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시대, 사회적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자](2)축산업으로 마을 재건한 독일 슈베비슈 할 협동조합

주민 8명이 의기투합해 시작
지역 토종돼지인 ‘쉐비쉬’종
사육부터 가공·유통까지 처리
마을 전체를 관광지화 시키자
전국서 관광객 몰려들어 성황
연간 1600억원의 수입 창출
 

▲ 주말 슈베비슈 할의 호엔로헤 마을 중앙에 들어선 슈베비슈 할 생산자협동조합 판매점 식당에는 토종 돼지고기 요리를 맛보기 위해 찾은 관광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서남쪽으로 200㎞ 떨어진 지역에 위치한 농촌 도시 슈베비슈 할. 인구 4만명으로 국내로 치면 경북 청도군 규모의 작은 농촌형 도시다. 멸종위기의 토종돼지 ‘쉐비쉬’종을 복원해 이름없는 작은 농촌에서 오늘날 독일 각지에서 관광객이 몰려오는 토종돼지의 성지로 변모한 도시다. 이곳 농민들로 구성된 슈베비슈 할 협동조합은 돼지사육은 물론 유통업까지 하는 독일 남부지역 최대의 생산자협동조합이자 유통업체로 거듭났다. 이 조합은 7곳의 직판장과 350곳의 판매점을 운영하면서 연간 16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지역 경제의 중추역할을 하고 있다.

◇멸종위기 토종돼지 복원해 관광지로

주말에 찾은 슈베비슈 할의 호엔로헤 마을 중앙에 위치한 관광객센터에는 독일 전역에서 가족과 함께 아우토반을 달려 이 곳의 풍경을 즐기고, 식당에서 토종 돼지고기를 맛보려는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 슈베비슈 할 생산자협동조합에서 사육되는 토종 ‘쉐비쉬’종 돼지는 친환경으로 키워진다.

관광객센터 내 족히 200명은 수용할 수 있는 한 식당에는 점심시간이 조금 지났음에도 가족과 함께 늦은 점심을 즐기려는 주민들로 북적였다. 식당 옆 조합 직판장에도 주말을 맞아 이 곳의 특산물인 ‘쉐비쉬 돼지’로 만든 육가공품과 허브, 먹거리 등 구입하려는 사람들의 차지였다. 축산물 직판장인데도, 전기차를 위한 충전시설과 어린이를 위한 놀이시설 등 다양한 편의시설까지 갖췄다.

이 곳은 지난 1986년 현 조합장인 루돌프 뷜러(62)씨와 마을주민 8명은 더 품질이 좋은 토종 돼지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의기투합해 슈베비슈 할 생산자협동조합을 세우고, 멸종위기의 토종돼지 ‘쉐비쉬’종을 복원했다. 이를 계기로 마을은 오늘날 독일 각지에서 관광객이 찾아오는 토종돼지 관광명소로 거듭난 곳이다.

크리스티안 뷜러 슈베비슈 할 생산자협동조합 이사는 “슈베비슈 할 생산자협동조합의 첫 출발은 돼지의 대량생산을 위해 지역 토종돼지인 ‘쉐비쉬’종 사육을 배척, 멸종위기에 처한 것을 안타까워한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토종돼지를 키운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은 돼지사육의 1차 생산자 역할에만 그치지 않고 토종돼지를 명품으로 브랜드화하고 나아가 관광명소로 꾸미는 노력을 계속하면서 지금은 연 매출이 1억2000만유로(약 1607억원)의 수입을 올리면서 1450명의 지역 주민(조합원)의 소득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독일 남부 고급 돈육 유통 75% 석권

슈베비슈 할 생산자협동조합은 토종돼지 ‘쉐비쉬’종 사육과 도축, 소시지 가공, 유통 등 소비자에서 전달되기까지 과정을 조합 내에서 모두 처리한다. 이를 위해 독일 내에 직접 운영하는 판매장(Regional market hohenlohe) 7곳과 가격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판매점 350곳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독일 남부에서 소비되는 고급 돼지고기 시장의 75% 이상을 점유하는 최대 돼지 유통업체로 거듭났다.  

▲ 슈베비슈 할 생산자협동조합 직판장 모습.

조합에서 생산된 토종 돼지고기는 대기업인 벤츠 본사를 비롯해 아우디, 포르쉐, 루프트한자 기내식과 5성급 이상 주방장이 근무하는 레스토랑에 납품될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조합은 지금까지의 축적한 성공노하우를 토대로 제3국 진출도 서두르고 있다. 지난 2001년 인도의 케릴라주에 허브농장을 파트너로 구축한데 이어 2005년부터는 인도 호엔로에 허브농장을 운영하면서 허브 생산망을 구축했다. 같은해 세르비아 파프리카 농장에도 협동조합을 설립해 국제적인 파프리카 공급체계를 확보했다.

크리스티안 뷜러 이사는 “조합 내에서 ‘쉐비쉬 인증마크’를 관리하는 컨설팅 기구를 운영하면서 자체적인 가격결정권을 가지면서 쉐비쉬 돼지는 일반 돼지고기보다 30~50% 비싸게 판매되고 있다”며 “농민들이 연대해 고품질을 유지하고 소득창출에 스스로 기여할수 있는 노하우를 제3국에도 전수할 수 있어 보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전상헌기자

[인터뷰]크리스티안 뷜러 생산자협동조합 이사
“친환경으로 키워낸 돼지, 품질면에서 우수”

“지역 특산물인 ‘쉐비쉬’종 돼지를 주민들의 손으로 복원할 수 있도록 한 원동력이 된 생산자협동조합에 몸을 담고 있는 것이 행복하고 자랑스럽다.” 

 

크리스티안 뷜러(34·사진) 슈베비슈 할 생산자협동조합 이사는 조합 설립자이며 26년동안 연임을 하고 있는 루돌프 뷜러 조합장의 아들이다. 크리스티안 뷜러 이사 역시 현재 농장을 경영하면서 친환경·유기농으로 ‘쉐비쉬’종 돼지를 사육하고 있는 농부다.

그의 농장에 있는 돼지는 불과 30여마리. 하지만 농장크기는 소 30마리를 방목해도 될 정도의 규모인 1㏊ 남짓된다.

그는 “슈베비슈 할 생산자협동조합에서 생산되는 돼지고기는 컨설팅 기구에서 ‘쉐비쉬 인증마크’를 통해 관리를 하기 때문에 좋은 사육환경에서 사육이 돼야 한다”며 “유통과정도 통상 7단계를 거치지만 여기서는 1단계만 거치기 때문에 수익이 남을 수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크리스티안 뷜러 이사는 “독일정부도 지난 2005년 조합의 지속적인 친환경·유기농 토종돼지 복원 사업을 위해 도축장과 가공공장 등 설립을 위한 자금을 일정부분 지원했다”며 “슈베비슈 할은 토종돼지 복원 뿐만 아니라 독일 전역에서 관광명소로도 부각되고 있는 만큼 더 많은 소득창출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돼지고기의 높은 품질 유지 및 사업개발에도 노력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전상헌기자 honey@ksilbo.co.kr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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