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2일까지 부산시립미술관 등에서 열려

“비엔날레가 주는 기대감이 없다.” “프랑스의 한 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 같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4 부산비엔날레’가 개막에 하루 앞서 19일 프레스 오픈을 통해 선보였다.
 전시 감독 선정 문제와 지역 예술인의 ‘보이콧’ 등으로 애초 행사 파행까지 우려됐던 이번 비엔날레는 우여곡절 끝에 ‘세상 속에 거주하기’를 주제로 오는 11월 22일까지 부산시립미술관과 부산문화회관, 고려제강 수영공장에서 열린다.

 올리비에 케플렝 전시 감독은 이날 열린 간담회에서 “그동안 직면한 위기 상황에서 예술가는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능동적으로 세상을 어떻게 살지 누구보다 열심히 고민하고 작품 활동을 해왔다”며 “’세상 속에 거주하기‘는 서로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의 장”이라고 말했다.
 운동, 우주와 하늘, 건축과 오브제의 운동성, 정체성, 동물과의 대화, 역사와 전쟁 등 6개 섹션으로 구성된 본전시에는 27개국 작가 77명이 참여해 25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며 활동하는 베네수엘라 작가 엘리아스 크레스팽은 공중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모빌 작업을 통해 운동과 정지에 대한 개념을 보여준다. 프랑스 작가 클레르-잔느 제제켈은 채색된 석고보드로 이뤄진 ‘연약한 구조’의 조형물로 긴장감을 연출한다.
 스페인 출신 필라 알바라신은 박제된 당나귀가 책더미로 은유된 무덤 위에 서서 책을 읽고 있는 작품을 선보인다. 실존에 대한 불안함을 가시화한 작품이다.
 독일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일본 작가 치하루 시오타는 200여 개의 여행 가방을 공중에 매단 작업을 통해 자신의 ‘노마드적 경험’을 드러낸다.

 케플렝 감독은 “긍정적이고 능동적인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고 말했지만, 이번 부산비엔날레는 전반적으로 비엔날레 특유의 대담함이나 과감함은 보이지 않는 ‘밋밋한’ 전시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보름 전 개막한 광주비엔날레가 ‘터전을 불태우라’라는 강렬하고 명확한 주제하에 통일성을 드러낸 데 비해 부산비엔날레는 다소 포괄적인 주제 탓에 주제를 명료하게 전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미술계 한 관계자는 “작품 각각은 괜찮았지만 전시 구성 등이 전반적으로 밋밋하고 정적이었다”며 “광주비엔날레만큼 역동적이지 않아 아쉬웠다”고 말했다.
 비엔날레 참여 작가 77명 중 3분의 1이 넘는 26명이 케플렝 감독과 국적이 같은 프랑스(프랑스령 포함) 출신인 탓에 전반적으로 프랑스 색채가 강하다는 지적도 있다.
 프레스 오픈에 앞서 이날 오전에는 “’프랑스의 축제‘를 축하한다”며 프랑스 전통 복장을 한 퍼포머가 바게트를 나눠주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그나마 본전시와 함께 마련된 특별전 2개가 비엔날레의 구색을 맞췄다.
 부산문화회관에서 열리는 ‘한국 현대미술 비엔날레 진출사 50년’전은 그동안 세계 유수의 비엔날레에 참여한 한국 작가들의 출품작이나 대표작을 선보인다. 김수자를 비롯해 구본창, 김병종, 김창열, 노상균, 문범, 박서보, 신상호, 육근병, 윤동천, 이강소, 이명호, 전광영, 전수천, 정연두, 최우람, 최정화 등 48명의 작품 109점이 한국 현대미술사를 응축해 보여준다.
 중국, 일본, 한국, 싱가포르에서 추천된 신진 큐레이터의 협업으로 구성된 ‘아시아 큐레토리얼’전은 ‘간다, 파도를 만날 때까지 간다’를 주제로 비디오, 설치, 조각, 사진, 회화를 넘나드는 다양한 매체의 작업이 재기발랄하게 펼쳐져 본전시에 대한 아쉬움을 달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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