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마리 고양이들의 놀이터…지루하지 않은 춤과 노래

▲ 뮤지컬 ‘캣츠’의 한장면.
전 세계 30개국 300여 도시에서 7300만명이 찾아본 바로 그 작품, 뮤지컬 ‘캣츠’ 군단이 지난 주말 울산 현대예술관을 다녀갔다.

공연시작 10분 전. 공연장 문을 열고 들어가면 몽환적인 어둠이 짙게 깔린 무대를 마주하게 된다. 이 무대를 둘러싼 양쪽 벽면과 천장 아래로 늘어진 전등에 불이 반짝이면 재미있는 상상의 나래가 펼쳐진다.

실제 고양이와 사물의 비율에 따라 사물을 3~7배로 확대했다. 오븐기와 깡통, 폐타이어 등 인간이 버린 쓰레기들이 모여 고양이의 아지트가 됐다. 이는 동화적 쾌감과 신비로움, 그리고 환상적인 자극까지 불러와 ‘캣츠’의 매력을 극대화시킨다.

뮤지컬 ‘캣츠’는 오직 30여 마리 고양이의 노래와 춤만 보여 준다. 그래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배우들의 훌륭한 춤과 노래 때문이다.

‘캣츠’에는 저마다 사연을 가진 고양이들이 1년에 한 번 열리는 고양이들의 축제 젤리클 볼에 모인다. 여기서 ‘올해의 고양이’로 뽑힌 고양이는 천국으로 올라가 새 삶을 부여받게 된다. 다들 올해의 고양이가 되고 싶어 저마다의 사연을 관객에게 들려주며 어필하는데, 이게 ‘캣츠’의 줄거리다.

여기에 20여곡의 뮤직 넘버가 다양한 곡조로 감상의 풍부함을 더해준다.

‘캣츠’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를 꼽자면 ‘럼 텀 터거’와 ‘그리자벨라’다. 장난기 넘치는 고양이 럼 텀 터거는 익살스러운 춤과 능글맞은 표정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이 매력적인 고양이가 부르는 노래인 ‘더 럼 텀 터거(The Rum Tum Tugger)’ 역시 매력적인 중독성을 지녔다. ‘The Rum Tum Tugger is a curious cat’으로 시작하는 가사가 한 번 입에 붙으면 좀처럼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반면 그리자벨라는 등장부터 우울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리자벨라는 왕년에 모든 것을 가진 소위 잘나가는 고양이었지만, 늙고 병들어 초라해졌다. 겉모습은 볼품없는 그리자벨라지만, 뮤지컬의 대표곡인 ‘Memory’의 감동을 전한다. 그리자벨라 역은 에린 코넬이 맡았다. 그는 뮤지컬 ‘위키드’에서 엘파바 역을 맡아 풍부한 성량과 폭발적인 고음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이번 무대 역시 그의 매혹적인 멜로디가 극의 절정으로 이끌었다.

그리자벨라 역뿐만 아니라 주요 캐릭터들은 세계무대에서 활약한 월드 클래스 배우들이 맡았다. 이들은 최고의 팬서비스까지 선사한다. 고양이들이 무대 위에만 머무르지 않고, 공연 중간 중간 객석으로 뛰어드는 것은 물론, 인터미션에도 객석으로 출몰해 관객을 즐겁게 한다. 다채로운 쇼 역시 ‘캣츠’의 자랑거리다. 바크로바틱, 탭댄스 등 화려한 움직임에 빠져 정신을 놓고 있다보면 금세 공연은 막을 내린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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