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법 제12형사부(오성우 부장판사)는 폐쇄등기부로 알아낸 집주인 정보로 수십억대 전세대출을 받은 혐의(사문서위조 등)로 기소된 선모(40)씨에 대해 징역 12년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일명 ‘작업대출’ 조직의 총책인 선씨는 대출 신청자들로부터 의뢰를 받고 2012년 초부터 2년간 90여 차례에 걸쳐 전세 계약서와 사업자등록증 등을 위조하고 이를 금융기관에 제출해 50억여원에 이르는 대출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기존에는 대부분 가짜 재직증명서나 급여명세서를 이용한 소액 신용대출 상품이 사기 대출에 악용됐지만, 이 조직은 대신 한 번에 큰돈을 만질 수 있는 전세담보대출을 노렸다.

선씨는 조직원들을 시켜 대법원 인터넷 등기부등본상 담보 설정이 없고, 임대인 행세를 할 때 의심받지 않도록 자신과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이 소유한 부동산을 물색하게 했다.

대법원 인터넷 등기부등본은 누구나 열람할 수 있지만, 이전 혹은 현 소유주가 아니면 소유자 실명과 주민등록번호 앞 7자리만 공개된다.

이에 조직원들은 현 소유주의 주민번호 뒷자리를 알아내려고 법원에서 폐쇄등기부(새 등기부에 옮겨 적은 후 보관되는 등기부)를 발급받았다.

폐쇄등기부는 전산화 작업이 이뤄진 1990년대 후반 이전에 수기로 작성된 종이 등기부라 과거 소유주 인적사항이 고스란히 노출된다.

선씨는 이렇게 알아낸 과거 소유주의 인적사항으로 등기부등본 자동발급기를 통해 현 소유주의 주민번호 뒷자리까지 모두 적힌 등기부를 뽑아 대출신청인과 전세계약을 한 것처럼 꾸민 전세계약서를 위조했다.

재판부는 “공범을 모아 조직을 구성해 범행을 주도했고, 폐쇄등기부를 이용하는 등 지능적이고 조직적으로 저질러진 범행으로 죄질이 극도로 불량하다”며 “경제적 곤란에 빠진 대출신청자들에게 거액을 쉽게 대출받을 수 있다고 유혹해 범행에 가담하게 함으로써 수많은 대출신청자까지 범죄자로 전락하게 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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