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가을꽃 명소

불볕더위도 어느 사이엔가 물러가고 선선한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이맘 때면 가을 꽃이 들판을 수놓는다.
가장 먼저 코스모스가 길가를 울긋불긋 물들이고 구절초가 산 등성이에 수줍게 피어난다.
메밀꽃은 벌써 강원도를 거쳐 빠른 속도로 남하하고 있다.
가을꽃이 남하하고 나면 그 뒤로 단풍이 한차례 밀려내려 오고 그 다음에는 설악산에서부터 눈꽃이 첫 겨울을 알린다.
봄꽃 만큼 가을꽃도 생명이 짧다.
봄꽃이 가슴 설레는 청춘의 꽃이라면 가을꽃은 차분한 중년의 꽃이다.
쾌청한 가을 하늘 아래 가을꽃 명소들을 소개한다.

태화강변 일대 코스모스 만개
하동서 20일부터 북천 코스모스·메밀축제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구병산자락에
산골마을 뒤덮는 하얀물결 메밀꽃 장관

전북 고창 선운사 꽃무릇 군락 유명
20일부터 선운문화제 개최

충남 공주시 영평사 구절초 꽃단지서
10월2~19일 구절초 꽃 축제도

◇코스모스

▲ 가을꽃들의 잔치가 시작됐다. 코스모스를 필두로 메밀꽃, 구절초, 꽃무릇 등이 여기저기서 거대한 꽃물결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울산에서는 태화강을 중심으로 코스모스와 홍접초 등이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내고 있다. 사진은 구삼호교 아래 산책로변에 함께 핀 코스모스와 홍접초(가우라).

코스모스는 울산의 태화강 둔치와 태화강대공원이 가장 가까운 명소다. 절정을 조금 지난 태화강 코스모스는 구삼호교 아래에서 홍접초(가우라)와 어울려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울산 밖에서는 전남 곡성군 석곡면 섬진강 기차마을 주변이 유명하다. 이 곳에는 9월이면 1만여 평의 코스모스가 만개하고 오는 26일부터 28일까지 석곡 코스모스 음악회가 열린다. 코스모스가 일렁이는 강변을 산책한 다음 폐역사가 된 구 곡성역에서 철로자전거를 타는 재미도 쏠쏠하다.

경남 하동군 북천면 직전리 남바구 들녘도 코스모스로 유명하다. 파란 하늘 아래 울긋불긋 피어난 코스모스가 안개가 깔린 듯한 메밀밭과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한다. 6만여 평에 이르는 직전리 꽃밭 중 가장 아름다운 코스모스 군락은 북천역 일대다. 북천면 직전마을과 이명마을 꽃단지 일원에서는 오는 20일부터 10월5일까지 ‘북천 코스모스·메밀 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메밀꽃

▲ 구병리 메밀꽃

전북 고창군 공음면 선동리에 자리한 학원농장은 보리밭으로 유명하지만 9월에 접어들면 10만평에 달하는 넓은 들판에 메밀꽃이 피어 또 다른 풍경을 안겨준다. 바람이 불 때마다 메밀대가 하얀 물결을 이루는 메밀밭 사이로 들어서면 마치 몽글몽글한 구름밭을 걷는 느낌이다. 

학원농장에서는 메밀을 7월25일, 8월5일, 8월15일에 각각 파종해 8월25일~10월5일 사이에 3차에 걸쳐서 메밀꽃 축제를 열고 있다. 1차는 9월5일~18일, 2차는 9월19일~30일, 3차는 10월1일~2일이다.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에 속한 구병리는 구병산 자락에 폭 파묻힌 아늑한 산골마을이다. 이 작은 산골마을도 9월이면 하얀 메밀꽃으로 뒤덮인다. 구불구불 산자락을 따라 펼쳐진 메밀밭은 2만여평이다. 2004년 아름마을로 선정된 마을 안에는 문화관, 펜션, 황토 찜질방, 울창한 송림원도 조성되어 있다.

◇꽃무릇

▲ 선운사 꽃무릇

전라북도 고창 선운사 골짜기는 9월이 되면 마치 산불이 난 듯 꽃무릇이 화려한 군무를 펼친다. 이 곳의 꽃무릇은 절기상 백로 무렵에 피기 시작해 9월 중순에서 말경에 절정에 이른다.

꽃무릇은 꽃이 필 때 잎이 없고 잎이 날 때는 꽃이 없는 수선화과로 본래 이름은 꽃대가 마늘종을 닮아 석산화이다. 선운사 꽃무릇은 선운산도립공원 매표소 뒤편의 생태숲에서 시작된다. 선운사는 오는 20일부터 제7회 선운문화제를 개최한다.

전남 영광군 불갑면 불갑산 자락에 위치한 불갑사도 9월이면 빨간 꽃무릇으로 뒤덮인다. 불갑사 입구 주차장부터 얼굴을 내밀기 시작하는 꽃무릇은 공원처럼 말끔하게 조성된 넓은 잔디밭에 지천으로 피어 있다. 그중에서도 불갑사 대웅전 뒤편, 저수지 주변이 포인트다.

꽃이 무르익을 즈음 불갑사에서는 꽃무릇축제가 열리는데, 올해는 19일부터 21일까지 개최된다. 축제 기간에는 불갑산 연실봉 정상까지 꽃길 등반대회를 비롯해 푸른 음악회, 소원성취 풍등 띄우기 등 다양한 행사와 전시회가 펼쳐진다.

불갑사와 인접한 전남 함평군 해보면 모악산 자락에 들어선 용천사 일대에서도 꽃무릇을 원 없이 볼 수 있다. 용천사를 중심으로 주변에 형성된 꽃무릇 군락지는 30만여 평이나 된다. 공원 안에는 꽃무릇과 함께 벌개미취, 구절초 등 100여종의 야생화도 더불어 피어나 아름다움을 더한다. 용천사 일원에서는 오는 20, 21일 이틀 동안 꽃무릇큰잔치가 열린다.

◇구절초

▲ 영평사 구절초

구절초는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음력 9월9일이 되면 아홉 마디가 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한방에서는 ‘선모초’로 불리며 9월에 꽃잎을 땄을 때 약효가 최고조에 이른다고 한다. 특히 아랫배가 냉한 사람이나 생리불순, 손발이 찬 사람에게 좋은 약재로 알려져 있다.

충남 공주시 장군산 자락에 안겨 있는 영평사는 이맘 때면 흐드러지게 피어난 구절초로 뒤덮여 장관을 이룬다. 영평사를 둘러싼 장군산 기슭에 피어나는 꽃단지는 3만평 정도다.

영평사는 오는 10월2일부터 10월19일까지 ‘제15회 장군산 영평사 구절초 꽃 축제’를 연다. 축제기간 중에는 ‘사찰음식 전시 및 시식’ ‘서예작품 전시회’ ‘다례시연’ ‘색소폰 연주회’ ‘절터다지기’ ‘세종시민 예술 한마당’ ‘최윤희 전통춤’ ‘구절초 향에 깃든 풍류’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죽염수로만 간을 한 웰빙 국수가 무료로 제공되고, 구절초 꽃차 및 효소 무료시음, 연꽃차·연선식·구절초화전 등 다양한 먹거리도 준비된다.

전북 정읍시 산내면 매죽리 망경대 일대 야산에 조성된 ‘구절초 테마공원’도 구절초 단지로는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이곳은 특히 울창한 소나무숲 틈새를 하얗게 메운 구절초 모습이 독특하다.

구절초밭의 규모는 약 1만8000평. 오는 10월3일부터 12일까지 이 일대에서는 제9회 정읍 구절초축제가 열린다. 축제 기간에는 국악, 클래식 등 다양한 음악회가 열리고 지역 주민들의 향토음식도 맛볼 수 있다.

이재명기자 jm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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