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 개혁 위해 방향성 정립 시급
국민적 공감대 형성돼야 개혁에 속도

▲ 서동욱 울산 남구청장

‘규제개혁’이 국가적 어젠다가 되면서 대통령까지 나선 범정부차원의 논의가 활발하다. 이런 가운데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이 완성됐고 각 부처와 지자체가 앞다퉈 규제개혁에 나서고 있다. 이 때문인지 국민들도 규제개혁에 대한 생각을 달리하고 기대감이 점차 높아지는 듯하다.

그러나 최근 열린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중대한 골든타임에 들어섰는데도 규제개혁은 너무 더디게 진행돼 위기감을 느낀다”며 규제개혁에 속도를 내줄 것을 당부했다. 이처럼 우리사회의 낡고 불합리한 규제를 개혁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체감하는 개혁의 성과는 미미하다.

이런 상황에서 규제개혁의 효과성, 일관성,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바람직한 규제개혁의 방향성 정립이 매우 중요하다.

가장 우선적으로 서민과 중소기업을 배려하는 규제, 생활환경 보전을 위한 규제,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규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규제는 더 보완하고 개선해야 한다.

국민들이 생활에서 느끼는 불합리한 법, 제도, 행태, 경제주체간 이해관계는 서로 얽히고 설켜 있다. 그런 만큼 이 실타래를 풀어가는 규제개혁의 과정이야 말로 경제를 활성화하고 더 많은 국민을 편하게 해줄 수 있다는 공감대가 필요하다. 이렇게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규제개혁도 속도를 낼 수 있다.

국민적 합의가 바탕이 된다면 규제개혁의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서도 심도있게 고민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시대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불합리하거나 낡은 규제의 틀을 깨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고 본다.

예를 들면 정부가 한옥의 세계화와 관광활성화를 위해 신설한 ‘한옥 체험업’은 숙박업이 아닌 편의시설업으로 분류돼 손님들에게 음식을 제공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한옥 체험자들은 식사시간이 되면 할 수 없이 인근 식당에서 밥을 먹어야 한다. 고택에서 전통음식과 생활 등을 온전히 체험하지 못하는 것은 낡은 규제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시대상황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규제는 하루빨리 고쳐야 한다.

또 한가지. 규제개혁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정부는 1997년 ‘행정규제기본법’이 제정된 이래 불필요한 행정규제를 폐지하고 비효율적인 행정규제의 신설을 억제함으로써 사회·경제활동의 자율과 창의를 촉진해왔다. 그러나 법 제정시 1만185건이던 규제 수는 2014년 현재 1만5000여건이라고 한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규제개혁을 추진했지만 정권 후반기에는 오히려 규제 수가 증가하는 등 지속적인 규제개혁이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규제개혁이 이뤄지려면 규제개혁시스템을 정비하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울러 규제개혁 성공에 가장 필요한 것은 공무원의 적극적인 자세이다.

감사를 두려워한 법해석과 행태, 부처 이기주의적이고 면피적인 행정행태로는 규제개혁을 성공할 수 없다. 실제로 국민들이 겪는 고충 중 가장 큰 부분은 공무원들의 소극적인 법령해석과 적용이라고 한다. 공무원이 정당한 절차에 따라 집행한 행정행위에 대해서는 다소 위법한 부분이 있더라도 면책을 줘야 한다. 또 규제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공무원에게는 과감한 인센티브를 줌으로써 공무원 조직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규제개혁이야말로 돈 들이지 않고도 ‘경제혁신과 재도약’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이상적인 방안이다. 규제개혁은 각계각층의 경제주체들이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용기를 북돋을 수 있는 기반이다. 규제개혁의 핵심을 알고 그 방향을 제대로 이끌어간다면 기업하기 좋은 나라, 전 국민이 행복한 나라의 실현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서동욱 울산 남구청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