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줄 강도측정도 않고 늘어난 예산은 안전 대신 행사규모 확대에만 집중

전문가 말만 믿고 안전 소홀...본줄 재료 자체도 문제

경찰, 참여인원 초과 등 수사

▲ 지난 19일 중구 시계탑사거리에서 열린 ‘2014 울산마두희축제’에서 시민들이 줄다리기 도중 끊어진 줄을 살펴보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지난 19일 밤 발생한 울산 중구 마두희축제 도중 줄이 끊어지는 사고(본보 10월20일자 1면 보도)로 26명(병원 후송인원)이 부상을 입은 가운데 올해 마두희축제의 전체 예산이 전년도에 비해 수천만원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안전에는 무관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주최측은 “마닐라로프(마닐라삼 섬유를 원료로 해서 만든 로프) 등으로 만들어진 줄은 2~3년 가량 사용할 수 있고, 수백명이 동시에 줄을 당겨도 끊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의 말만 믿고 지난해 사용한 본줄을 재사용했다가 사고를 자초한 셈이 된 것이다.

세월호 침몰 등의 사고로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예산도 크게 증가한 만큼 지난해 사용했던 마두희 줄에 대한 정확한 강도측정 또는 줄 신규 제작 등에 일부나마 예산을 투입했다면 이번 사고를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본줄 재사용 예산은 오히려 증가

20일 중구청에 따르면 울산시와 중구청이 후원하고 울산마두희축제추진위원회가 주최·주관한 ‘2014 울산마두희축제’의 전체 예산은 시비 1억5000만원, 구비 3억원 등 총 4억5000만원이다. 지난해 4억3000만원보다 2000만원이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3500만원을 들여 마두희 본줄을 제작 및 보관했고, 올해에는 지난해 제작했던 본줄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800만원을 들여 가지줄만 매달았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올해 축제의 실예산은 전년도에 비해 4700만원이 증가한 셈이다.

그러나 불어난 예산은 안전보다는 행사 규모 키우기에 집중됐다. 운영비가 지난해 6000여만원에서 올해 8400여만원으로, 공식행사도 18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전시·체험마당도 1500여만원에서 2700여만원 등으로 각각 늘어났다. 후원기관인 중구청은 “공연과 체험부스 등 방문자들이 즐길 수 있는 부분을 보강해 예산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줄 보완작업 형식적 강도측정도 없어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 재사용된 마두희 본줄에 대해서는 줄 제작 관련 전문가들이 육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는 수준의 점검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주최측은 보완작업이 이뤄지긴 했지만 수백명이 동시에 양방향으로 줄을 당길 때 가해지는 힘과 본줄이 버틸 수 있는 한계 등에 대한 정확한 측정이 없었다. 로프와 짚으로 만들어진 본줄의 특성상 사용할수록 견디는 힘이 약해진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본줄에 사용된 재료도 문제가 되고 있다. 마두희축제추진위원회는 짚과 칡줄기를 이용해 본줄을 만들되 중앙에 굵은 나일론 줄을 삽입했다고 중구청에 보고했지만 이번 사고로 인해 진행된 경찰조사에서 칡 줄기는 재료로 사용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칡 줄기가 재료로 사용됐다면 줄의 견디는 힘이 더욱 강화됐을 수도 있다.

축제추진위 관계자는 “지난해 전문가에 의뢰해서 마두희 줄을 만들었고, 본줄의 둘레가 약 1m 가량 되는 등 줄이 끊어지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의의 사고가 발생한데 대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번 사고와 관련, 줄이 부실하게 제작되지 않았는지, 양팀 각각 400명씩 총 800명이 당길 수 있도록 만들어진 줄을 약 1000명 가량이 당긴데 대한 관리소홀 등 전반적인 사항을 파악하고 있다.

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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