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이 포함된 따뜻한 말 한마디가
바른 인성을 가진 아이를 만드는 법
부모·교사·동네 어른이 본보기돼야

▲ 박흥수 울산강남고 교장·문학박사

지난 4월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에 관한 특별법의 제정을 둘러싼 일련의 정치적인 행위과 더불어 대리 기사 폭행 사건, 그리고 창원시의원의 계란 투척 사건 등의 소식을 접하면서 우리 사회의 인성의 부재를 새삼스럽게 느끼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각종 매스컴과 예능프로에서 나오는 정제되고 절제되지 못한 언어들은 보는 사람들에게 ‘우리 사회가 이 정도밖에 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하고 심지어 참담함을 안겨주기까지 한다. 이것은 바로 오늘날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을 그대로 극명하게 드러내 주고 있다고 하겠다. 서로 상대방을 불신하며 원망하고 증오하는 분위기가 가득 차 있고, 사회지도층이라고 할 수 있는 여야 정치권은 물론이고 사회와 국민의 정서가 갈등과 대립 속에 뚜렷하게 나뉘어 있다.

이처럼 지도층이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니 국민은 희망을 잃어버린 채 서로를 믿지 못하고 욕하고 짜증을 내며 답답해 하고 있다. 아무리 희망과 소통, 그리고 화해를 외쳐도 마음의 문을 열 낌새조차 보이지 않으며 자신이 생각하고 바라는 대로만 되기를 기대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는 아예 마음에 담으려 하지 않는다. 이럴 때마다 원인을 진단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하면서 결국은 인성교육의 부재 탓으로 돌리고 있다.

교육의 탓만으로 미루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사고 방식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끝이 좋으면 모든 것이 좋은 것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으로 효율성과 결과만을 강조하고 동기와 과정은 무시되는 풍토에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닐까. 경제적으로 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하고, 어찌하든 가난만은 벗어나야겠다고 했던 지난날의 우리들의 사고가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사고를 뛰어넘어야 우리도 빠른 시일 안에 선진국 대열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인성교육의 부재를 말할 때마다 학교 교육을 탓하곤 한다. 그러나 이것은 학교만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학교, 가정 그리고 지역사회 모두가 함께 발벗고 나서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학력 지상주의가 좋은 학벌, 좋은 직업으로 이어지고 마침내 성공한 인생으로 연결된다는 확신이 바탕에 깔려 있는 한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사람은 자기 직업에 만족해야 자신의 삶에도 만족하게 되고 결국은 자아실현 속에서 자신의 인성이 형성된다. 이러한 부모는 자연스럽게 자식들에게 부드러운 말씨를 사용하게 되고 따라서 아이들도 부드러운 말과 함께 성장하게 되어 바른 인성을 가지게 될 수 있을 것이다.

부드러운 말 한마디가 바로 아이들이나 학생들을 바르게 성장시킨다는 것을 경험을 통하여 알 수가 있다. 무한한 가능성을 예견하고 칭찬이 포함된 부드러운 말씨는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에게 행복과 기쁨을 안겨준다. 바로 이번 인천 아시안 게임에서 승리한 많은 선수들이 이러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은가.

어디서든 부드러운 말씨는 상대를 배려하게 되고 나아가 양보를 이끌어 내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마음이 밝으면 표정이 밝아지고 표정이 밝으면 인생이 밝아진다고 했다. 그리고 마음이 밝으면 입에서 자연스럽게 따뜻한 말이 나오게 되고 그러면 주위에 사람이 많이 모이게 되는 것이리라. 화안언사(和顔言辭)라는 말처럼 가능한 얼굴은 밝게, 말씨는 부드럽게 하는 것이 자신을 위하고 주위를 위하는 길일 것이다.

시인 이채는 그의 시 '마음이 아름다우니 세상이 아름다워라'에서 ‘겸손은 사람을 머물게 하고, 칭찬은 사람을 가깝게 하고, 넓음은 사람을 따르게 하고, 깊음은 사람을 감동케 한다’고 했다. 우리들은 말과 표정으로 사랑하게 되고 또한 그것으로 인해 서로 미워하고 다투게 되기도 한다. 문득 ‘성 안 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구(供養具)요, 부드러운 말 한마디가 미묘한 향(香)’이라는 문수보살의 게송을 마음에 새기고 싶다. 부모와 교사 그리고 동네의 어른들은 자라나는 아이들이나 학생들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고 우리들의 부드러운 말씨가 우리의 사회의 미래를 밝게 비추어 줄 것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박흥수 울산강남고 교장·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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