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기구·센터 설립도 검토해봐야
다문화가정 출산 정책적 뒷받침 필요

▲ 박영철 울산시의회 의장

OECD(경제개발협력기구)국가 가운데 한국의 출산율은 1.3명에 불과하다. OECD 27개 국가 중 포르투갈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또한 통계청의 2013 출생통계에 따르면 울산의 출산율은 1.391명이다. 전국 평균 1.187명을 조금 상회한다.

우리나라도 그렇고, 울산도 심각한 저출산 문제에 놓여있다.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에는 한계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이 정도의 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다행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출산율은 갈수록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와 걱정이 높다. 연애에서 결혼에 이르는 과정도 힘들고, 결혼을 하더라도 출산을 기피하는 풍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국가가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는 제대로 된 보육환경을 만들어주지 않는 한 저출산 문제를 돌파하기가 쉽지 않다.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연애에서 결혼, 그리고 출산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다문화가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문화가정에 대한 임신, 출산, 육아에 대한 체계적인 관심과 지원은 미흡하기 이를데 없다. 다문화가정 구성원들이 한결같이 이야기하는 것이 말로는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실질적으로 피부에 와닿는 정책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없는 외국인 산모의 입장에서 병원을 찾아 상담과 진료를 받는 과정부터 언어의 장벽에 부딪친다고 한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고, 그에 따라 의사의 진단과 처방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 때문에 외국인 산모들은 병원에서부터 통역서비스를 제공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병원의 입장에서 다양한 국적의 산모를 위해 구미에 맞게 통역요원을 갖추기에는 경영상 어려움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울산시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통역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외국인 산모들은 출산 이후 병원에서 제공하는 산후조리서비스에 대한 불만도 제기하고 있다. 일부의 경우 산모에게 미역국 대신 오이체국 등을 공급하고 있어 산후조리에 불편을 느끼고 있다. 그 나라 실정에 맞는 산후조리음식을 공급하지는 못하더라도 통상적인 산후조리음식은 제공받고 싶다는 것이 외국인 산모들의 하소연이다.

임신과 출산은 산모의 몫이라고 하더라도 아이의 성장을 위한 육아정책에 대해서는 지방정부가 조금 더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보살펴주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이 마저도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성장기 아이를 보살피기 위한 육아에 대한 정보와 지식도 부족한데, 이를 해소하기 위한 자료도 턱없이 미비하고, 접근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때문에 임신에서 출산, 육아에 이르는 종합적인 정보를 담은 책이나 자료집을 외국인 산모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베트남어, 중국어 등 해당 국가에 맞는 언어로 발간하여 병원이나 주민자치센터 등에 배포하여 비치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충분히 공감하고 수긍할 수 있는 요구라는 점에서 울산시가 이 부분에 대해서도 각별한 관심과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덧붙여 다문화가정의 이 같은 어려움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할 수 있는 기구와 센터를 설립하는 문제도 함께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임신과 출산을 애국으로 떠받들고, 임산부를 애국자로 칭송하기 이전에, 출산율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는 다문화가정의 구성원들이 불편없이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데 더 많은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것이 곧 임신에서 출산, 육아에 이르는 공포에서 벗어나는 출발점이며, 출산율을 높이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박영철 울산시의회 의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