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조가 전례 없는 대의원 간담회를 가졌다. 쟁의발생을 결의하는 자리가 아닌 대화를 위한 대의원 소집은 아마도 처음 있는 일로 여겨진다. 그동안 대부분의 대의원 대회는 파업 등 쟁의를 결의하는 수순으로만 개최됐다. 그런데 16일 울산시 북구 양정동 현대차문화회관에서 열린 대의원 모임은 사측과의 협상을 앞두고 먼저 노노갈등을 해소하겠다는 집행부의 의지가 담긴 간담회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현대차 노조는 추석을 앞둔 지난 2일 노사협상에서 잠정합의안을 도출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교섭장 앞에서 일부 현장 조직들이 농성을 하는 바람에 중단됐다. 이들 현장 조직들은 마이크를 잡고 “잠정 합의를 하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교섭장 봉쇄를 위해 핸드폰 문자로 대의원 소집령을 내리는 등으로 노조 집행부를 압박했다.

이에 노조 집행부는 노사협상에 앞서 노노갈등 해소가 먼저라고 생각하고 이날 울산은 물론 아산·전주 공장, 남양연구소, 판매·정비까지 500여명의 대의원들을 소집해 대화를 시작했다. 이에 앞서 지난 12일에는 노측 교섭위원 간담회, 15일 전직 위원장 및 임원 간담회, 16일 오전 6개 현장조직 의장단 간담회 등을 차례로 가졌다. 집행부는 이들 간담회에서 통상임금 문제를 이번 임단협에서 함께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측이 임금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 위원회를 신설해서 내년 3월31일까지 통상임금 적용시점을 포함한 개선·시행방안을 합의하겠다고 약속했으므로 향후 재개될 교섭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보강된 답변을 받아내겠다는 집행부의 생각도 밝혔다.

물론 노조 집행부의 이같은 설명이 단번에 대의원 전원에게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무조건 이번 임단협에서 통상임금 확대를 관철해야 한다는 강한 주장도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선 집행부에 대한 비난도 있었고, 공방이 오가면서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노노갈등 해소를 위해, 집행부의 의견에 대한 이해를 구하기 위해 노조 간부들이 한자리에 모여 대화의 자리를 가졌고 큰 소동 없이 마무리된 것만으로도 현대차 노조가 한단계 성숙했다고 할 수 있다. 어쩌면 현대차 노사문화에 있어 획기적인 변화로 기록돼야 할 일이 아닐까 싶다.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현장조직에 끌려 가거나 집행부가 독단적으로 결정한 뒤 무조건 투표로 결론내려는 그동안의 방식에서 탈피해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 조합원들을 설득해나가는 노조 집행부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동시에 이번 노사협상이 더 이상의 파업으로 치닫지 않고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것이란 기대를 갖게 된다. 현대차는 어려운 세계 경제 속에서도 울산의 3대 주력산업 중 유일하게 적자를 내지 않는 기업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절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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