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행복한 노년을 위해 노인학대에 대한 대처

▲ 울산노인보호전문기관 노인일자리사업 홍보단 어르신들이 지난 5월 남구 롯데백화점 일대에서 노인학대예방 피켓가두행진을 하고 있는 있다. 울산노인보호전문기관 제공

#지난해 김모(여·71)씨는 여성긴급전화 1366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44년간의 결혼생활을 통해 2남1녀를 출가시키고 현재는 배우자인 이모(74)씨와 생활하고 있다는 김씨는 20여년 넘게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받아왔다고 털어놓았다.

김씨는 자녀들을 위해 참거나 못들은 척 지내왔지만 더 이상 결혼 상태를 지속할 수 없다며 이혼을 원하고 있었다. 신고를 접한 울산시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는 김씨와 학대행위자인 이씨의 분리를 위해 김씨를 학대피해노인쉼터로 옮긴 후 문제해결에 나섰다. 하지만 이씨는 자신이 학대행위를 한 적이 없으며 김씨가 정신질환이 있기 때문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김씨는 이씨와 별거를 선택했다. 김씨는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이씨와 합의한 경제적 지원금을 받아 생활하게 된 지금 더 이상 하루하루 불안하게 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한다.

■ 울산시노인보호전문기관
노인폭력 90% 이상 가정내 발생
2011년부터 상담·조치 상승추세

■ 예방위한 노력
인형연극단 등 5개 노인일자리사업
전국 학대피해노인쉼터 설치 운행도

◇늘어가는 노인학대…잘 드러나지 않아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노인학대의 특징은 지속성과 반복성, 복합성, 은폐성이다.

위 사례와 같이 대부분의 노인학대와 폭력이 일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시간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 은빛지킴이단의 노인학대예방캠페인 활동하는 모습.

또한 가족구성원간에 복합적이고 상호적인 원인을 통해 발생하며 대부분의 경우 학대를 받는 노인들이 자신보다 가족의 안위를 생각해 사실을 은폐하고 감추려 하게 된다.

울산시노인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노인학대가 이루어지는 장소의 90% 이상은 가정내에서 그리고 학대행위자는 배우자나 아들, 딸, 며느리 등 친족인 경우가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울산지역 노인학대 관련 상담 건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 진행된 상담은 2011년 1350건, 2012년 2210건, 2013년 2520건이며 이중 실제로 노인학대가 이루어져 관계기관이 개입해 조치가 취해진 것은 각각 65건, 106건, 110건이다.

노인보호전문기관 사례교육 이수정 팀장은 “2011년부터 상담과 조치건수가 대폭상승한 것은 단순히 노인학대 사례가 증가한 것은 아니다”라며 “기존에 행해지고 있던 노인학대가 관련기관과 지자체에서 홍보 및 사례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드러나게 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팀장은 실제로도 노인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노인학대는 점차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노인학대 해결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

이런 노인학대 관련해 발생뒤에 조치를 취하는 것보다 사전에 예방하고 교육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얘기한다.

울산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도 이와 관련해 다양한 사업이 진행중이다.

2006년부터 시작돼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아웃리치단, 생명지킴이단, 효가 꽃피는 인형극단 등 5개 사업단은 노인학대 예방 최전선에 나가 활동하고 있는 어르신들이다.

사업단이 증가하면서 최근 2012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인형극단과 아웃리치 사업단의 활동은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인형극단은 월 11회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어린이집을 찾아 노인학대 예방을 위한 효행교육 인형극을 선보이고 있다. 인형극은 어려서부터 아이들에게 노인들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갖지 않고 공경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외에도 울산지역 초·중·고등학교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노인유사체험은 노인들이 겪는 불편과 힘든 점을 직접 체험함 으로써 노인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개선과 효사상을 심어주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아웃리치단은 어르신들이 2인1조로 활동하면서 각 구군별로 직접 노인들 가정을 방문해 일지를 작성해 노인학대가 이루어지는지 점검을 하고 있다. 이들은 학대가 의심되면 일지로 작성해 관련기관에 통보를 함으로써 노인학대를 당하는 어르신들에게 신속한 조치가 취해질 수 있도록 활동중이다.

최근 울산에서 노인학대 발굴사례가 늘어난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이들인 것이다.

한편 학대를 당한 노인들을 가정으로부터 격리해 보호할 수 있도록 2011년부터 전국 16개 시도에 학대피해노인쉼터가 설치돼 운영중이다.

울산에서는 중구 다운동에 쉼터가 설치되어 있으며 기본 3개월에 필요시 최장 1개월까지 추가로 쉼터를 이용할 수 있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 울산시노인보호전문기관 - 이수정 팀장
“자기방임학대의 노인 증가 전문심리상담사 방문 도움”

올해로 6년째 울산시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 노인학대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사례교육 이수정(사진) 팀장은 울산에서 노인학대가 일어난 현장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간다.  

 

가족상담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노인학대의 경우 단순히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가족구성원 전체가 고질적인 갈등으로 문제를 겪는 경우가 많다”라며 “가족상담을 통해 노인들이 겪는 문제점을 내가 도와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노인학대의 추세 중 하나는 자기방임학대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기방임학대는 노인 스스로가 식사를 하지 않고 아프더라도 치료를 할 의지가 없는 등 스스로를 방치하는 무기력한 상태에 빠져 있는 것을 뜻한다.

이 팀장은 “자기방임학대의 원인은 자녀와의 관계소홀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자녀들과의 왕래가 줄어들고 경제적으로 취약한 입장에 놓여있는 독거노인의 경우 우울감을 많이 느낀다”라며 “이런 분들은 전문심리상담사가 방문을 해 우울감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는 이러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집단상담, 힐링 프로그램, 나들이나 체험활동을 통해 노인들이 우울감을 극복하고 사회성 향상이 되도록 사업을 진행중이다. 또한 노인학대 발굴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관계기관들간 연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팀장은 “현재 5개 구·군의 희망복지지원단에서 활동하는 통합사례관리사들과 분기별로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며 “관계기관들간 정보공유와 협력을 통해 이전보다 활발하게 사례발굴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우사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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