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 협상 중단을 선언했던 현대중공업 노사가 다시 협상테이블에 앉았다. 추석 후에 곧바로 파업으로 치달을 것이란 우려는 일단 접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추석경기를 체험한 지역주민들도 한숨을 돌리게 됐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추석 연휴 후 첫 출근일인 11일 제 36차 단체교섭을 진행했다. 이는 중앙노동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것으로 교섭결렬을 선언한지 10일만이다. 중노위는 지난 5일 가진 조정에서 기본급 인상, 통상임금 범위 확대 등 핵심 조항을 제외한 단체협약 개정 사항 등을 교섭에서 정리해달라고 노사 양측에 권고했다.

노사는 이날 교섭장에 앉기는 했으나 의견이 좁혀지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급에 대한 견해 차이가 워낙 크고 통상임금 확대에 있어서도 근본적인 시각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 부문을 제외하고 협상안을 만들라는 중노위의 조정이 먹혀들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경영위기에 대한 노사의 인식차이도 커서 중노위의 조정이 단순히 절차에 그칠 우려도 없지 않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찬바람’이 불었던 이번 추석경기를 고려해서 노조가 대승적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이 지역주민들의 바람이다. 노조원들이야 파업을 하더라도 협상이 끝난 뒤에 야근 등을 통해 임금을 만회할 수 있지만 하청업체나 영세상인들에게는 그런 기회조차 없다는 것을, 그래서 고스란히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것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80년대 말 ‘골리앗 투쟁’을 통해 노조의 진면목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그 당시 노조의 투쟁은 지역주민들의 여론적 지지를 업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또한 지난 십수년간 세계 1위의 조선업체로 성장한 것은 합리적 판단을 가진 온건 노조가 무파업으로 적극 협조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즉, 노조는 ‘조선업계 세계 1위’와 ‘전국 최고 수준의 연봉’이라는 오늘날의 영광이 노사 화합과 지역주민들의 성원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세계적 경기 침체를 극복하려면 노사화합은 필수조건이다. 파업강행으로 얼마의 임금을 더 받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 아니다. 노사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위기를 극복할 방안을 강구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생존을 우려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양보 없는 협상은 없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