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통일이 그렇게도 급한지 북한의 8.15 민족통일대축전에 참가하지 않으면 절대로통일이 안될 것 같이 서둘러 평양을 다녀 온 통일역군들이 그곳에까지 가서도 의견충돌의 현장을 그쪽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남쪽사람의 꾸미지 않은 자유분방하고 다양한 개성을 보여준 것으로 가볍게 넘겨버릴 수도 있다.  그런데 그들은 이런 남쪽의 의견 갈림이 국론분열로 치달아 대한민국의 내부혼란으로 이어지기를 은연중에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이 남쪽을 몰라도너무 모른다고 치부할 수 있으나, 정말 남쪽의 통일론은 도대체 무엇인지, 반문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때에 북한의 최고통치자의 행동반경은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이후부터 넓어지고 있다. 중국 상하이 방문 때는 중국의 개방모델을 본 떠 북한을 개방할 마음이 있다고 추측하기도 하였다. 이번 러시아 방문은 장장 20일간의 여유작작한 기차여행으로 전세계 뉴스의 초점을 끌고 다녔다.  도대체 북한의 속셈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남한에 대한 고도의 외교술책을 펴고 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도 서울답방을 기다려도 먼 산 쳐다 보 듯 하는 태도에 이제는 지쳐서 오든 말든 맘대로 하라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짝사랑의 실패를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남한에는 여전히 그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의 답방에 대하여 이러쿵저러쿵 하는 시끄러운 남한 내부의 사정을 다 아는 듯, 그는 그의 답방이 자기들 계산에 맞아떨어질 때를 기다리는 것 같다. 지금 북쪽은 남쪽 내부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자기들 술수대로 이랬다 저랬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어버렸는가. 그 때 그의 답방에 무게를 싣지 말았어야 하였다.남북한의 긴장완화와 경제교류에만 신경을 썼어야 하였다. 그는 서울답방에 대하여 한마디 언질도 없이 태연히 중국과 러시아를 나들이하고 있는 것을 보면 지금껏 우리의 햇볕정책을 무색하게 한다.  이런 북한의 술책에 말려들어 지금 우리 남한의 사회상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경제는 IMF의 빚을 다 갚았다고는 하지만, 경제개혁은 공적자금만 낭비한 점이 적지 않다. 의약분업도 대표적인 정책실패로 꼽고 있다. 교육개혁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실마리를 잡기 힘들다. 또 최근의 언론개혁은 꼭 헌집을 뜯어고치는 것처럼 끝이 안 보인다.  이 모든 것이 국론의 정립 없이 개혁의 칼날을 휘두른 결과가 아닌가 싶다. 이럼에도 통일정책이나 개혁정책의 실패에 대하여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이래서는우리 사회가 제 갈 길로 나아갈 수 없다. 한마디로 우리는 지금 미망의 사회에 살고 있다. 사리분별이 어두워서 갈피를 못 잡는 그런 상황에 처에 있는 것이다. 그러니 온통 나라가 정신을 못 차리고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안톤 슈낙은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을 노래하면서 세상살이가 어떻게 되어야만 슬프지 않는가를 가르치고 있다. 정원 한 쪽 구석에서 발견된 작은 새의 시체 위에 초가을 햇볕이 비춰져 있을 때를 시작으로 그는 대의원 아무개의 강연집을 읽을 때, 부유한 공장주가 된 친구가 한낮 우울한 언어를 조종하는 시인인 친구를 달갑지 않는태도로 대할 때 우리를 슬프게 한다고 노래하고 있다.  이제는 안톤 슈낙의 노래를 그만 부르게 하자. 지금이 어느 때인가. 모두가 경제회생에 오로지 희망을 걸고 있는 때가 아닌가. 더는 북한의 술수에 끌려 다니지 말고,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우리 사회의 국론을 바로 잡는 일이 긴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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