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업의 미래위해 인재 키우는 독일 칼 마이어社

울산은 시민 1인당 GRDP가 5만달러가 넘는 대한민국 최고의 부자도시다. 하지만 이 지표는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주력 대기업이 생산한 지역내총생산의 개념이지 절대적인 수치는 아니다. 대기업 직원을 제외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등의 서민들은 여전히 팍팍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자영업자들도 대형마트와의 경쟁 속에서 갈수록 삶의 터전을 잃고 있다.

지역 주력기업들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는 고용 없는 성장 둔화에 직면한 가운데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속속 설립돼 일자리 창출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정부와 민간의 유기적인 지원과 운영 아래 성공적인 사회적 생태계를 구축한 독일과 영국 현지취재를 통해 우수 사례를 소개한다.

▲ 아우스빌둥 과정의 고교생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력을 발휘해 다양한 기계를 만드는 연습을 한다.

섬유기계 생산업체 칼 마이어
학기중엔 공부·방학엔 실습
졸업후엔 취직으로 이어지는
직업교육 프로그램 인기 얻어
“회사가 전액 부담하는 교육,
결국 국가 발전에 도움될 것”

◇고교 학업·실습 병행 프로그램 ‘아우스빌둥’

지난달 24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내려 인근 호텔에 숙소를 정한 뒤 준비된 차편으로 40여분 남짓 달린뒤 도착한 칼 마이어(Karl Mayer)사. 1937년에 설립된 직원 600명의 이 회사는 효성 울산공장에 섬유기계를 납품하면서 울산과도 인연이 깊은 세계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는 섬유기계 생산업체다.

회사 한켠의 작업장에서 자동차 부품을 조립하고 있는 한무리의 작업자와 부지런히 부품을 나르고 있는 근로자들의 모습은 울산의 여느 중소기업의 현장과 다름 없는 평범함 그대로였다. 

▲ 방학 중에도 회사에 나와 실습을 하고 있는 아우스빌둥 과정의 고교생들. 다양한 분야의 기계를 다루며 3년간 학업과 실습을 병행한다.

하지만 회사 관계자로부터 사내 교육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들은 이후에는 조금 다른 눈으로 공장을 보게 됐다. 평범한 근로자로 생각했던 작업자들이 방학기간 동안 자율적으로 회사에 실습하러 온 고등학생이었던 것.

칼 마이어사는 일체의 정부의 지원 없이 자체 비용으로 고등학생이 학업과 실습을 병행할 수 있는 3년 과정의 직업교육 프로그램인 ‘아우스빌둥’(Ausbildung)과 대학·대학원생 대상의 ‘듀얼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다양한 기술 훈련을 통해 기술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직업교육 프로그램이다.

회사 내부 작업장도 모두 학생들 차지였다. 학생들은 작업장 내 이름 모를 기계장비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며 자신이 계획한 작업을 척척해 냈다. 학생들은 교과과정에서 배운 지식을 총동원해 이 회사를 마치 실습장으로 활용하는 듯 했다.

그는 실습에 참가한 학생들은 돈도 받고 기술도 익히는 일석이조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귀띔한다. 칼 마이어사는 고등학교 과정인 아우스빌둥 학생들을 위해서만 연간 100만유로(13억4000만원)를 지원한다.

악셀 슈타인바이스(Axel Stienbeiss·50) 칼 마이어사 교육담당 수석매니저는 “전세계적인 흐름일 수도 있지만 독일 역시 기술직 종사 희망자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 청소년 시절부터 교육을 통해 좋은 기술자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업에 필요한 인재는 정부보다 기업이 나서 최선을 다해 교육이 시키면 다른 회사에 가서도 좋은 기술자로 국가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대학원 직업교육은 ‘듀얼시스템’

칼 마이어사는 지난 2004년부터 고등학생 대상의 직업교육인 아우스빌둥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대학생 대상의 직업교육 프로그램인 ‘듀얼시스템’도 운영하기 시작했다. 회사의 미래를 짊어질 인재를 대학생 때부터 발굴해 그 분야의 기술전문가로 양성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는 학사와 석사, 박사 과정으로 나눠 진행하는 ‘듀얼시스템’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매달 학사 1000유로(134만원), 석사 1500유로(201만원)씩의 실습비를 학생들에게 지원하며 학업을 독려한다. 학기 중엔 학교에서 수업을 하고, 방학 중 회사에서 해외파견 등 팀 프로젝트를 배정해 실습기회로 견문을 넓혀준다.

이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독일의 고교생과 대학생들은 아우스빌둥과 듀얼 시스템에 각 20여명 모집에 700여명씩이 모여들 정도로 높은 경쟁률을 자랑한다. 35대1의 경쟁률 뚫어야 비로소 직업교육생으로 뽑히는 셈이다. ‘직업교육생=취업’이라는 등식이 알려지면서 이 회사의 직업교육은 독일 내에서도 확고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슈타인바이스 수석매니저는 “회사의 비용으로 3년동안 교육을 하면서 학생들의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고, 채용이 되지 않더라도 독일 산업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낼 수 있다는데 보람을 느낀다”며 “전혀 모르는 사람을 채용하는 것보다 직업교육생은 비용이 적게 들고 인수인계가 필요없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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