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전용선박 이용해 1회에 1천드럼씩 1년에 3번

운송과정 안전사고 등 우려...인근 어민 반발 마찰 예고

고리원자력본부에서 나오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이하 방폐물)이 내년부터 해상운송을 통해 경주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으로 본격 이송된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은 전용선박을 통해 바닷길로 한번에 1000드럼씩 1년에 3번정도 운송할 예정이다.

이송수단을 선박으로 결정한 것은 국내 실정상 철도와 육로는 인구 밀집지역을 통과하는 만큼 만에 하나 사고가 나면 대규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데다 테러 등의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송이 본격화되면 포화상태에 달한 고리원전의 방폐물 처리문제가 크게 해소될 전망이다. 그러나 고리원전 인근 주민들은 해상운송에 따른 안전사고와 어업피해 등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어 본격적인 운송까지 상당한 마찰이 예상된다.

◇고리원전 방폐물 첫 외지 반출

고리원자력본부는 내년 상반기부터 원전내 임시저장고에 쌓여 있는 준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경주방폐장으로 반출한다고 28일 밝혔다.

지난 1978년 상업운전에 들어간 고리원전에는 작업복과 장갑 등 방사능 폐기물이 임시저장고에 4만1907드럼이 쌓여 있다. 현재 방폐물은 임시저장고의 83.3%를 채우고 있어 저장용량의 턱 밑까지 차있다. 고리원전측은 이미 여러차례 걸친 확장공사로 저장용량을 늘려왔지만 더 이상은 불가능한 상태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수력원자력은 본사이전과 함께 경주시에 천문학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경주에 방폐장을 건립했다. 한수원은 경주방폐장으로 한번에 1000드럼씩 한해 3번정도 운송하면서 점차 운송횟수를 늘릴 계획이다.

방폐물 이송에 사용되는 선박은 유조선 등 대형 특수선박에 적용되는 이중 선체, 이중 바닥으로 건조된 것이 특징이다.

선체는 3m 정도의 빈 공간을 사이에 두고 외벽과 내벽으로 이뤄졌다. 배 안에 또 다른 배가 있는 셈이다. 따라서 다른 선박과 충돌한다 해도 좌초되거나 적재물이 밖으로 새나가지 않는다.

대형 유조선이라도 내·외벽의 간격이 1m가량밖에 안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전성을 우선시한 구조라는 게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의 설명이다. 엔진도 2개가 장착돼 있어 하나가 고장나면 다른 엔진으로 목적지까지 운항할 수 있다. 방사성 폐기물이 담긴 드럼들은 8개씩 묶여 철제 용기 속에 밀봉된 후 다시 콘크리트로 둘러쌓인 화물칸에 적재돼 3중으로 차폐된다. 이 용기는 만약에 침몰 사고가 나더라도 부력으로 폐기물이 가라앉지 않게 하는 역할도 한다.

◇어민 안전사고·어업피해 반발

그러나 운송에 따른 안전사고와 어업피해를 우려하는 어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측은 지난 26일 방사능폐기물 해상 운송과 관련해 울주군 서생면사무소에서 서생과 온산지역 어업인 300여명과 주민설명회를 가졌다. 공단측은 설명회에서 “운송선박은 이중 선체구조이고 침몰 사고에도 안전하다”며 설득했다. 그러나 어민들은 안전사고 어업피해 우려를 제기하며 해상운송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울산의 경우 액체화물 수송을 위한 화물선과 유조선 운항이 많아 자칫 대형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 어민들은 방폐물을 운송해도 안전하다는 전문기관의 용역결과를 보지 않고서는 이 사업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어민 김모(58)씨는 “방폐물 이송과정에서 사고가 나면 어민들에게는 상상을 초월하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으면 해상이송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