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번호 통해 위치정보 파악 가능…방법 몰라 활용도 낮아

불법전단지·현수막 등에 번호 가려 신고 지장도

위급상황시 휴대전화 위치추적보다 정밀하게 위치를 찾아주는 전신주의 고유번호(숫자와 알파벳 구성)가 정작 시민들에게는 ‘먼나라 이야기’라는 지적이 높다. 특히 전신주에 붙은 각종 불법전단지와 현수막 등으로 인해 실제 위급상황시 이를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울산시소방본부에 등록된 울산지역 11만6000개 전신주에는 숫자와 알파벳이 적힌 전신주의 고유번호가 표시돼 있다. 이는 모두 119상황실의 GPS와 연동돼 신고자의 위치를 알리는 위치정보로 활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위급상황시 이같은 전신주 고유번호를 이용한 신고방법을 모르고 있다.

◇“전신주 고유번호 신고방법 대부분 몰라”

울산시소방본부에 따르면 보통 휴대전화 기지국을 통한 위치정보는 울산 도심일 경우 반경 2~3㎞로 넓게 파악된다. 도심외 지역의 경우 5~10㎞ 이상 반경이 더욱 넓어진다.

반면 전신주 고유번호를 통한 위치정보는 반경 10m이내로 좁힐 수 있어 매우 효율적이라고 소방본부는 설명했다.

주변에 큰 건물이 없거나, 한적한 시외지역, 낯선 장소 등에서 사고가 발생하거나 신변의 위협을 받고 있을때 이 전신주 고유번호를 112나 119 등으로 알려주면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출동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1월부터 올 9월까지 전신주 고유번호를 통한 119출동 23건 중 대부분은 울주군이나, 북구 등 도심외 지역이 절반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이같은 전신주 고유번호를 이용한 신고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시소방본부와 경찰은 “전신주 고유번호로 접수된 신고는 간혹 있긴 하지만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상황실 근무자가 신고자가 ‘주변 건물이 없다’고 하거나 위치를 모른다고 할때 주변 전신주 고유번호를 불러달라고 하는 정도다”고 말했다.

◇불법전단지가 고유번호 가리는 경우도 허다

문제는 정작 전신주 고유번호로 신고하는 방법을 안다고해도 덕지덕지 붙어진 불법전단지나 현수막 등으로 위급상황시 제대로 활용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14일 울산 북구 양정동 일대를 취재한 결과 현수막이나 불법전단지 등으로 고유번호가 가려진 경우가 허다했다.

또 지하를 통해 전기를 끌어쓰려고 개별적으로 설치한 전선 보호 장치나 통신선, 케이블선 보호관 등이 고유번호 표지판을 가리는 경우도 있었고, 반사경도 덩그러니 표지판 위에 설치돼 있기도 했다.

하지만 위치 정보를 가리거나 훼손했다고 해서 제재할 방법은 마땅히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이나 지자체가 주기적으로 전단지를 떼내는 수고를 하는 수준이다. 초등학생 딸 아이를 키우는 정소영(여·34·북구 양정동)씨는 “전신주에 적힌 숫자나 영어로 된 표지판을 보긴 했지만 이게 무슨 용도인지 누가 알려준 적도, 생각해 본 적도 없다”며 “전신주 고유번호를 이용할 수 있는 홍보가 이뤄져 유용하게 활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안전사고나 위급상황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시골이나 낙후지역은 전신주가 많은데, 이를 활용하면 위치를 찾는데 크게 유용하다”며 “전신주 고유번호 위에 전단지를 붙이는 행동을 자제해 위급한 상황의 중요한 길잡이로 활용될 수 있도록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김준호기자 kjh100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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