는 여느 대통령의 해외 일정과는 다른 신선함과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정갑윤 국회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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