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고법 항소심 공판, 1심 형량 15년보다 늘어

30년간 위치추적장치 부착 기각한 원심은 유지

의붓딸 서현(당시 8세)양을 지속적으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던 ‘울산 계모’ 박모(41)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의 상해치사죄 보다 중한 ‘살인죄’가 인정됐다. 형량도 1심의 15년형보다 늘어난 18년형이 선고됐다.

부산고등법원은 16일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계모 박씨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상해치사죄를 적용한 원심을 깨고, 살인죄를 적용해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찰이 살인죄를 다시 저지를 수 있다며 청구한 3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기각한 원심은 그대로 유지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박씨가 아이들 살해하려는 확정적 또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며 “그러나 폭행의 횟수와 강도를 볼 때 피해자가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했다고 판단, 살인죄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어 “비록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사용해 폭행하지는 않았지만 7세 아동에게 어른의 손과 발은 그 자체로 흉기가 될 수 있다”며 “1차 폭행으로 얼굴이 창백해지고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등 피해자의 심각한 상황을 인식하고도 박씨가 계속 피해자를 때려 사망에 이르게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아이를 무자비하게 폭행해 갈비뼈 골절, 폐 파열로 끔찍한 고통 속에 사망한 사실은 분명하고 학대 정도가 점점 심해진 점에 비추어 보면 아이의 사망은 어느 정도 예견된 참사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박씨의 폭행에도 서현양은 오히려 계모의 말을 잘 들으며 따랐고 엄청난 공포 속에서 자신의 고통을 숨기며 교사나 친모에게 이 같은 폭행사실을 숨겨 온 점을 참작하면 박 씨의 범행은 인륜을 저버린 용서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그런데도 박씨는 자신의 스트레스와 울분을 해소하기 위해 아이를 무자비하게 폭행했고 학대의 원인을 아이에게 전가하는 등 반성의 기미나 진정성도 없어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울산지검 관계자는 “계모의 살인죄를 입증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는데 항소심 법원에서 반영됐다”며 “아이에 대해 성인 보호자가 지속적이고 가혹한 폭행으로 사망에 이른 사건에서 아동학대 살인죄를 적용하는 기준을 세웠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도 살인죄를 적용한 항소심 판결을 반겼다.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시민모임 하늘소풍 공혜정 대표는 “아동학대 사건에 살인죄를 적용한 것은 의미있는 판결이다”며 “다만 8살의 어린 서현양이 고통과 학대로 지옥같은 삶을 살다가 죽음을 맞이 했던 점을 감안하면 징역 18년의 양형은 가벼운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아동학대 피해 아동을 위한 모임 ‘천사들의 둥지’ 회원과 아동학대 피해 가족 등 20여명은 선고 뒤 서현이의 유골이 봉안된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울산하늘공원으로 찾아가 ‘1주기 추모식’을 열었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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