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그늘없는 따뜻한 동행, 울산](27)행복한 노년을 위해 은퇴후 제2인생을 시작하다

▲ 울산 동구전하복지관 난타 수업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이 힘차게 북을 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고령사회(노인인구비율 14%)로 접어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에는 65세 이상 노령인구가 1000만명을 넘고, 2050년에는 1799만여명으로 전체인구의 37.4%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때문에 건강한 노년기를 준비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필수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건강한 노년은 어떤 삶인가? 울산지역 지자체들이 운영하는 노인복지관에서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일자리제공을 통해 어르신들의 노년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29일 찾은 울산의 노인복지관에서는 은퇴 후에 더 바쁘게 살아가는 어르신들이 젊은이들 못지 않은 열정을 뿜어내고 있었다. 새로운 취미와 여가를 즐기며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어르신들과 은퇴 후에도 새로운 일터에서 더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전하노인복지관 합창·난타등 취미반
숨은 재능 찾아 제2의 삶 이끌어내

2025년 65세 이상 노인 천만명 시대
건강한 노년 준비는 사회 필수 과제

지자체 교육·노인일자리 사업 통해
은퇴 뒤에도 새 일터에서 열정적 삶

◇은퇴 후 찾은 나의 새로운 삶

울산 동구 전하노인복지관의 ‘늘 푸른 합창단’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송순옥(여·70)씨는 생각지도 못한 자신의 재능을 뒤늦게 발견했다고 한다.

처음 복지관에서 합창단원을 모집한다고 했을때는 단순히 가요교실 정도로 생각하고 왔었지만 뒤늦게 오디션을 통해 단원을 뽑는 것임을 알았다고 한다.  

▲ 울산 ‘장생포 고래박물관’에서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최원석(71)씨가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안내하고 있다.

친구의 권유로 따라왔던 송씨는 오디션을 보고 덜컥 합창단원으로 선발된 것이다.

그는 처음 합창단원이 되었을 당시만 해도 전문적으로 노래를 배운 적이 없는 초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합창단에서 소프라노를 맡고 있는 어엿한 합창단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송씨는 “내 목소리가 좋다는 것을 합창단이 되고 나서야 알았다”며 “늘 삶에 치여 바쁘게 살아오다보니 나한테 이런 재능이 있었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함께 합창단원으로 활동하는 조기자(여·72)씨는 학창시절 하고싶은 것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집안형편상 그 많던 꿈들을 포기한채 한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로 살아왔다. 한평생 자식들 챙기랴 손주들 챙기랴 바빴던 그는 이제서야 자신의 꿈을 이뤄가고 있다.

조씨의 꿈은 선생님과 가수가 되는 것이었다. 멀게만 느껴졌던 그 바람이 이제는 현실이 됐다. 그는 지금 지역 어린이집에 돌봄교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전하노인복지관 합창단의 단원이다.

비록 정식 선생님과 가수는 아니지만 그는 아동센터에 가서는 ‘할머니 선생님’으로 불리며 합창단 공연을 통해 사람들에게 자신의 노래를 들려주고 있다.

살면서 이런 날이 올줄은 몰랐다고 말하는 그는 “지금 이 순간이 내게는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지 모른다”며 “내 나이 일흔이 넘어서 이렇게 꿈을 이루게 됐다는 것이 정말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에겐 오늘 하루도 학창시절 못다 한 꿈을 이뤄가는 귀중한 시간이다.

◇건강도 챙기고 스트레스도 풀고

전하노인복지관 난타 중급반 석효원(68) 반장은 나이가 무색할만큼 건강미가 넘쳤다.

복지관의 중급 난타팀 15명은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이 넘게 호흡을 맞추고 있는 팀으로 지난 7월4일 남구 고래축제에서 공연을 펼칠만큼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난타반이 생길때부터 함께한 초창기 멤버인 석 반장은 “열심히 준비해도 공연을 하고 나면 늘 아쉬움이 남는다”라며 “지난 고래축제 때 공연을 하면서 단체복이 없어 아쉬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팀원들과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이번 기회에 단체복을 맞출 계획이라며 이날 팀원들과 연습을 마치고도 한창 상의중이었다.

난타반 팀원들은 일주일에 정해진 수업 외에도 동아리를 결성해 자체적으로 연습을 하고 있다고 한다. 석 반장은 30여년 일한 회사에서 은퇴하고 나서 처음에는 마땅한 할거리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노인복지관을 통해 취미활동이자 목표가 생기면서 하루하루가 즐겁다고 한다.

그는 “여기 와서 사람들이랑 어울리다 보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며 “건강한 취미생활도 즐기고 난타수업을 통해 운동도 하고 그야말로 일석이조가 따로 없다”라고 말했다.

매 공연때마다 찾아오는 가족들과 주변사람들에게 좋은 공연을 보이고자 석 반장과 난타팀은 오늘도 열심히 북을 치고 있었다.

◇노인일자리사업 통해 삶의 만족 높아져

울산 장생포고래박물관 생태체험관에서 안내와 설명을 맡고 있는 최원석(71)씨는 울산시노인복지관을 통해 문화재해설사업에 참가하고 있다.

은퇴전 울산 중구청 문화공보과에서 교육문화재 관련 업무를 8년여간 한 그는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고 잘할 수 있는 일이라 더욱 즐겁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 집안이 어려워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서당을 다니며 논어, 맹자 등을 배웠다는 최씨는 자신이 문화재 관련해서는 남부럽지 않을 만큼의 전문지식이 있다고 자신했다.

노인일자리를 통해 울산대곡박물관에서도 문화재 관련 해설을 맡았던 그는 “박물관을 찾는 방문객들이 내 설명을 들으면서 눈빛이 초롱초롱 빛나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며 “그럴 때는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즐겁고 최선을 다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모든 일이 즐겁다며 고래박물관을 위해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도 했다.

최씨는 “고래박물관의 경우 주말이나 휴일에 찾아 오는 방문객들이 많은 편이다”라며 “많은 사람들이 찾는 만큼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으니 주말이나 휴일에 상주하는 안전관련 인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노인복지 사업과 프로그램을 통해 부인과 함께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고 말하는 그의 입가에서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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