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산업의 중심 디트로이트
노조의 무리한 요구에 결국 파산
자동차도시 울산도 반면교사 삼아야

▲ 이은규 울산발전연구원 연구위원 경제학 박사

한때 자동차산업의 메카로 불리며 미국 내 4대 도시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도시가 있었다. 미국의 5대호 연안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으며 수륙교통의 발달, 기계공업을 바탕으로 일찌감치 공업도시로 성장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세계 자동차산업의 중심지가 되기도 했다. 특히, 20세기 초 헨리 포드가 ‘모델 T’를 자동차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이민자들이 모여드는 선망의 도시이기도 했다.

그런데 작년 여름을 기점으로 이 도시는 이제 ‘범죄의 도시’ 또는 ‘빈곤의 섬’으로 불리고 있다. 2013년 7월20일부로 미국의 역대 파산도시 중 가장 큰 빚더미를 남긴 채 파산해 버렸기 때문이다. 당시 미시건주 연방법원에 파산을 신청한 부채의 규모는 185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2조에 육박하는 엄청난 규모다. 바로 미국의 디트로이트시에 대한 이야기이다. ‘포디즘’을 확산시키며 미국의 최대 공업도시이자 1950년대 이후 한동안 미국경제를 이끌어 가던 도시 중 하나이던 디트로이트는 왜 파산을 하게 되었을까?

디트로이트의 파산 이후 언론에서는 그 원인에 대한 다양한 기사들을 쏟아내었다. 정리해 보면 지방정부의 방만한 재정관리 및 운용 문제, 그리고 다른 하나는 환경변화에 대한 기업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먼저 인종갈등으로 인하여 시내 중심가에 살던 부유한 백인들이 대거 교외로 이전하는 상황에서 1973년 노동운동가인 콜맨 영이 장기집권하면서 흑백갈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함으로써 인구감소는 더욱 심화되었다. 결국 인구의 감소는 세수감소, 교육·치안·사회 등 공공서비스 악화, 다시 인구 감소로 이어졌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지역 정치가들은 공공부문 노조의 지지를 얻기 위해 연금과 의료혜택 등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였다. 그 결과 은퇴자를 위한 기금이 고갈된 상태에서도 이들에 대한 건강보험료의 80~100%를 지불하는가 하면 시 전체 예산의 75%가 공무원들의 급여(35%)와 연금 및 각종 혜택(39%)으로 지급되기도 하였다. 결국 부족한 재원충당을 위해 전국 평균의 두배 이상이나 되는 재산세를 부과하게 되었고 이 때문에 다시 인구 및 기업이탈, 세수부족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한편 오일쇼크 이후 연료소모가 많은 미국차 대신 소형차를 앞세운 일본차가 뿌리를 내리더니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통하여 중형차와 고급차 시장을 석권해 나가기 시작하였다. 반면 미국차들은 제품 및 가격경쟁력 향상 대신 값싼 임금을 찾아 해외 공장으로 이전하는 손쉬운 방법으로 대응했다. 또한 1980년대 이후 일본차의 대약진에 대응해 제조부문 경쟁력을 강화하는 대신 자동차 할부금융사 설립(GMAC) 등 금융부문으로 다각화를 추진하여 소비자들의 충동구매를 유인하였다. 한 때 GM 매출의 80%를 담당하던 GMAC는 이후 모기지 회사 인수, 초국적 사모펀드와 합작하는 등 자동차 할부금융 뿐만 아니라 금융투기를 일삼았다. 결국 2008년 모기지 사태로 인하여 파산하게 되었고 이로 인하여 모기업인 GM 역시 파산하게 되었던 것이다. 한편 미국 자동차 노조(UAW)의 무리한 요구도 한몫 했다는 지적이 많다. 강성노조로 유명한 UAW의 지원 아래 GM노사는 1950년 ‘디트로이트 협약’을 체결하였다. 근로자들이 퇴직해도 연금과 건강보험료를 회사가 대신 내주도록 한 이 협약으로 1993년 이후 금융위기 직전까지 GM이 부담한 비용은 1030억 달러(약 115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노조의 무리한 요구는 GM의 해외 공장이전, 노동인력 및 자본의 이탈, 재정악화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많다.

디트로이트시의 파산과 몰락은 산업도시 울산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기업이 떠나면 대량의 실업이 발생하고, 일자리를 찾아 인구가 떠나고 세수가 감소한다. 세수의 감소는 재원부족을 초래해서 일자리 창출과 사회복지 확충은 고사하고 치안·교육·의료 등 기본적인 도시의 역할도 수행하지 못하게 되며 결국은 주민들의 삶을 파괴하고 도시의 파산으로 이르게 됨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라 하겠다.

이은규 울산발전연구원 연구위원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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